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12일 오전 마스크를 쓴 의료진과 시민들이 “그래도 우리는 끝까지 환자 곁에 있을 겁니다”라는 손글씨 글귀가 쓰인 전광판 아래를 오가고 있다. 이 글은 삼성서울병원 간호사 식당게시판에 올라왔던 것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화제가 된 바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메르스 비상
의료기관 인증제 ‘전면 수술’ 목소리
의료기관 인증제 ‘전면 수술’ 목소리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최대 진원지인 삼성서울병원이 지난해 11월 보건복지부 산하 의료기관평가인증원 평가에서 ‘감염관리’ 합격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증원 평가를 가볍게 통과한 삼성서울병원이 전염병 관리에서 많은 허점을 드러내자 의료기관 인증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겨레>가 12일 인증원의 의료기관 인증 현황을 확인해보니, 삼성서울병원은 지난해 11월25일부터 4일간 인증원 평가 조사를 받았다. 여기서 인증과 조건부 인증, 불인증 가운데 ‘인증’을 획득했고, 2015년 1월8일부터 2019년 1월7일까지 4년간 최상 등급인 상급종합병원 인증 마크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의료서비스의 질은 물론 환자 안전 수준의 우수성을 인정받은 셈이다.
인증원 쪽은 “평가 결과는 비공개 원칙이고, 삼성서울병원이 감염관리 부문에서 몇점을 받았는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상급종합병원 인증을 받으려면 13개 장, 48개 범주, 91개 기준, 537개 조사항목을 통틀어 평균 10점 만점에 9점 이상을 받아야 한다. 13개 장마다 각각 ‘8점 이상’이라는 최소 기준을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삼성서울병원 역시 감염관리 장에서 10점 만점에 최소한 8점 이상을 받았다고 추정할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 이외에 감염자가 발생한 서울아산병원도 상급종합병원 인증을 받았다. 종합병원 인증을 받은 가톨릭대성모병원과 한림대동탄성심병원, 건양대병원에서도 메르스 감염자가 나왔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병원 인증평가제도에서 감염관리에 합격점을 받았는데도 병원 내 감염관리는 엉망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투명한 평가와 제대로 된 감염 관리가 이루어지도록 의료기관 인증제도를 개혁해야 한다”고 짚었다.
12일 현재 삼성서울병원을 통해 메르스에 감염된 환자는 모두 60명이다. 전체 감염자 126명도 모두 9개 병원에서 감염됐다. 치료 공간이어야 할 병원이 병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 정두련 서울삼성병원 감염내과 과장은 11일 국회에 출석해 “(병원이 메르스에 뚫린 게 아니라) 국가가 뚫린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응급실은 언제 어떤 감염환자가 들어올지 모르는 특수 공간이라는 점에서, 삼성서울병원이 감염관리에 좀 더 주의를 기울였어야 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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