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중인 김미영 기자
나의 19kg 감량기
들어가며
추석 연휴가 끝이 났다. 일상으로 복귀해야 하는 아쉬움과 함께 남는 건 뒤늦은 후회. ‘왜 이렇게 많이 먹었단 말인가!’ 늘어난 체중과 뱃살 덕분에 꼭 맞던 바지가 타이트해졌다. 각종 전, 잡채, 갈비, 나물, 송편까지… 명절 음식은 정말 맛났다. ㅠㅠ 그뿐인가. 오랫만에 가족·친지, 친구들과 회포를 푸는 자리에 술은 빠지지 않는 단골메뉴다. 그리고 그 달콤한 유혹에 취해버렸다.
추석 연휴 때 불어난 체중을 감량하고 싶거나, 살빼기에 관심 있는 분들을 위해 올 초부터 ‘다이어트’를 실천 중인 내 경험을 풀어놓고자 한다. 내가 하고 있는 방법은 철저하게 주관적이고, 의학적으로도 검증된 방법이 아니다. 다만, 이런 방법으로 살빼기에 성공할 수도 있다는 한 케이스일 뿐이다.
그럼에도 내 다이어트 경험담을 올리는 이유는, 쉬워 보이지만 쉽지 않은 도전이 다이어트이기 때문이다. 관련 정보가 책과 인터넷 등에 넘쳐나고, 주변만 봐도 다이어트에 도전하는 이들이 적지 않지만 정작 성공하는 이는 드물다. 모 연예인은 방울토마토만 먹고 한달에 30kg을 감량했다고 하는데, 이건 정말 몸을 망치는 지름길이다. 몸은 정직하다.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면, 인풋(input) 대비 아웃풋(output)이 크면 살은 빠지기 마련이다. 단 인내심을 갖고, 많은 땀과 눈물을 흘려야 한다는 것. 그것 없이는 결코 이룰 수 없는 도전이라는 사실이다. 내 경험이 살빼기를 계획했거나, 실천하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용기와 희망을 주길 바란다.
부끄러운 고백
지난해 말까지 내 몸무게는 78kg이었다. 말 그대로 쌀 한 가마니. 내 ‘마흔한살’ 인생 중에서 최대 몸무게이기도 하다! 올 1월부터 다이어트에 도전했고, 지금은 58~59kg을 유지하고 있다.(남들이 봤을 때는 55kg 정도로 보인다고 하는데, 66사이즈 옷을 입는다.) 4월 이후 이 체중을 유지 중인데, 연말까지 5kg을 더 감량하는 것이 목표다. 인바디 기준 55kg이 적정체중이고, 55사이즈의 옷을 입고 싶기 때문이다.
체질적으로 밀가루 음식과 패스트푸드를 무척 좋아한다. 그뿐인가! 나는 술을 좋아하고, 술자리를 즐긴다. ‘주량’은 센 편이 아니지만, 어디에서든 ‘약하다’는 말을 좀처럼 듣지 않는다. 음주 습관도 ‘안 마시면 모를까’ 한번 마시면 ‘술이 술을 먹는 스타일’이어서 폭음을 하는 편이다. 2011년 8월 셋째를 출산하고 난 뒤 지난해까지 내 유일한 친구는 ‘술’이었다. 3살 터울로 딸 셋을 두고 있는데다 맞벌이여서 저녁시간 외출하기가 쉽지 않았고, 그만큼 밖에서 회포를 풀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아이들을 재우고 난 뒤 늦은 밤 집에서 ‘술잔’을 기울인 결과, 매달 꾸준히 500g~1kg씩 체중이 늘었고, 그 정점이 78kg이었던 것이다. ㅠㅠ
나는 항상 ‘다이어트’를 입에 달고 살았다. 실천은 쉽지 않았지만. 그러던 중 연말 즈음에 ‘40대-41살-부터 이전과 다른 내가 되자’고 새해 목표를 세웠다. 40대가 된다는 현실에 그동안 잊고 있던 ‘늙은 나’(마음은 20대임 ㅋㅋ)를 자각하게 됐고, “마음만큼 신체도 젊어져야겠다”고 각성하게 된 것이다.
