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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공공병원, 많은 책무 짊어졌지만 부족한 게 너무 많다”

등록 2015-06-19 19:59수정 2015-06-19 22:25

김민기 서울의료원장
김민기 서울의료원장
[인터뷰] 김민기 서울의료원장
“‘민간병원이 공공의료를 대체할 수 있다’며 진주의료원을 폐쇄했다. 그런데 지금 누가 어디서 무슨 일을 하고 있나? 결국 공공병원에서 하고 있지 않나?”

김민기(사진) 서울의료원장은 반문했다. 16일 서울 중랑구 신내동 서울의료원 본관 4층 메르스종합대책본부 상황실에서 만났을 때, 그는 쏟아지는 보고를 확인한 뒤 지시로 옮기고 있었다. 지난 5일 상황실이 설치된 뒤 병원은 ‘메르스 비상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날도 상황실에는 서울시로부터 “삼성서울병원 비정규직 노동자 2944명 가운데 73명이 메르스 의심 증상을 보인다”며 진료와 검사 요청이 들어왔다.

“민간병원이 대체할 수 있다며
진주의료원 폐쇄했다
그런데 결국 공공병원에서
하고 있지 않나”

“효율성만 추구하다보니
병원이 감염의 온상 돼
세계적 수준 의료기술
모래위에 있을 뿐”

메르스라는 미증유의 위기 상황 탓에 공공병원의 존재가 역설적으로 증명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김 원장은 “민간병원이 눈을 돌릴 때 공공의료가 모든 책임과 부담을 지고 싸우고 있다”며 “부족한 게 너무 많다. 외래진료도 보고, 선별진료도 하고, 격리병동·출입구에도 의료진을 투입해야 하는데 인력 부족이 지금 심각하다”고 했다. 김 원장은 서울시에서 열린 메르스 대책회의에서도 여러 차례 이런 얘기를 했지만 그나마 있던 공공의료 자원이 이미 메르스에 총동원된 상태라 서울시 역시 동원할 방법이 없었다.

김 원장은 메르스 감염 확산의 원인으로 민간병원의 효율성 추구를 언급했다. “한국의 의료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그러나 모래 위에 있을 뿐이다. 사스와 에볼라 바이러스를 막았던 경험으로 메르스도 막을 수 있을 거라던 생각이 빗나갔기 때문이다.”

국내 병원은 다인 병실의 비중이 크고, 간병 인력이 모자라 보호자가 간호하고, 응급실 병상은 촘촘하게 들어서 있다. 그는 “보건은 안전 위주로 막아야 된다. 거기에는 비용이 들어간다는 걸 인정해야 된다. 그러나 적은 비용으로 최대 수익을 보려는 효율성만 추구하다 보니 병원이 감염의 온상이 됐다. 수년 뒤 또다른 아르엔에이(RNA) 바이러스(사스·에볼라·조류인플루엔자 등 변이가 생기는 바이러스 종류)가 들어왔을 때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그때 역시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2011년 기준 우리나라의 인구 1천명당 공공병상 수는 1.19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3.25개)의 3분의 1 수준이다. 메르스 확진자는 계속 늘고 있지만 공공병원의 격리병상은 이미 포화상태를 넘어섰다.

허승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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