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와 맥주를 섞어 만드는 폭탄주 잔의 모습. 송년회 등 술자리에서 폭탄주를 비롯해 술을 과하게 마시면 지방간 등에 걸리게 되고 40~50대가 되면 간염이나 간경변 등 각종 간 질환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젊어서 술 많이 마시면, 50대에 간염·간경변 ‘위험’
간 질환자, 50대 남성이 가장 많아
2~3개월 술 끊으면 지방간은 회복돼
간경변까지 가면 정상 회복 어려워
과음했다면 2~3일은 간 휴식해야
간 질환자, 50대 남성이 가장 많아
2~3개월 술 끊으면 지방간은 회복돼
간경변까지 가면 정상 회복 어려워
과음했다면 2~3일은 간 휴식해야
한해의 마지막 달에 들어선 이맘때부터 각종 송년 모임이 열린다. 요즘에는 연극이나 영화 관람 등 각종 문화 행사로 송년회를 열기도 하지만 여전히 대세는 술이다. 연이은 과음은 알코올성 지방간을 비롯해 간염, 간경변 등 각종 간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 있지만, 몸에서 느낄 만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으면 방심하고 계속 술을 마시기 쉽다. 실제 젊었을 때부터 마신 술이 간의 질환으로 나타나는 것은 50대쯤이다. 관련 전문의들은 술로 인한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술을 적게 마시는 것은 기본이며 적어도 식사 전 빈속에 술을 마시거나 매일 과음을 하는 것은 꼭 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 매일 과음하면 간염·간경변증으로 악화 매일 과음을 하면 대부분 알코올성 지방간을 앓게 된다. 술을 분해할 수 있는 간의 능력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과음’의 정해진 기준은 없다. 자신의 주량을 넘어선 술을 마시면 과음이다. 술에 들어 있는 알코올은 흡수되면 간에서 분해되면서 ‘아세트알데히드’로 변한다. 이 성분은 간에 원래 있던 지방질을 파괴하면서 성질을 변화시키는데, 이 변화된 지방질이 쌓이면 알코올성 지방간이 생긴다. 하지만 알코올성 지방간이 생겨도 증상은 거의 없으며, 드물게 윗배가 불편하다거나 피로를 느끼는 정도이므로 스스로 알아차리기는 쉽지 않다. 이런 상태에서 술을 2~3개월 이상 마시지 않으면 간은 원래대로 회복된다. 하지만 술을 계속 마시면 10명 가운데 2~3명이 급격한 간 기능 장애를 보이는 알코올성 간염이 생길 수 있다. 증상도 발열, 황달, 복통, 간 기능 장애 등이어서 스스로도 알 수 있다. 이 상태에서도 대부분 술을 끊으면 회복이 가능하지만 음주를 계속하면 약 10명 가운데 1명꼴로 간경변증으로 진행한다. 보통 매일 소주 1병(알코올 약 80g)을 10~15년 이상 마시면 간이 딱딱하게 굳으면서 간 기능을 잃게 되는 간경변증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 상태가 되면 술을 끊더라도 딱딱해진 간 조직이 정상으로 회복되지는 않는다.
■ 50대 돼야 간 질환 나타나 방심하기 쉬워 알코올성 간 질환은 남성, 그중에서도 50대 이상이 많다. 젊었을 때부터 마신 술의 악영향으로 간이 망가져 이 나이대에 접어들어야 알코올성 지방간이나 간염을 비롯해 심한 경우 간경변증이나 간암까지 나타나는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11년 발표한 자료를 보면 ‘알코올성 간 질환’으로 2006~2010년 병의원을 찾아 진료를 받은 환자들을 분석한 결과 50대 남성이 전체 환자 수의 28.2%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간암 환자에 대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14년 분석 자료를 봐도 50대가 가장 많고 이어 60대, 70대, 40대 차례였다. 젊었을 적 술을 마시는 습관을 계속 유지했다가는 40~50대부터 간에서 탈이 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 과음하면 2~3일은 술 마시지 말아야 보통 성인 남성이 하루에 분해할 수 있는 최대 알코올의 양은 160~180g 정도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하루 80g 이상을 마시면 간 기능에 해를 끼치기 시작한다. 중요한 점은 주량은 사람마다 달라 알코올 분해효소가 적은 사람의 경우 한두 잔의 술도 간 기능을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자신의 적정 음주량을 넘기지 않는 것이 건강한 음주법의 첫째다. 일반적으로 권장되는 양은 주종에 관계없이 각 술의 잔으로 3~5잔을 넘지 않아야 한다. 다음으로 매일 술을 마셔서는 안 된다. 알코올이 분해되는 데에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주량보다 과음했을 때에는 최소 48~72시간은 쉬어줘야 간 기능이 회복된다. 음식을 먹지 않고 술을 마시면 알코올이 흡수되는 속도는 빨라지고 동시에 알코올이 위 점막에 손상을 줄 가능성은 커진다. 음주 전에는 반드시 간단하게라도 요기를 하고 되도록 안주와 함께 술을 마시는 것이 바람직하다. 알코올의 흡수 속도를 빠르게 하는 것은 폭탄주도 마찬가지다. 마지막으로 술을 마시면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피해야 한다. 술을 해독하는 데에도 간에서 산소가 필요한데 흡연 때문에 산소 공급량이 적어져 해독 속도가 늦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담배에 든 니코틴 성분은 위산 분비를 일으키면서 위장의 점막에 상처를 줘 음주 뒤 속쓰림 증상이 생길 수 있음에도 유의해야 한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도움말: 전용준(내과 전문의) 다사랑중앙병원(알코올질환 전문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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