몸이 젊어지기 위해서는? 적정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물론 건강을 위해서라도. 선천적으로 호흡기가 나빠 겨울이면 비염과 천식을 달고 살고, 지방간에다 만병의 근원인 비만과 복부비만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살을 빼야 했다. 본격적으로 살을 빼기 시작한 건 1월 중순 무렵이다. 살빼기에 급관심을 보이던 동네 언니한테 모 헬스클럽에서 PT(personal training) 10회·스피닝 2달 무료 이벤트를 진행한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평소 받아보고 싶었는데, 피티 10번이면 두달 안에 10kg은 빼겠지?’
물론 30만원이라는 거금(?) 때문에 망설였지만, 돈을 지불한 것이 오히려 동기부여에 도움을 줄 것 같았다. 남편도 흔쾌히 허락했다. 날씬해진 내 모습을 상상하며, 헬스클럽에 갔다. 인바디를 쟀다. 허걱~ 78kg! 셋째 출산 직전 몸무게 그대로다. ㅠㅠ 내 적정 체중은 55kg ㅠㅠ. 기계는 ‘과체중’에 ‘복부비만’이 심각한 내 상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20킬로 감량이라니. ‘나를 너무 놓고 살았구나.’ 후회 막심. 트레이너는 “60kg만 되어도 정상체중”이라며 “두 달 동안 운동이랑 식단 조절을 하면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이어트 1단계(40일)
PT와 스피닝, 닭가슴살과 채소 위주의 식사
1월 19일, 다이어트를 시작한 날이다. 둘째 낳은 뒤 <한겨레> 육아사이트 ‘베이비트리’ 이벤트를 겸해 다이어트를 한 경험이 있어서인지 큰 부담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나름의 노하우가 있다. ㅎㅎ 더구나 내겐 얼마 지나지 않아 ‘경쟁자’도 생겼다. <개그콘서트>에서 2월부터 ‘라스트 헬스보이’ 코너를 했는데, 바로 김수영씨였다. 그분이 하는 만큼만 실천하자고 스스로에게 다짐했었다. ㅎㅎ
식단은 아침 밥 1/2공기와 밑반찬(국·찌개 제외, 육류와 생선, 나물 위주), 점심과 저녁은 선식(+우유) 혹은 닭가슴살 샐러드, 고구마, 계란, 두부, 시리얼 등을 그때그때 번갈아 먹었다. 공복이 느껴질 땐 수시로 물(하루 2리터)을 마셨다. 과일도 자주 챙겨먹었다. 달달한 커피믹스를 끊고 블랙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술, 라면, 분식 등 밀가루음식도 모두 끊었다.
