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메르스 중앙 거점 의료기관’으로 지정한 서울 중구 을지로6가 국립중앙의료원의 메르스 선별 진료 접수처를 방문한 내방객들이 진료실로 들어가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하루새 확진 23명 늘었지만
모두 대형병원에서만 발생
평택성모병원은 발병 없어
‘병원밖 감염’ 땐 속수무책
박 대통령 “전권 부여 TF 구성”
모두 대형병원에서만 발생
평택성모병원은 발병 없어
‘병원밖 감염’ 땐 속수무책
박 대통령 “전권 부여 TF 구성”
삼성서울병원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환자가 최고조에 이르면서 메르스에 대한 불안 심리도 좀체 진정되지 않고 있다. 스무날 가까이 이어져온 ‘불안의 전염’에 국민의 심신도 지쳐가고 있다. 정부의 무능과 구멍난 방역망, 소통 부재 등 ‘불안 요인’은 여전하지만 한편에서 완치 환자가 나오고 대규모 병원 밖 감염이 현실화하지 않는 등 ‘안심 요인’도 혼재해 있다. 보건당국과 전문가들은 3차 감염에 대한 통제만 가능하다면 이번주가 메르스 확산 여부를 가늠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8일 메르스 감염 환자는 하루 새 23명이 늘어 모두 87명이 됐다. 새로 추가된 환자는 대부분 삼성서울병원에서 감염된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날 경기 평택성모병원 관련 추가 환자는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19일 만에 처음이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대책본부)는 이날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평택성모병원에서 발생했던 1차 유행은 종식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대책본부는 이어 “삼성서울병원 관련 확진 환자가 모두 34명으로 증가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누적됐던 검진 결과들이 한꺼번에 나온 것으로, 의료기관별 유행곡선을 보면 삼성서울병원 환자 발생도 곧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책본부가 평택성모병원에 이어 삼성서울병원이나 대전 대청·건양대병원에서 환자 발생 수가 조만간 줄어들 것으로 보는 근거는 메르스에 노출된 사람들의 잠복기(2~14일)가 끝나가고 더는 대규모 감염을 유발하는 ‘슈퍼전파자’가 나타나기 쉽지 않다고 판단해서다. 메르스 환자 87명은 모두 첫번째 환자와 14·16번 환자 등 슈퍼전파자 3명에 의해 감염됐다. 이들 3명은 모두 발병한 지 4~10일 사이에 병원에 입원해 있어 병원 안 밀접 접촉자들을 감염시켰다는 공통점이 있다. 김우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고려대 교수)은 “증상이 나타나고 5~7일 정도에 바이러스 양이 가장 많아진다. 이때 기침이나 재채기를 통해 몸 밖으로 나온 바이러스가 널리 퍼질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6번 환자의 경우 지난달 24일 증세가 시작한 뒤 26~27일 서울아산병원과 여의도성모병원을 방문했지만 이곳에서는 한 명의 환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들 3명의 환자에게는 ‘슈퍼전파력’이 있을 때 메르스 환자인 줄 몰랐다는 또다른 공통점이 있다. 현재처럼 메르스 방역체계가 작동하고 있을 때 발병하고 나서 5~7일이 지나도록 격리되지 않고 대규모 감염을 일으킬 ‘제4의 슈퍼전파자’가 나올 확률은 극히 적다는 얘기다.
그러나 메르스 확산의 불씨가 꺼진 건 아니다. 14번 환자와 삼성서울병원 의사(35번 환자)처럼 보건당국의 방역망을 벗어난 일부 환자가 병원 밖(지역사회)에서 메르스를 전파했을 가능성이 남아서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이들한테서 유래된 감염 환자가 발생하지 않은 건 대유행의 우려를 줄여주는 요인이다. 실제로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대규모의 2차 감염은 주로 병원이나 환자 가족에게서 일어나고 병원 밖 감염은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이번주 메르스 확산세를 잡겠다는 각오로 총력대응해 달라”며 병원폐쇄 명령권 등 전권을 부여한 즉각대응팀(TF) 구성을 지시했다. 대응팀은 공동팀장인 김우주 이사장과 장옥주 보건복지부 차관, 감염내과 전문의 14명으로 구성됐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그래픽 뉴스] ‘병원 밖’ 접촉 있었던 메르스 확진자들의 이동 경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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