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
논란 휩싸인 ‘메르스 특보’
“수백억 정부 연구용역 수주해
적극적 쓴소리 못했을 것” 지적
방역 실질 권한 줬더니
‘메르스 현재 임상 양상’ 논문 준비
부적절한 처신 비판 일어
“병원 공개 득보다 실” 발언 논란도
김 교수 “교신저자 욕심낸 것 아니다”
“수백억 정부 연구용역 수주해
적극적 쓴소리 못했을 것” 지적
방역 실질 권한 줬더니
‘메르스 현재 임상 양상’ 논문 준비
부적절한 처신 비판 일어
“병원 공개 득보다 실” 발언 논란도
김 교수 “교신저자 욕심낸 것 아니다”
정부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방역 관리에 민간 전문가로 참여해온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인 김우주 고려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가 국무총리 ‘메르스 특보’로 임명된 뒤 ‘방역 실패에 일부 책임이 있는 전문가한테 병원 폐쇄권 등 더 큰 권한을 주는 게 적합하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 와중에 김 교수가 직접 저자로 참여하는 국내 메르스 상황 분석 논문을 준비 중인 사실이 확인돼 입길에 오르고 있다.
24일 <한겨레>가 입수한 대한감염학회 내부 회람용 전자우편 내용을 보면, 이 학회 임원은 “우리가 서둘러 논문을 내지 않으면 다른 나라나 역학자, 질병관리본부 등이 먼저 논문을 낼 수도 있을 것”이라며 “김우주 교수님이 메르스의 현재까지의 유행 현황과 임상 양상에 대한 논문을 서둘러 작성해 저명한 학술지에 투고해야 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 학회 임원은 “교신저자는 김우주 이사장님이 맡는다”고 덧붙였다.
교신저자는 공동 집필한 논문의 총괄 책임자로, 논문 전체를 설계하고 수정하는 책임을 맡는다. 김 교수는 장옥주 보건복지부 차관과 함께 정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의 민간대응팀장을 맡고 있는데다 지난 19일 황교안 총리 취임과 함께 메르스 특보로 임명돼 정부 방역대책의 책임을 나눠 맡고 있다. 전문가이지만 동시에 차관급 행정 책임자인 셈이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의료계 관계자는 “국제 학계가 국내 메르스 사태에 큰 관심을 보이는 때에 감염학계가 서둘러 연구 결과를 발표할 순 있다. 그러나 방역에 온 힘을 쏟아야 할 책임자가 이런 상황에서 학자로서 욕심을 내는 건 굉장히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말했다.
애초에 민관합동대책반의 공동위원장으로서 학술 자문을 도맡아온 김 교수한테 방역 실패의 일정한 책임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우주 교수는 메르스 사태가 본격적으로 조명받기 시작한 5월31일 공동위원장에 임명됐다. 이후 정부 브리핑에서 보건복지부를 대신해 전문적인 소견을 발표해왔지만 방역의 결정적인 계기마다 ‘경직된’ 기준을 내놔 확산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예컨대 김 교수는 메르스 노출 병원 명단 공개 여부와 관련해 애초 “병원 공개는 득보다 실이 크다”(6월3일)는 태도였는데, 보건복지부가 박근혜 대통령의 지침에 따라 병원 명단 공개 방침을 정한 뒤엔 “지금이야말로 병원을 공개할 적기”(6월8일)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교수가 정부한테서 수백억원대 연구용역을 수주하고 있는 처지여서 적극적으로 쓴소리를 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김 교수는 2009년 신종플루 사태 이후 정부가 발주한 2010~2016년 신종인플루엔자 사업단장으로 선정돼 690억원의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보건복지부가 2005~2009년 지출한 감염병 관리 전체 예산보다 큰 액수다. 이 사업단장 자격으로 김 교수는 2010년 구성된 ‘범부처 감염병 대응 연구개발 추진위원회’의 위원을 맡아오기도 했다. 사실상 방역대책의 ‘이해관계자’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정부의 감염병 위기관리의 파트너이자 이를 막지 못한 감염학계가 초기에 병원 정보 공개를 막아 사태를 확산시켰고 이후에도 실책을 인정하지 않아 일을 키웠다”고 짚었다.
정부가 감염학계를 중심으로 꾸린 민간 전문가들에게 지나치게 의존한 점도 문제로 꼽힌다. 청와대는 8일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로 김우주 교수를 팀장으로 한 즉각대응팀을 꾸렸다. 이 팀에는 감염내과 교수들만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유럽 내 메르스 발생 당시 영국의 공중보건국(PHE)이 ‘감염병 발생 관리팀’에 상시 참여해야 하는 관계자로 역학·소통·공중보건·환경보건·바이러스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꼽은 것과 대비된다. 최재욱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은 “감염내과는 감염병 발생시 의료 현장에서 치료를 맡는 이들이다. 방역 업무에 전문성이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김우주 교수는 이런 지적에 대해 “국제적으로 국내 상황에 관심이 많아 연구를 서두른 것일 뿐, 교신저자를 욕심낸 것은 아니며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 국난 앞에 민관 따로 없이 기여해야 한다고 판단해 감염학계가 총동원돼 있는 상황이고 지금으로선 사태 종식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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