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고교생 메르스 확진환자가 처음으로 발생한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로비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10대 첫 확진’ 커지는 정부 불신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아동·청소년 감염 위험성에 대해 정부가 줄곧 ‘감염 사례가 적으니 지나치게 불안해하지 말라’고 당부해왔지만 8일 첫 10대 메르스 감염자가 확진 판정을 받자 ‘정부의 깜깜이 전망을 믿을 수 있겠느냐’는 목소리가 높다. 메르스 사태 발생 뒤 정부가 ‘최악의 시나리오’를 배제한 낙관적 전망에 무게를 실어왔지만 상황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아서다. 이제라도 지역 감염 등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둔 대책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메르스 확산 가능성과 관련해 정부가 내놨던 전망들은 얼마 못 가 번번이 엇나갔다. 지난달 21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메르스 감염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열린 정부 브리핑에서 안명옥 국립중앙의료원장은 “(메르스의) 전염력이 대단히 낮다”며 확산 가능성을 일축했다. 곧이어 첫 확진자의 아내, 같은 병실 입원자 등이 추가 감염된 사실이 드러났다.
3차 감염에 대한 정부의 오판도 곧 깨졌다. 지난달 26일 브리핑에서 질병관리본부는 “3차 감염자가 생기지 않도록 정책을 운용하고 있으며 목표를 이뤄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엿새 만인 지난 1일 2명의 첫 3차 감염자가 공식 확인됐다. 아동·청소년들의 감염 가능성에 대해서도 2일 “과도하게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며 자제를 요청했으나 8일 67번째로 16살 청소년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87명의 확진 환자, 6명의 사망자가 나온 상황에서도 정부가 ‘지역 감염 가능성은 없다’고 확언하는 데 대해 ‘안이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염력 낮다’ ‘3차감염 없을것’
‘아동·청소년은 감염사례 적어’
정부 ‘깜깜이 전망’ 번번이 틀려 시외버스 타고 이동한 14번환자
조합총회 참석한 35번환자 등
접촉자 감염 확인 여부 촉각속
“병원밖 감염, 최악상황 대비해야” 정부의 방역망에서 이탈한 몇몇 환자들의 병원 밖 활동이 지역 감염에 대한 불안을 더한다. 경기도 평택성모병원에서 1번 확진자와 같은 병동에서 진료를 받다 감염된 14번 환자(35)의 경우 지난달 27일 전염력이 가장 높은 시기에 평택시외버스터미널에서 서울남부터미널까지 1시간 넘게 시외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 병원 밖 시민들에게 노출됐다.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당시 시외버스에 동승한 승객 5명을 확인해 추가 격리했지만 1명은 여전히 신원도 확인하지 못했다. 5명은 아직까지 발열 등 메르스 증상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서울병원 의사인 35번 환자(38) 역시 확진 전인 지난달 30일 1565명이 모인 조합 총회와 375명이 모인 병원 심포지엄에 참석했지만 아직 파급효과는 확인되지 않았다. 1940명의 자가격리 대상 가운데 한 명이라도 확진 판정을 받으면 병원 밖 지역사회 감염이 현실화된다. 지난달 26~28일 삼성서울병원에서 아버지를 간병하며 메르스에 노출된 55번 환자(36)도 대책본부의 격리 대상자 명단에서 빠져 있다가 6일에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열흘 가까이 경기도 부천의 사우나, 직장 등을 오가며 300여명의 시민들과 접촉한 걸로 추정된다. 대책본부는 아직 접촉자를 파악하는 중이다. 이런 상황 탓에 의료계에선 지역 감염, 전국 확산을 막기 위한 관리체계를 신속히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8일 성명을 내어 “3차 감염이 늘어나고 관리 대상이 전국적으로 분포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 보건당국의 인프라만으로는 메르스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책을 마련할 수 없다. 지방자치단체의 행정력과 인프라 동원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천병철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가능성이 적더라도 지역 감염이 일어날 경우에 대비해 메르스의 특징에 맞춘 감염병 관리 매뉴얼을 개정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지역 감염이 일어나면 즉시 ‘경계’ 단계에 돌입해야 한다”고 짚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아동·청소년은 감염사례 적어’
정부 ‘깜깜이 전망’ 번번이 틀려 시외버스 타고 이동한 14번환자
조합총회 참석한 35번환자 등
접촉자 감염 확인 여부 촉각속
“병원밖 감염, 최악상황 대비해야” 정부의 방역망에서 이탈한 몇몇 환자들의 병원 밖 활동이 지역 감염에 대한 불안을 더한다. 경기도 평택성모병원에서 1번 확진자와 같은 병동에서 진료를 받다 감염된 14번 환자(35)의 경우 지난달 27일 전염력이 가장 높은 시기에 평택시외버스터미널에서 서울남부터미널까지 1시간 넘게 시외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 병원 밖 시민들에게 노출됐다.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당시 시외버스에 동승한 승객 5명을 확인해 추가 격리했지만 1명은 여전히 신원도 확인하지 못했다. 5명은 아직까지 발열 등 메르스 증상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서울병원 의사인 35번 환자(38) 역시 확진 전인 지난달 30일 1565명이 모인 조합 총회와 375명이 모인 병원 심포지엄에 참석했지만 아직 파급효과는 확인되지 않았다. 1940명의 자가격리 대상 가운데 한 명이라도 확진 판정을 받으면 병원 밖 지역사회 감염이 현실화된다. 지난달 26~28일 삼성서울병원에서 아버지를 간병하며 메르스에 노출된 55번 환자(36)도 대책본부의 격리 대상자 명단에서 빠져 있다가 6일에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열흘 가까이 경기도 부천의 사우나, 직장 등을 오가며 300여명의 시민들과 접촉한 걸로 추정된다. 대책본부는 아직 접촉자를 파악하는 중이다. 이런 상황 탓에 의료계에선 지역 감염, 전국 확산을 막기 위한 관리체계를 신속히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8일 성명을 내어 “3차 감염이 늘어나고 관리 대상이 전국적으로 분포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 보건당국의 인프라만으로는 메르스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책을 마련할 수 없다. 지방자치단체의 행정력과 인프라 동원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천병철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가능성이 적더라도 지역 감염이 일어날 경우에 대비해 메르스의 특징에 맞춘 감염병 관리 매뉴얼을 개정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지역 감염이 일어나면 즉시 ‘경계’ 단계에 돌입해야 한다”고 짚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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