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자가 다녀간 사실이 뒤늦게 확인된 경기도 구리시에 있는 재활의료전문기관 카이저 병원과 병원이 입주해 있는 해당 건물 9개층 전체가 폐쇄된 가운데 22일 오후 이 병원이 입주한 건물 현관으로 구리시 보건소 직원이 들어가고 있다. 방역당국은 “19∼20일 이 병원을 방문한 사람은 구리시청 콜센터로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구리/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19일 만에 확진된 사례 나타나
대책본부 “미열 발생 시점으로 보면
잠복기 14일 안에 들어가” 해명
“현재 잠복기도 ‘일주일’에서 배로 늘린 것…
보건당국 유연하게 대처해야” 지적
대책본부 “미열 발생 시점으로 보면
잠복기 14일 안에 들어가” 해명
“현재 잠복기도 ‘일주일’에서 배로 늘린 것…
보건당국 유연하게 대처해야” 지적
보건당국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잠복기(14일)를 경직되게 운영하다보니 격리해제 뒤에 확진 판정을 받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병원 폐쇄 기간과 격리 기간 등을 좀더 유연하게 적용해야 메르스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메르스 유행을 거친 중동에서도 메르스 발생 초기엔 잠복기를 짧게 잡았지만 이후 임상 사례 등을 고려해 잠복기를 거듭 늘린 바 있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대책본부)는 5월27~29일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한 ㄱ(60·여)씨가 171번째로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22일 밝혔다. ㄱ씨는 ‘슈퍼전파자’인 14번째 환자에 노출된 지 19일 만인 17일 발열 증상을 보여 유전자 검사를 받았다. 대책본부가 설정한 메르스 최장 잠복기(14일)를 닷새나 넘긴 셈이다.
대책본부는 “ㄱ씨는 13일 잠복기가 끝나 격리해제됐지만 이후에 발열이 있어 확진 판정을 받은 첫 사례”라면서도 “하지만 9~11일에 미열이 있어 메르스 검사를 했다 음성 판정을 받았기 때문에 그때(9~11일)를 발병 시기로 본다”고 설명했다. 9일을 기준으로 하면 이 환자의 잠복기는 11~13일이어서 대책본부가 정한 최장 잠복기 14일 안에 들어간다. 하지만 확진 판정의 계기가 된 17일을 발병일로 보면 잠복기는 19일로 늘어난다.
이날 함께 확진 환자로 발표된 172번째 환자(61·여)도 잠복기가 지났다며 격리해제된 뒤 증세가 발현된 사례로 볼 수 있다. 이 환자는 16번째 환자가 5월25~27일 입원한 대전 대청병원에서 16번째·30번째·54번째 환자와 접촉했다. 15일부터 발열 증상이 있어 16번째 환자한테서 감염됐다면 잠복기를 넘겨 19일 만에 증세가 나타난 셈이다. 그러나 대책본부는 “애초 최종 메르스 노출 날짜를 5월30일에서 54번째 환자와 접촉한 1일로 재조정했기에 잠복기 안에 발병한 사례로 본다”고 설명했다.
격리해제 뒤 확진 판정을 받은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161번째 환자(79·여)는 평택굿모닝병원에서 5월27일 함께 입원한 17번째 환자한테 감염돼 메르스 증상이 나타났다. 격리 대상자이던 이 환자는 1·2차 검사 때 음성 판정이 나오고 잠복기가 지나자 14일 격리해제됐다. 그러나 이후 3·4차 검사에서 양성이 나와 16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오명돈 서울대 감염내과 교수는 “노출 날짜가 객관적으로 검증가능하고 발병 날짜도 정확히 검증할 수 있는 환자가 14일을 넘겨 발병했다면 최장 잠복기 수치를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메르스 발병 초기인 2013년엔 메르스 잠복기를 1주일 정도로 짧게 잡았으나 이보다 긴 발병 사례가 잇따르자 이에 맞춰 잠복기와 격리 날짜를 12일로 늘렸다가 지금의 14일로 거듭 설정했다.
171번째 환자인 ㄱ씨는 유전자 검사의 불확실성 탓에 뒤늦게 환자로 판정됐거나 가족 간 감염 사례일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10일 유전자 검사에서 ㄱ씨는 음성 판정을 받은 반면 ㄱ씨가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했을 때 간병을 한 가족들 곧 123번째(65)와 124번째(36) 환자가 11일에 확진 판정을 받은 선례에 비춰보면 이날 ㄱ씨에 대한 유전자 검사 판정이 잘못됐을 수 있다. 대책본부도 “가족이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사흘 동안 함께 있었기 때문에 그때 노출된 것으로 본다”면서도 “가족이 같이 지내며 거기서 감염이 이뤄졌을 수도 있다”고 가족 간 감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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