별도로 식단을 짠 것은 아니었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다이어트 음식’을 형편에 맞게, 내 입맛에 맞게 취향대로 골라 먹었다. 두부가 있으면 두부와 김치를, 닭가슴살과 채소가 있으면 닭가슴살 샐러드를, 달걀이 있을 때는 달걀을 삶아 먹는 방식으로 실천했다. 대신 너무 타이트하게 ‘금욕’적인 식단을 유지하려고는 하지 않았다. 평소 먹던 흰쌀밥을 현미잡곡밥으로 바꾸고 식사량도 1/2~1/3공기로 줄이는 것을 기본으로 했다. 국이나 찌개를 피하고, 나물과 고기, 생선 위주로 식단을 구성했다. 단, 닭가슴살만 먹으면 퍽퍽하고, 특유의 냄새가 났다. 삶은 계란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건 내 ‘취향대로’ 다이어트 음식 식단을 질리지 않고 유지하자는 것이었다. 닭가슴살은 코****에서 약간의 조미를 한 뒤 익혀서 파는 제품을 애용했는데, 샐러드 채소와 섞어 오리엔탈 소스나 요플레 등을 뿌려서 먹었다. 고구마, 계란, 두부를 먹을 때는 소량의 김치를 함께 섭취했다. 소스나 김치를 먹어도 한끼의 식사를 할 때보다 칼로리가 낮으니, 효과가 없지 않다고 판단했다. 내가 고민했던 것은 ‘나트륨’을 전적으로 끊어야 할까 하는 문제였는데, 결론을 ‘최소한’이라는 선에서 섭취하는 쪽으로 냈다. 입맛에 맞지 않는 식단 때문에 다이어트를 실패하고 싶지 않았다. 약간의 ‘간’이 가미되더라도, 살빼기 전 식단에 비하면 칼로리 면에서 유리하다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 덕분인지 지금도 난 닭가슴살, 계란, 고구마, 두부, 우유 등 다이어트 식단으로 하루 한끼를 해결한다. 이런 음식들을 질리지 않고 꾸준히 먹을 수 있는 이유는, 처음부터 내가 ‘취향대로 먹을 수 있는’ 방법으로 조리했거나 다른 음식을 섞어 먹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2월말까지 운동은 PT와 스피닝을 병행했다. 헬스클럽에서 일주일에 2번씩 5주 동안 PT를 받았다. 월,수,금요일 1시간씩 스피닝(자전거를 타면서 춤을 추는 운동)을 따로 했다. 피티를 받는 날엔 피티 외에 러닝머신을 1시간씩 탔다. ‘2월말까지 10kg 감량’이 나의 1차 목표였다. 3월, 둘째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때문이었다.
거창한 목표와 계획에도 불구하고, 살빼는 과정은 고통스러운 내 자신과 하는 싸움의 연속이었다. 체중이 많이 나갈수록 살이 금방 빠진다고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출산 후 모유수유만으로 살이 빠진다? 거짓말이다!) 하루 종일 배고픔에 치를 떨고, 운동하느라 땀을 흘려 녹초가 되고 나면 ‘서러움’이 복받쳤다. 하루 1kg씩 쑥쑥~ 빠지면 좋으련만, 1월말까지 체중 변화는 거의 없었다. 다이어트할 때 ‘체중’에 연연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아침저녁으로 체중계에 올랐고, 그 결과에 일희일비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아침 공복 때는 500g 빠져있고, 잠자리에 들긴 전에 원래 체중으로 되돌아가는 체중계. ㅠㅠ 침대에 누워 휴대폰으로 ‘5kg 감량’, ’1달에 10kg 빼기’ 등의 검색어를 입력해 ‘최단기간 최대효과’를 얻는 속성 편법 다이어트 방법을 끊임없이 찾았다. (대체로 **라이프 광고글로 연결되더라. ㅠㅠ 살빼는 데는 편법이 없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적게 먹고, 운동하는 것 말고는 정도가 없다.) 가장 괴로웠던 것은 팀원들이 점심식사를 하러 갈 때였다. 평소 같으면 함께 나가서 ‘반주’를 곁들였을 텐데. 흠.
