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현재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걸린 사람은 모두 150명으로 이 가운데 13명이 의사·간호사 등 의료진이다. 여기에 병원에서 환자를 돌보는 간병인이나 환자 이송을 담당하는 요원 등을 합치면 모두 26명의 병원 관계자가 메르스에 감염됐다. 전체 감염자의 17%에 이르는 수치다.
메르스에 감염된 의사는 모두 네명이다. 이 중 환자를 직접 진료했던 동네의원 의사 한명은 완치돼 업무에 복귀했다. 나머지 세명은 모두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14번째 환자와 접촉해 감염된 사례다. 이 가운데 두명은 상태가 양호하나, 35번째 환자는 폐렴이 진행돼 호흡곤란 증상이 심한 상태다. 대학병원의 한 응급의학과 교수는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일하던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메르스에 감염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무방비 상태로 응급실에 불려 내려온 다른 진료과 의사들보다 상대적으로 감염 대비를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의사보다 환자 접촉이 많은 간호사는 감염 가능성도 더 높다. 실제 삼성서울병원, 아산서울의원, 평택성모병원, 건양대병원에서 일하던 간호사 9명이 감염됐다. 특히 14일 확진된 간호사(39·여)는 36번째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다가 감염됐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의료진은 메르스가 아니더라도 평소 각종 감염성 질환에 노출돼 있다. 병원 감염을 막는 마스크·일회용장갑·손소독제 등을 충분히 쓸 수 있어야 하는데, 이에 필요한 정부 예산이나 건강보험 재정이 부족하다 보니 사용에 제한을 받는 병원이 많다”고 짚었다.
한명의 의료 인력이 짧은 시간에 지나치게 많은 수의 환자를 진료하거나 돌보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한 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른바 ‘빅5’ 등 대학병원 의사는 ‘3분 진료’로 표현되듯 반나절에 200명 넘는 외래진료를 한다. 그런 상황에서 환자 한명을 진료한 뒤 손을 잘 씻고 다음 환자를 진료하는 수칙을 지키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사정은 간호사들도 다르지 않다. 대학병원의 야근 상황에는 간호사 한명이 입원환자 15~20명을 돌보는 일이 흔하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