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병원 진료 중단하고 소독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추가 확진자가 발생해 신규 외래·입원·응급실 진료가 중단된 서울 광진구 능동로 건국대병원에서 24일 오후 직원들이 외래환자 대기석 등을 소독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지난주 후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유행이 진정세로 돌아섰다고 진단했던 보건당국이 건국대병원 등에서 관리망 밖의 환자가 잇따르고, 삼성서울병원에서도 감염 경로가 불확실한 확진 환자가 나오자 다시 판단을 유보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대책본부) 총괄반장은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한 메르스 일일 브리핑에서 “지난 주말까지는 (메르스 유행이) 진정세에 들어섰다고 봤지만 환자들이 추가로 나오고 있어서 현재로서는 (진정세 판단에 대해) 답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책본부의 메르스 환자 집계를 보면, 18일과 19일에는 신규 확진 환자 수가 각각 1명, 0명이었는데 20~22일엔 하루 3명으로, 23일엔 4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메르스 2차 유행지인 삼성서울병원에서 추가 환자가 그치지 않고 있다. 이 병원을 4·8·9일 방문해 진료를 받고 22일 확진된 70대 중반 남성 환자(174번째 환자)는 감염 경로가 확인되지 않았다. 정은경 대책본부 현장점검반장은 “이 환자의 동선을 폐회로텔레비전(CCTV)을 통해 분석하고 있는데, 137번째 환자인 응급실 이송요원과 동선이 겹치지 않아 다른 확진 환자와의 접촉 가능성을 두고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확진자 명단에 들어간 177번째 환자(50·여)는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5월27~29일 14번째 환자와 접촉한 뒤 최대 잠복기를 열하루나 넘긴 25일 만에 확진 판정을 받았다. 확진 환자가 잇따라 나오는데다 감염 경로마저 불분명하자 보건당국은 이날 이 병원의 부분 폐쇄를 무기한 연장하기로 했다. 삼성서울병원 부분 폐쇄 연장 결정은 병원 쪽의 의지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이 직접 사과까지 한 만큼 재개원 뒤 추가 환자가 나오면 사회적 비판이 더 커질 수밖에 없어서다. 특히 메르스 확진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 가운데 추가 감염자가 나올 가능성을 이 병원은 가장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건당국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또다른 곳은 강동성심병원과 건국대병원이다. 173번째 환자는 강동경희대병원 응급실에서 76번째 환자와 접촉한 뒤 동네 의원과 약국 등을 전전하다 강동성심병원에 입원한 뒤 확진됐다. 이에 강동성심병원 응급실과 검사실이 48시간 넘게 폐쇄됐고, 신규 입원과 수술 등도 중단됐다. 이 환자가 앞서 입원한 카이저 재활병원 등에서도 환자가 추가로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는 173번째 환자와 관련된 자가격리 대상자만 1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여 증상이 있다고 답한 13명의 검체를 채취해 검사를 진행 중이다.
이날 부분 폐쇄가 결정된 건국대병원도 좌불안석이다. 21일 확진된 170번째 환자(77)처럼 이날 확진자 명단에 포함된 176번째 환자(51)도 6일 76번째 환자와 6층의 같은 병동에 입원했지만 보건당국의 관리 대상자에 들어 있지 않았다. 추가 감염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뜻이다. 이 두 환자는 76번째 환자와 같은 병동에 있었지만 간호사실을 경계로 반대편 병실에 있었다는 이유로 관리 대상에서 빠졌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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