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없나 한명 한명 확인 서울 강동구 강동경희대병원 관계자들이 19일 오후 병원 입구에서 출입하는 직원과 내원객의 체온을 열감지카메라와 온도계로 확인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메르스 한달 이후 대응 어떻게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첫 환자가 발생(5월20일)한 지 한달이 되고 있지만, 정부의 초기 대응이 늦어지고 방역망마저 뚫리면서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보건당국은 삼성서울병원이나 평택성모병원 같은 병원 내 집단 감염이 재발하지 않으면 이달 말께 극복할 수 있으리라 전망한다. 정은경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대책본부) 현장점검반장은 19일 “적어도 한번이나 두번 정도의 잠복기 동안 환자가 없을 경우 메르스가 종식됐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소 14~28일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예상은 다소 다르다. 특정 병원에서 환자가 대규모로 발생하는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은 낮으나 산발적인 환자 발생은 불가피하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천병철 고려대 의대 교수(예방의학)는 “허술했던 방역으로 미처 발견되지 않은 환자들이 있는 만큼, 메르스 감염자들은 당분간 꾸준히 나올 수밖에 없다”며 “대유행보다는 산발적으로 환자가 나오는 양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병원과 시민들이 메르스 사태 장기화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보건당국을 향해 “마지막 한 사람까지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 유행 당시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이종구 서울대글로벌의학센터장은 “단순무식해 보이지만 다른 뾰족한 수가 없다. 바이러스의 경로를 꼼꼼히 추적하고 감염 의심자는 철저히 격리해야 최대한 빨리 메르스 유행을 끝낼 수 있다”고 말했다. 바이러스 확산 차단에 왕도는 없다는 얘기다. 송대섭 고려대 약대 교수도 “바이러스는 숙주에서 순응하게 되면 전파가 활발히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동물에서 사람으로 넘어왔는데, 사람 사이로 전염되다 보면 감염 양상이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송 교수는 “보건당국이 마지막 한 사람까지 방역이나 역학조사 등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감염자가 생기면 전염 범위를 넓게 가정하고 강력히 대응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감염자 산발적으로 나올 것
마지막 한명까지 긴장 풀지 말아야 시간 걸려도 확산원인 밝혀내고
사망자 막을 치료장비 지원
환자·가족들 심리치료도 필요 전문 인력과 장비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당부도 이어졌다. 당장은 사망자를 줄일 수 있도록 에크모(체외막 산소화 장치) 등 치료장비 지원부터 시급하다. 삼성서울병원 의사인 35번째 환자는 알레르기 비염 외에는 특별한 질환이 없었는데 증상이 악화돼 에크모 치료를 받았다. 에크모란 혈액을 몸 밖으로 빼내 산소를 공급하고 다시 몸 안에 주입하는 기계 장치로, 자가 호흡이 어려운 중증 메르스 환자에게 꼭 필요한 치료법이다. 천병철 교수는 “위급한 상황에 대비해 에크모가 필요하지만 대부분의 병원이 장비를 갖고 있지 않다. 치료장비와 전문인력 등 정부가 이 부분을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금은 방역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역학조사가 불충분한 상태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인력을 확충해 감염 확산의 원인을 정확히 규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방자치단체의 역할도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이종구 센터장은 “메르스 유행 초기에 지자체가 충분한 역할을 하지 못했던 부분이 가장 뼈아프다. 중앙정부만으로는 할 수 없다. 지자체가 인적, 물적 자원을 최대한으로 동원해 노출자 파악과 추적, 격리자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아예 방역체계를 지역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임승관 아주대병원 교수(감염내과)는 “광역자치단체가 주도권을 잡고 각 지역에 적합한 진료전달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중앙정부는 여기에 필요한 지원을 해주면 된다”고 말했다. 메르스가 주로 병원에서 퍼지고 있는 만큼, 병원에서는 새로운 감염 확산을 막는 것이 우선 과제다. 이재갑 한림대 의대 교수(감염내과)는 “병원에서 (감염자와 접촉한) 새로운 노출자가 계속 나오면 더 이상 상황 통제가 안 된다. 병원에서 메르스 의심 환자들을 걸러내 안전하게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6000여명에 이르는 격리자들과 시민들의 협조도 절실한 상황이다. 격리자들이 답답하더라도 감염의 고리를 끊기 위해 잠복기(14일)엔 외부 출입을 하지 말아야 한다. 메르스 초기부터 강조한 손씻기 등 기본 수칙도 일상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채윤태 한일병원 과장(감염내과)은 “공공장소나 대중교통 전파가 없기 때문에 막연한 공포심을 갖기보다는 손씻기 등 기본적인 위생 수칙을 잘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증상이 의심되거나 감염자가 나온 병원에 다녀온 사람의 경우 보건당국에 즉각 연락하는 걸 잊어선 안 된다. 154번째 환자인 대구시 공무원은 삼성서울병원을 다녀왔으나, 18일 동안 신고를 하지 않고 수백명과 접촉한 것으로 드러나 비난을 받았다. 잠복기에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뒤 확진된 141번째 환자도 역학조사관에게 ‘여행 간 사실이 없다’고 거짓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행자들이 뒤늦게 이 환자의 확진 사실을 알고 보건소에 “우리는 어떻게 되느냐”며 문의를 해와 여행 사실을 알게 됐다는 게 대책본부의 설명이다. 역학조사에 제대로 응하지 않으면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데도 이를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태도다. 