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를 치료하던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이 또 메르스에 감염됐다. 지금까지 메르스 확진자를 진료하다 감염된 의료진은 모두 5명으로 이 가운데 4명이 삼성서울병원 소속이다. 열악한 환경에서 보호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아 벌어진 일이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삼성서울병원에서 근무하는 전공의(26)가 지난 25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아 181번째 환자가 됐다”고 밝혔다. 이 의사는 지난 12일 확진 판정을 받은 이 병원 응급실 안전요원 135번째 환자(33)의 주치의였다. 지난 11~15일 진료 때 접촉이 이뤄져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대책본부는 설명했다. 이미 17일부터 자가격리 중이던 이 의사는 23일부터 발열 등 메르스 증상이 나타나 격리병상에 입원해 있었다. 대책본부는 이 의사보다 먼저 확진 판정을 받았으나 정확한 감염원이 확인되지 않았던 이 병원 방사선사인 162번째 환자(33)와 간호사인 164번째 환자(34)도 135번째 환자한테 감염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은경 대책본부 현장점검반장은 “135번째 환자가 폐렴이 심해지면서 기침을 많이 했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이 환자가 가장 유력한 감염원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135번째 환자로 인해 감염된 삼성서울병원 의료진만 4명에 이른다. 지금까지 이 환자와 접촉해 자가격리나 능동감시 중인 이 병원 의료진은 82명으로 이들 중에서 추가 확진자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메르스 환자를 돌보던 의료진이 잇따라 감염된 원인은 제대로 된 보호장비 지급이 늦어졌기 때문이다. 대책본부는 메르스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은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대로 전신보호복과 고글 등 ‘레벨 디(D)’ 수준의 보호장비를 갖추도록 했지만 삼성서울병원은 지난 17일 이후에야 이 규정에 따른 장비를 지급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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