정부가 ‘메르스 중앙 거점 의료기관’으로 지정한 서울 중구 을지로6가 국립중앙의료원의 메르스 선별 진료 접수처를 방문한 내방객들이 진료실로 들어가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진료를 위한 격리병실을 갖춘 병원 가운데 10곳 중 3곳만이 ‘메르스 환자를 즉시 치료할 수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까지 메르스 전염이 모두 병원 안에서 이뤄진 만큼 일선 병원에서의 방역 관리가 필수적이지만 여전히 의료 현장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의 ‘메르스 진료현장 긴급점검’ 결과를 보면, 음압병실(병실 안 기압이 외부보다 낮아 문밖으로 공기가 나가는 것을 차단하는 시설)을 갖춘 21개 병원 가운데 ‘메르스 환자가 오면 즉시 입원 및 치료가 가능한지’를 묻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곳은 6곳(28.5%)뿐이었다. 음압병실에 입원해 있는 다른 환자를 옮겨야 메르스 환자 입원이 가능하거나, 메르스 환자 치료를 위한 독립적인 소독시설, 의료폐기물 처리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메르스 환자 투입시 치료를 위해 즉시 투입할 인력과 교체 인력이 충분히 확보돼 있느냐’는 질문에는 20개(95.2%) 병원이 ‘그렇지 못하다’고 답했다. 메르스 등 신종 감염병 관리와 관련해 교육·훈련을 받은 곳은 7곳(33.3%)이었다. 시설도, 인력도 모두 부족한 셈이다.
메르스 환자를 맡아 돌볼 국가지정 입원병원과 지역거점 공공병원의 처지도 더 낫지 않다. 보건의료노조는 “조사 결과 17개 병원 대부분의 음압격리병상은 낡은 병원 건물을 리모델링해 만든 것으로 일반병동과 같은 층을 사용하고 있고 34개 지역거점 공공병원에서도 음압격리병상이 일반병동과 분리된 곳은 3~4곳밖에 되지 않는다”며 “메르스처럼 위험이 잘 알려지지 않은 전염병에 대비하기엔 역부족”이라고 짚었다.
엄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