2월이 되니, 체중이 줄기 시작했다. 2월 중순께까지 5kg를 감량했다. 비록 옷을 입었을 때 그 차이가 확연하게 두드러지지 않았고, 주변에서도 ‘살 빠졌다’고 알아보는 사람은 없었다. 그냥 내 스스로 만족. 그럼에도 의욕이 생겼다. ‘이 추세면 2월 말까지 10kg 감량 가능하겠지?’ 자신감이 붙고, 목표가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3월 2일 입학식날. 날 만나는 엄마들이 홀쭉해진 내 모습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앗싸~ 목표대로 10kg을 뺐으니, 당연지사 아닌가! 피티와 스피닝과 별개로 저녁마다 아이들을 재워놓고 밤 11시쯤 아파트 단지를 한시간씩 걷고, 단백질 위주의 식단을 병행한 결과물이다. 얼떨결에 이웃 주민들에게 다이어트 ‘커밍아웃’을 했다. 이제는 더는 숨길 수 없는 현실. “살빼고 있는 중이고, 그래서 술도 안먹고 있다. 식사모임도 안할 거다. 나를 만날 거면 티타임 때 불러달라. 술은 살 빼고 난 뒤 마시겠다.” 다이어트는 시작이 반, 주위 사람들한테 얼마나 널리 ‘홍보’하느냐가 성패의 반을 좌우한다. 나 역시 다이어트 결심 당시 팀원들한테 “술자리 당분간 안한다” “점심식사는 집에서 싸온 도시락으로 대체한다”고 사전에 알렸다. ‘함께 점심먹으러 가자’거나 ‘석양주를 하자’는 꼬득임을 당하는 일을 사전에 차단한 것이다.
다이어트 2단계(30일)
안식월 기간, 필라테스 집중기 10킬로 남짓 감량하고 나니, 턱선도 조금 살아나고 전에 입던 바지들이 헐렁해지는 것이 확연하게 느껴졌다. 운 좋게도 3월 한달은 10년 근속시 생기는 안식월 휴가 기간이다. 둘째 입학에 맞춰 비축(?)해 놓았는데, 이 기간을 ‘집중 다이어트’ 기간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4월1일 복귀했을 때, 달라진 모습에 회사 사람들이 깜짝 놀라겠지?’ 생각만 해도 의욕 상승! 이때도 식단은 1단계 때의 식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대신 운동에는 변화를 줬다. 피티와 스피닝 대신 아이들을 학교와 어린이집에 보내고 난 뒤 낮 시간의 여유를 활용해 월·수·금 하루 2시간(오전 10~12시)씩 필라테스를 집중적으로 했다. 필라테스를 한 이유는 헬스라는 운동이 내게 맞지 않았고(지루하고, 정말 하기 싫다!), 이를 대체할 운동으로 적절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필라테스는 요가와 유사하나, 기구를 활용해 유산소와 근력운동을 병행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여럿이 함께 하는 운동이어서인지 덜 지루했고, 덜 힘들었다. 필라테스를 하지 않는 날에는 이전처럼 집 근처 운동장을 1시간씩 걷거나, 줄넘기를 했다. 이전에 복싱도장을 여러달 다닌 덕분에 하루 2000개 남짓 하는 건 어렵지 않다. 살도 빠져 몸도 한결 가벼워진 덕분이기도 하다. 지금도 집 근처 빠르게 걷기와 줄넘기는 시간이 날 때마다 실천하고 있다. 달라진 점이라면, 딸들과 함께 한다는 사실이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일 저녁 9시쯤 아이들과 밖에 나와 줄넘기를 한다. 줄넘기는 성장판을 자극하고, 온몸의 근육에 자극을 주는 전신운동이라는 점에서 값싸면서도 효과가 뛰어난 운동이다. 3월이 끝나갈 무렵,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인바디 측정 결과 이 달에만 체지방이 8kg 빠졌고, 근력이 1kg 늘었다. 근육이 찌고 체지방이 빠졌다는 건 정말 고무적인 일이다. (당시 2~3주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인바디로 내 몸상태를 체크했는데, 체지방은 줄고 근력과 기초대사량은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를 이어갔다.) 체지방이 늘어야 살처짐도 없고, 기초대사량이 늘어 요요의 부작용도 줄어든다. 다이어트할 때 중요한 건 요요와 살처짐을 막기 위해서라도 근육을 증가 혹은 유지시키는 일이다. 다이어트 할 때에도 단백질과 탄수화물을 챙겨서 섭취해야 하는 이유인데, 이것들이 근육을 만드는데 쓰이기 때문이다. 이때도 술, 밀가루 음식(특히 라면, 짬뽕, 짜장면 등 국물 있는 음식을 먹지 않았다)은 철저하게 배제했다. 