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맨 앞)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앞에서 둘째) 등이 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대응 조처를 발표하기 위해 브리핑룸에 들어서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환자 발생 18일만에 발표
그나마 병원 이름도 틀려
“박 대통령 지시” 사실과 달라
청와대 비판 피하기 꼼수
그나마 병원 이름도 틀려
“박 대통령 지시” 사실과 달라
청와대 비판 피하기 꼼수
정부가 7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발생한 지 20여일 만에 환자가 발생했거나 거쳐 간 병원의 명단을 공개하며 ‘늑장 대처’와 이에 따른 ‘정책 혼선’의 난맥상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어 메르스 진원지인 평택성모병원(37명 확진)과 삼성서울병원(17명) 등 환자가 발생한 6개 병원의 명단을 발표했다. 또 첫 메르스 확진 환자들이 진료를 위해 찾았지만 의료진이나 환자들이 메르스에 감염되지 않은 의료기관 18곳도 공개했다. 최 총리 직무대행은 “메르스 감염이 병원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병원에 대한 강력한 통제가 불가피하다. 확진 환자가 나온 병원 명단 등의 정보를 국민안전 확보 차원에서 공개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정부의 정보공개는 메르스 확산 초기부터 정치권이나 시민들이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내용이다. 불과 나흘 전까지만 해도 병원 실명 공개를 거부했던 정부가 자치단체장들의 정보 공개나 시민들이 자체적으로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는 상황이 이어지자 마지못해 태도를 바꾼 것이다. 전형적인 ‘뒷북·늑장 행정’이다.
더구나 정부는 이날 공개한 병원의 이름마저 틀릴 정도로 허둥대는가 하면, 최 총리 직무대행은 방역 실패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몰염치한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해당 병원에 대해 어떤 감염 예방 조처를 했는지에 대해선 아무런 내용도 밝히지 않아, 되레 입원해 있거나 외래 진료를 받으려는 환자들의 불안만 증폭시켰다는 지적도 나왔다. 병원 명단만 공개했을 뿐 이에 따른 방역대책을 밝히지 않아 시민들은 해당 병원을 찾지 않는 것만으로 메르스 감염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인지, 자신이 격리 대상인지 여부를 어떻게 알 수 있는지 혼란만 커지게 됐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병원 이름뿐 아니라 그 병원에서 메르스 감염 위험자가 방문했던 장소 등을 자세하게 공개해 시민들이 스스로 자신이 자가격리 대상인지 정확하게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병원 밖 감염 가능성을 두고도 혼선을 드러내고 있는 점도 국민들에게 또 다른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 총리 대행은 이날 브리핑에서 “일반 국민이 전염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못박아 말했지만,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관계자는 “병원 밖 감염이 생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국정 최고책임자인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데다, 정부가 청와대를 향한 비판을 피하기 위해 사실과 다른 설명을 내놓은 점도 문제로 꼽힌다. 박 대통령은 주말 동안 메르스 대응과 관련해 어떠한 내·외부 일정도 잡지 않았다. 대신 최 총리 대행은 브리핑에서 “대통령께서 지난 3일 메르스 대응 민관 합동 긴급점검회의에서 환자가 발생한 의료기관을 투명하게 알려주어야 된다고 지시한 바 있다”며 이날 병원 공개가 대통령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박 대통령은 3일 회의 당시 병원 공개 지시를 한 바 없고, 회의 이후 현정택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도 “환자들을 격리수용하고 있는 병원을 공개하느냐 마느냐는 (핵심) 포인트가 아니다”라며 병원 정보 비공개 방침을 확인한 바 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석진환 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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