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지난 12일 오전 마스크를 쓴 의료진과 시민들이 “그래도 우리는 끝까지 환자 곁에 있을 겁니다”라는 손글씨 글귀가 쓰인 전광판 아래를 오가고 있다. 이 글은 삼성서울병원 간호사 식당게시판에 올라왔던 것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화제가 된 바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음성 나와도 불안해 격리해제 못해
“증상 있다면 계속 격리해야 안전”
“증상 있다면 계속 격리해야 안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검사 결과가 음성에서 양성으로 바뀌는 일이 속출하면서 일선 의료기관과 자치단체들이 질병관리본부의 음성 통보에도 마음을 놓지 못하는 분위기다.
14일 강남세브란스병원에 따르면 이 병원 음압병상에서 치료 중인 31세 남성 K씨는 이달 6일 이후 13일까지 여섯 차례 병원 검사와 네 차례 질병관리본부 검사를 거쳐 최종 양성 판정을 받았다.
K씨는 이달 6일 이 병원에 도착한 후 외부 선별진료실에서 37.9도로 열이 나고 지난달 26∼30일에 삼성서울병원을 다녀온 것이 확인돼 곧바로 격리됐다.
병원은 자체 검사(선별검사)를 실시해 5회 연속 음성에 해당하는 결과를 얻었지만 환자의 증상과 노출 이력에 주목, 격리를 해제하지 않았고 6회째 검사에서 양성 결과를 얻었다.
그 사이 질병관리본부의 검사에서도 세 차례 ‘음성’이 나온 데 이어 이날 새벽 네 번째 만에 최종 ‘확진’ 판정이 내려졌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의 한 관계자는 “거듭된 검사에서 반복적으로 음성이 나왔지만 결과에 모호한 부분이 있었고 증세도 계속됐기 때문에 계속 격리치료를 하고 있다”면서 “선별 진료 후 격리를 해제하지 않았기 때문에 병원 내 노출·감염 우려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검사를 거듭함에 따라 결과가 음성에서 양성으로 바뀌는 일은 K씨 이전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항바이러스제와 증상치료가 잘 듣지 않아 완치자의 혈청을 주입하는 치료를 받는 평택의 경찰관(35)이 대표적이다.
그는 선별검사와 확진검사에서 각각 양성과 음성이 나와 격리 후 해제됐지만 증상이 나아지지 않아 재입원 한 뒤 최종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대중교통과 지역사회에 수많은 노출자가 생겼다.
유사 현상이 속출하자 의료기관이나 자치단체 등은 자체검사에서 양성이 나온 적이 있다거나 지역사회에서 다수에 노출된 의심환자의 경우 질병관리본부의 음성 통보에도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전라북도는 메르스 확진환자와 접촉한 지역 병원 수련의 A씨에 대해 확진검사에서 음성 결과를 얻고도 한 차례 더 검체를 채취해 음성 결과를 재확인했다. 전북도는 음성을 재확인했지만 잠복기가 끝날 때까지 이 수련의에 대해 자가격리를 유지하기로 했다.
메르스 검사 결과가 음성에서 양성으로 바뀌는 일이 반복되는 까닭은 감염의 초기단계이거나 증상이 미약해 체내에 바이러스 양이 적은 경우 또는 객담을 제대로 채취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연구용으로 개발된 확진검사용 시약이 완전히 안정화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메르스 검사를 수행하는 수탁검사기관의 한 관계자는 “유전자 여러 부위를 동시에 확인하다보면 확진시약의 감도가 약해질 수가 있다”면서 “증상이 있는 의심환자, 특히 선별검사에서 양성이 나온 의심환자는 확진검사에서 음성이 나왔다고 해도 회복할 때까지 격리 관찰하는 것이 혹시 있을지 모를 검사오류에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