단, 3월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1학년 자녀를 둔 아줌마들끼리의 모임이 낮밤으로 자주 생겼다. 어쩔 수 없이 모임에 참석하긴 했지만, 식사량과 먹는 음식의 종류를 철저하게 가렸다. 식사량을 절대적으로 줄이거나, 단백질과 채소 위주의 음식을 섭취하는 방식을 택했다. 술자리에서는 안주는 배제하고 ‘알코올’만 들이켰다. ㅠㅠ(몸에는 해롭다.) 술을 마신 뒤에도 운동은 가급적 빼먹지 않으려고 했다. 술을 마시거나 식사 모임을 한 다음날엔 어김없이 체중이 늘었고, 원래 체중이 돌아올 때까지 ‘금식’에 가까운 절식을 했다. 모처럼 ‘성공’에 도달해가고 있는데, 이쯤에서 실패하고 싶지 않았다. 그동안 내가 한 고생을 수포로 돌아가게 하고 싶지 않았다. 3월말쯤 되니, 체중은 60~61kg이 되었다. 4월1일 복귀하니, 정말 내 바람대로 나를 만나는 회사 분들 모두 깜짝 놀라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다이어트 성공 뒤 얻은 결론
다이어트 방법엔 ‘정도’가 없다. 자신에게 맞는 식단과 운동으로 규칙적이고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성공의 관건이다. 이번 내 다이어트의 특징은, 살을 뺄 목적으로 별도의 돈을 투자하거나 시간을 정해놓고 시도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과욕을 부리지 않고, 내 형편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방법과 수단을 동원했다.
운동 역시 내 경우엔 헬스장 등 인위적인 운동공간을 찾기 보다는 내가 수시로 할 수 있는 운동인 걷기와 줄넘기를 택했다. 운동시간 역시 따로 정하지 않고 그날그날 가능한 시간, 내겐 이른 새벽과 늦은 밤이 오로지 홀로 운동에 전념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날 새벽에 운동을 못했으면, 자정이라도 잠자리에 들기 전 반드시 운동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그것도 여의치 않을 때는 텔레비전을 보는 중간중간엔 스쿼트, 런지, 실내에서 제자리 걷기 등의 운동을 했다. 가급적 몸을 많이 움직이려고 했고, 집에서는 집안일을 하는 것으로 운동량을 채우려 했다.(일석이조다.)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 대신 계단을, 한 두 정거장 거리는 걸었다. 필라테스를 한 건 3월 한달뿐이다.
나에게도 ‘정체기’가 있었는데, 다이어트에서 정체기를 당연하게 받아들였기 때문에 실망하기 보다는 탄수화물 섭취량과 운동량을 조금 더 늘리는 방법을 택했다. 그러면 1~2주 지나 다시 살이 빠졌다. 1~2주에 한번씩은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허락하는 아량(?)도 베풀었다.(과식하지 않는 선에서…, 음식들을 맛보는 수준?) ‘라스트 헬스보이’ 김수영을 보며, 내 감량 속도는 ‘왜 이렇게 늦을까?’ 자극을 받은 것도 주효했다. 그의 운동법과 식사법을 벤치마킹하기도 하면서 의욕을 활활 불태웠다.
다이어트 9개월째. 지금 내가 주로 하는 운동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1시간 남짓 빠르게 걷기와 줄넘기다. 딸들과 함께 하니 더 유익하다. 지금은 저녁식사와 설거지, 아이들 숙제 등을 봐주고 난 뒤 밤 9시에 하는 줄넘기가 하루를 마무리 하는 중요한 일과가 되었다. 줄넘기를 마치고 난 뒤 함께 하는 샤워의 재미도 쏠쏠하다. 그 시간에 줄넘기를 함께 하는 이웃들도 생겼다. 운동은 단기간에 얼마나 많이 고강도로 하느냐보다 단 30분이라도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매일 하는 것이 벅차다면, 일주일에 3번만이라도 꾸준히 해야 한다. 운동 역시 처음이 힘들지, 꾸준히 하면 몸에 자연스럽게 밴다. 운동을 할 때는 ‘동기 부여’가 중요한데 친구나 이웃, 남편, 아이들과 함께 하는 방법을 권한다. 요즘엔 휴대폰이나 컴퓨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다이어트 정보도 넘쳐나고, 무엇보다 간단하게 할 수 있는 근력운동 동작들을 동영상으로도 볼 수 있다. 집에서 짬을 이용해 할 수 있는 운동들도 상당하다. 얼마나 다행인가!
