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감염된 40대 임신부는 11일 가벼운 근육통만 있을 뿐, 열이나 기침·호흡곤란과 같은 증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항바이러스제 치료가 필요한 상황은 아니며, 지금처럼 증세가 가볍다면 이달 중순 분만예정일에 아이를 출산할 수도 있다.
전문의들은 다만 환자 상태를 봐가면서 분만 시기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임신부인 탓에 증상이 심해져도 다른 환자들에게 썼던 항바이러스제 등은 처방할 수가 없고, 임신 기간 중 곤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일반적인 메르스 환자들에게 투여되는 항바이러스제는 빈혈이나 혈소판 감소, 우울증 등과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임신부에게는 사용하기 어려운 약으로 분류돼 있어, 임신부의 경우 고열·기침 등 증상에 따라 적절한 대증요법을 사용해야 한다.
증상이 악화된다면 제왕절개나 조기분만을 유도해 아이를 낳은 뒤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는 치료를 할 수 있다. 엄중식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폐렴 등 중증 상황으로 발전하면 제왕절개 수술과 같은 적극적인 출산을 유도하고 산모에게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행히 다른 바이러스 감염 사례들을 볼 때 메르스 환자라도 태아로 바이러스가 전파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 임신부의 메르스 감염으로 다른 임신부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관련 전문의들은 임신부의 경우 특히 초기대응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중동 등에서도 임신부 감염 사례가 있었는데, 임신 12~24주에 감염된 산모 중 한명은 아이를 사산했고 한명은 출산 뒤 산모가 사망한 사례가 있다. 다만 이들은 모두 임신 12~24주에 감염됐고, 분만일이 거의 다 된 한국의 임신부 감염자와는 상황이 다르다.
한정열 제일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임신부는 면역력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바이러스 감염 등에 더 취약하다. 발열이나 기침 등 메르스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진찰받을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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