메르스에 노출되면 본인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서라도 최대한 빨리 신고해야 한다. 정은경 대책본부 반장은 “메르스는 치료와 확진 시기가 빠를수록 완치 가능성이 높다. 신고가 늦어져 이미 폐렴이 진행된 상황에서 확진이 되면 다른 사람에게 전염도 많이 시키고, 예후도 굉장히 안 좋게 된다”고 말했다. 이재갑 교수는 “감염자에게 노출된 이력이 분명하지 않은 사람들이 막연한 불안감에 병원에 와서 검사를 해달라고 요구하는 사례가 많다. 현재 감염이 의심되는 사람들의 검사를 진행하기에도 벅찬 상황이니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메르스 환자나 가족, 격리자를 대상으로 한 심리치료도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가족의 죽음을 받아들이기도 힘든 상황에서 임종이나 장례도 제대로 치르지 못해 유족들의 상처가 큰 상황이다. 메르스에 걸렸다는 이유로 주변에서 기피하는 등 ‘사회적 낙인’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천병철 교수는 “메르스 환자는 죄인이 아닌데도 사회적 낙인이 찍히게 된다. 심리치료 등 다양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홍콩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유행 당시 심리치료에 적극 투자했다”고 말했다. 김소연 김지훈 기자 dandy@hani.co.kr
전문가들 메르스 전망 및 제언
마지막 한명까지 긴장 풀지 말아야 시간 걸려도 확산원인 밝혀내고
사망자 막을 치료장비 지원
환자·가족들 심리치료도 필요 전문 인력과 장비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당부도 이어졌다. 당장은 사망자를 줄일 수 있도록 에크모(체외막 산소화 장치) 등 치료장비 지원부터 시급하다. 삼성서울병원 의사인 35번째 환자는 알레르기 비염 외에는 특별한 질환이 없었는데 증상이 악화돼 에크모 치료를 받았다. 에크모란 혈액을 몸 밖으로 빼내 산소를 공급하고 다시 몸 안에 주입하는 기계 장치로, 자가 호흡이 어려운 중증 메르스 환자에게 꼭 필요한 치료법이다. 천병철 교수는 “위급한 상황에 대비해 에크모가 필요하지만 대부분의 병원이 장비를 갖고 있지 않다. 치료장비와 전문인력 등 정부가 이 부분을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금은 방역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역학조사가 불충분한 상태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인력을 확충해 감염 확산의 원인을 정확히 규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방자치단체의 역할도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이종구 센터장은 “메르스 유행 초기에 지자체가 충분한 역할을 하지 못했던 부분이 가장 뼈아프다. 중앙정부만으로는 할 수 없다. 지자체가 인적, 물적 자원을 최대한으로 동원해 노출자 파악과 추적, 격리자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아예 방역체계를 지역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임승관 아주대병원 교수(감염내과)는 “광역자치단체가 주도권을 잡고 각 지역에 적합한 진료전달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중앙정부는 여기에 필요한 지원을 해주면 된다”고 말했다. 메르스가 주로 병원에서 퍼지고 있는 만큼, 병원에서는 새로운 감염 확산을 막는 것이 우선 과제다. 이재갑 한림대 의대 교수(감염내과)는 “병원에서 (감염자와 접촉한) 새로운 노출자가 계속 나오면 더 이상 상황 통제가 안 된다. 병원에서 메르스 의심 환자들을 걸러내 안전하게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6000여명에 이르는 격리자들과 시민들의 협조도 절실한 상황이다. 격리자들이 답답하더라도 감염의 고리를 끊기 위해 잠복기(14일)엔 외부 출입을 하지 말아야 한다. 메르스 초기부터 강조한 손씻기 등 기본 수칙도 일상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채윤태 한일병원 과장(감염내과)은 “공공장소나 대중교통 전파가 없기 때문에 막연한 공포심을 갖기보다는 손씻기 등 기본적인 위생 수칙을 잘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증상이 의심되거나 감염자가 나온 병원에 다녀온 사람의 경우 보건당국에 즉각 연락하는 걸 잊어선 안 된다. 154번째 환자인 대구시 공무원은 삼성서울병원을 다녀왔으나, 18일 동안 신고를 하지 않고 수백명과 접촉한 것으로 드러나 비난을 받았다. 잠복기에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뒤 확진된 141번째 환자도 역학조사관에게 ‘여행 간 사실이 없다’고 거짓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행자들이 뒤늦게 이 환자의 확진 사실을 알고 보건소에 “우리는 어떻게 되느냐”며 문의를 해와 여행 사실을 알게 됐다는 게 대책본부의 설명이다. 역학조사에 제대로 응하지 않으면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데도 이를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태도다. 메르스에 노출되면 본인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서라도 최대한 빨리 신고해야 한다. 정은경 대책본부 반장은 “메르스는 치료와 확진 시기가 빠를수록 완치 가능성이 높다. 신고가 늦어져 이미 폐렴이 진행된 상황에서 확진이 되면 다른 사람에게 전염도 많이 시키고, 예후도 굉장히 안 좋게 된다”고 말했다. 이재갑 교수는 “감염자에게 노출된 이력이 분명하지 않은 사람들이 막연한 불안감에 병원에 와서 검사를 해달라고 요구하는 사례가 많다. 현재 감염이 의심되는 사람들의 검사를 진행하기에도 벅찬 상황이니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메르스 환자나 가족, 격리자를 대상으로 한 심리치료도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가족의 죽음을 받아들이기도 힘든 상황에서 임종이나 장례도 제대로 치르지 못해 유족들의 상처가 큰 상황이다. 메르스에 걸렸다는 이유로 주변에서 기피하는 등 ‘사회적 낙인’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천병철 교수는 “메르스 환자는 죄인이 아닌데도 사회적 낙인이 찍히게 된다. 심리치료 등 다양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홍콩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유행 당시 심리치료에 적극 투자했다”고 말했다. 김소연 김지훈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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