주말을 활용해서는 자전거를 타고 한강을 누빈다. 4월부터 본격적으로 타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주말 새벽(남편과 아이들이 잠에 취해 있는 시간) 시간이나 야근하는 날(출근이 늦다)을 활용해 주로 혼자 탄다. 처음엔 겁도 났지만, 지금은 씩씩하게 잘 탄다.ㅋㅋ 염창나들목 벤치에서 홀로 일출을 바라보거나, 한강을 바라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도림천~안양천~염창나들목까지 다녀오면 왕복1시간 남짓 걸리고, 여의도나 김포나들목, 상암 월드컵경기장 등지로 나가면 왕복 3시간 남짓 걸린다. 보통 새벽 6시쯤 타면 9~10시쯤 귀가하게 되는데, 주말엔 그 즈음 식구들이 일어나는 시간이라 부담이 없다.
물만 먹어도 살찌고, 살도 잘 안 빠지는 체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많을 거다. 나도 그랬으니까. 하지만 그것이 ‘핑계’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요즘 부쩍 한다. 많이 먹으면서, 몸을 쓰지 않으면 살이 찌는 건 당연지사다. 몸은 정직하다. 나도 살은 빠졌지만, 이제는 탄력이 예전만 못하다. ㅜㅜ 그도 그럴것이 유산소 운동에 집중하고 근력 운동에 소홀했던 탓이다. 또한 살이 빠진 4월 이후부터 ‘음주’를 조금씩 즐기고, 음식량도 서서히 늘려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체중이 예전처럼 다시 복귀하지는 않았지만, 체중에 변화가 없는 건 ‘음주’ 때문일 것이다.(그건 내가 감수하고 있는 부분 ㅠㅠ) 출산 이후 나온 아랫배와 처진 뱃살, 얼굴형 자체가 광대와 턱이 있는 편이어서 팔자주름이 두드러진 것은 지금도 감출 수 없는 내 핸디캡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근력 운동을 반드시 해야 한다.(요즘은 ‘인순이’ 언니가 부럽고, 그렇게 몸을 만들고 싶다.) 그걸 알면서도 실천이 잘 안돼 고민이다.
살이 빠지고 나니, 긴장감이 있던 자리를 나태함이 차지했다. 더욱 분발해야 하는데. 이 글을 쓰면서 또 다짐을 한다. 연말까지 5kg만 더 감량하자. 물론 건강하게! 아니 체중 위주 감량이 아니라 탄탄한 몸으로 변신하자. 그것보다 중요한 건 지금의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다. 정말 또 다시 ‘뚱뚱’해지고 싶지 않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런 절박함의 끈을 놓지 않고 있기에, 식사 때마다 한 끼의 열량, 하루 총 섭취 열량, 하루 운동량 등을 체크하면서 생활하고 의식적으로 조절한다는 점이다.
살 빠진 뒤 예전에 입던 옷을 다시 꺼내입는 즐거움, 옷가게에서 내게 맞는 옷을 골라 사 입을 때의 행복함을 알게 됐다. 그것이 ‘먹는 것’으로 얻는 행복과 즐거움보다 더 크다는 사실도. 무엇보다 뚱뚱하고 못난 내 모습을 남들에게 들키기 싫어서, “너 왜 이렇게 살쪘어?” 이 말이 듣기 싫고 자존심이 상해서 집에만 틀어박혀 있던 은둔형외톨이 생활을 청산한 것에 만족한다. 선천적으로 사람들과 수다떠는 것을 좋아하는 내가, 집안에만 틀어박혀 있는 건 나를 더 불행하게 만드는 일이다. 지금은 만나고 싶은 사람도 망설임 없이 만난다.
살을 빼면 ‘6배는 더 매력적’으로 변한다고 한다. 그것을 제쳐두고라도(나는 매력적인 사람은 아니니까) 살을 빼고나서 건강과 자신감을 얻었다. 나를 가꾸는 기쁨을 만끽하게 되었다. 남편과 아이들에게 더 많은 용기와 격려, 칭찬과 사랑을 받는다. 행복하다.
* 이 글은 <한겨레> 육아사이트 ‘베이비트리’에 실린 글을 발췌·가공한 것입니다.
▷▷‘베이비트리’ 바로가기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PT와 스피닝, 닭가슴살과 채소 위주의 식사
다이어트 중인 김미영 기자
팁 하나!
다이어트에서 중요한 건 운동과 식사 조절이다. 특히 나처럼 과체중인 경우에는 식사 조절이 70% 이상을 좌우한다. 앞서 말했듯 인풋이 아웃풋보다 절대적으로 적어야 한다. 운동은 기초대사량을 늘려 살 빼고 난 이후의 요요를 줄여주고, 탄력 있게 살을 빼기 위한 목적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즉, 다이어트 초기엔 먹는 것을 과감히 포기하자. 나는 철저하게 단백질과 채소 위주로 식단을 짰고, 현미잡곡밥 외에 탄수화물 섭취를 최소화 했다. 다이어트 초기 운동은 신체에 무리를 주지 않는 선에서 걷기나 산책 위주의 유산소 운동을 했는데, 나처럼 체중이 있는 상태에서 시작하는 분들에게 권한다. 줄넘기나 달리기 등의 격한 운동은 발목 등 몸에 무리를 줄 수 있다. 어느 정도 감량을 하고 난 뒤 도전하자. 나 또한 과거 단기간 체중 감량을 목표로 ‘복싱’에 겁없이 도전했다가, 일주일만에 발목을 다쳐 병원 신세를 져야 했던 씁쓸한 기억이 있다. 격한 운동은 어느정도 체중을 감량한 뒤에 해도 늦지 않다.
안식월 기간, 필라테스 집중기 10킬로 남짓 감량하고 나니, 턱선도 조금 살아나고 전에 입던 바지들이 헐렁해지는 것이 확연하게 느껴졌다. 운 좋게도 3월 한달은 10년 근속시 생기는 안식월 휴가 기간이다. 둘째 입학에 맞춰 비축(?)해 놓았는데, 이 기간을 ‘집중 다이어트’ 기간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4월1일 복귀했을 때, 달라진 모습에 회사 사람들이 깜짝 놀라겠지?’ 생각만 해도 의욕 상승! 이때도 식단은 1단계 때의 식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대신 운동에는 변화를 줬다. 피티와 스피닝 대신 아이들을 학교와 어린이집에 보내고 난 뒤 낮 시간의 여유를 활용해 월·수·금 하루 2시간(오전 10~12시)씩 필라테스를 집중적으로 했다. 필라테스를 한 이유는 헬스라는 운동이 내게 맞지 않았고(지루하고, 정말 하기 싫다!), 이를 대체할 운동으로 적절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필라테스는 요가와 유사하나, 기구를 활용해 유산소와 근력운동을 병행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여럿이 함께 하는 운동이어서인지 덜 지루했고, 덜 힘들었다. 필라테스를 하지 않는 날에는 이전처럼 집 근처 운동장을 1시간씩 걷거나, 줄넘기를 했다. 이전에 복싱도장을 여러달 다닌 덕분에 하루 2000개 남짓 하는 건 어렵지 않다. 살도 빠져 몸도 한결 가벼워진 덕분이기도 하다. 지금도 집 근처 빠르게 걷기와 줄넘기는 시간이 날 때마다 실천하고 있다. 달라진 점이라면, 딸들과 함께 한다는 사실이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일 저녁 9시쯤 아이들과 밖에 나와 줄넘기를 한다. 줄넘기는 성장판을 자극하고, 온몸의 근육에 자극을 주는 전신운동이라는 점에서 값싸면서도 효과가 뛰어난 운동이다. 3월이 끝나갈 무렵,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인바디 측정 결과 이 달에만 체지방이 8kg 빠졌고, 근력이 1kg 늘었다. 근육이 찌고 체지방이 빠졌다는 건 정말 고무적인 일이다. (당시 2~3주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인바디로 내 몸상태를 체크했는데, 체지방은 줄고 근력과 기초대사량은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를 이어갔다.) 체지방이 늘어야 살처짐도 없고, 기초대사량이 늘어 요요의 부작용도 줄어든다. 다이어트할 때 중요한 건 요요와 살처짐을 막기 위해서라도 근육을 증가 혹은 유지시키는 일이다. 다이어트 할 때에도 단백질과 탄수화물을 챙겨서 섭취해야 하는 이유인데, 이것들이 근육을 만드는데 쓰이기 때문이다. 이때도 술, 밀가루 음식(특히 라면, 짬뽕, 짜장면 등 국물 있는 음식을 먹지 않았다)은 철저하게 배제했다. 단, 3월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1학년 자녀를 둔 아줌마들끼리의 모임이 낮밤으로 자주 생겼다. 어쩔 수 없이 모임에 참석하긴 했지만, 식사량과 먹는 음식의 종류를 철저하게 가렸다. 식사량을 절대적으로 줄이거나, 단백질과 채소 위주의 음식을 섭취하는 방식을 택했다. 술자리에서는 안주는 배제하고 ‘알코올’만 들이켰다. ㅠㅠ(몸에는 해롭다.) 술을 마신 뒤에도 운동은 가급적 빼먹지 않으려고 했다. 술을 마시거나 식사 모임을 한 다음날엔 어김없이 체중이 늘었고, 원래 체중이 돌아올 때까지 ‘금식’에 가까운 절식을 했다. 모처럼 ‘성공’에 도달해가고 있는데, 이쯤에서 실패하고 싶지 않았다. 그동안 내가 한 고생을 수포로 돌아가게 하고 싶지 않았다. 3월말쯤 되니, 체중은 60~61kg이 되었다. 4월1일 복귀하니, 정말 내 바람대로 나를 만나는 회사 분들 모두 깜짝 놀라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팁 하나! - 줄넘기 제대로 하는 법
줄넘기는 분당 120회 기준으로 10분 이상 하면 30분 조깅을 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운동이다. 운동량이 많아 칼로리 소모 효과도 큰 데다 줄넘기 하나만 있으면 누구든지 쉽게 할 수 있는 유산소 운동이라는 점에서 장점이 큰 운동이기도 하다. 단, 무릎 관절이 좋지 않은 분이나 과체중인 분들에겐 적합하지 않다. 매일 하는 것이 효과적이겠지만, 처음 시도할 때는 일주일에 3~4번만 해도 족하다. 줄넘기 갯수보다는 ‘3분 후 1분 휴식’ ‘10분 후 1분 휴식’ 등 시간을 조절해서 세트수(몇회 몇세트)로 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줄넘기를 지치지 않고, 오랫동안 걸리지 않고 하려면 발뒤꿈치를 들고 뛰어야 한다. 무릎도 살짝만 굽혀주고, 너무 높이 뛰지 말아야 한다. 오른발 왼발을 앞뒤로 옮겨주며 무게중심을 이동해서 앞을 보고 뛰면 쉽게 지치지 않는다.
다이어트 중인 김미영 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