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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짜판] 제2의 가습기살균제 될라…안의 규제프리존 찬성론

등록 2017-04-14 21:59수정 2017-04-14 23:35

환경·안전 규제 강화와 병행 가능한가

14개 지역 전략산업 규제 없애
다른 법령보다 우선 적용 명시
기업이 안정성 검증 ‘기업실증특례’


“‘규제는 개혁하되 감시는 강화한다’는 규제프리존법이 지금 국회에 있다. 저를 포함해 국민의당은 통과시키자는 입장이고, 민주당에서 막고 있다.”

지난 10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공정성장과 미래’란 주제의 특별강연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한 말이다. 의료영리화 등의 문제로 논란이 됐던 박근혜 정부의 규제프리존법(지역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프리존의 지정과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에 찬성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다만 비판여론을 의식한듯 “(그럼에도) 환경과 안전 관련 규제는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환경운동연합·보건의료단체연합 등 법안을 반대해왔던 단체들이 바로 성명을 냈다. “규제를 푸는 법을 찬성한다며 규제를 강화하자는 건 그야말로 ‘형용모순’”이란 지적이다.

규제프리존법은 2015년 10월 박근혜 정부의 7차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처음 제안됐다. 지난해 3월 새누리당 의원 122명과 국민의당 의원 3명의 ‘여야 공동발의’로 19대 국회에 상정된 뒤 폐지됐지만, 20대 국회에 재상정됐다. 수도권을 뺀 14개 지역에 각각 전략산업을 정해두고 규제를 풀어주는 게 핵심이다. 시민단체는 이 법에 비판적이다. “환경과 안전 분야에서 기업의 편의를 전방위적으로 보장하고 있다”(환경운동연합)는 평가를 내놓았다. 특히 다른 법보다 우선하는 ‘특별법’의 지위가 문제다. 규제프리존법을 보면, ‘다른 법령보다 우선하여 적용’(3조)하고, ‘다른 법령에서 명시적으로 열거된 제한 또는 금지사항을 제외하고는 허용’(4조 1항)하며, ‘규정이 없거나 불명확한 경우에도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허용’(4조 2항)한다고 돼 있다. 시민단체들은 “각종 법률의 규제를 한 번에 무력화시킨다”며 반발해왔다. 각각의 규제는 저마다 필요가 있어 만들어진 것이고, 개별 논의를 통해 강화하거나 완화해야 할 텐데 이를 일괄적으로 풀어주는 것이어서 ‘초법적 법안’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이 법을 통과시켜놓고 “환경·안전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한 안 후보의 말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인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14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규제프리존법은 우리나라 법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법 자체가 독소인 법”이라며 “시행령, 시행규칙으로 정하던 것도 기획재정부 장관이 위원장인 심의위원회에서 처리하게 된다. 기존 의료법, 약사법을 다 무시하겠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의료영리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해 규제프리존법 상정 과정에서 성명을 내고 “규제프리존법은 영리병원 도입과 대형병원 환자 쏠림을 가속화시켜 의료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 1차의료를 고사시켜 국민 건강과 안전을 희생시킬 악법”이라고 비판했다. 안 후보도 이런 흐름을 모르지 않는다. 지난해 4월 국민의당 대표로 대한의사협회 총회에 참석했을 때 “의료영리화 저지는 우리 당의 단단한 근간”이라며 의료영리화 저지를 약속했다. 그랬던 그가 1년 뒤 정반대로 돌아선 것이다.

규제프리존법에서 가장 독소조항으로 꼽히는 것은 ‘기업실증특례’ 제도다. 기업이 새 제품을 내놓을 때 안전성을 국가가 검증하지 않고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의 악몽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규제프리존법이 통과되면 평범한 사람들의 생명과 건강은 침몰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겨레> 대선자문단인 김창엽 시민건강증진연구소 소장(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은 “그간 느슨해진 규제 중엔 더 강화해야 할 것도 있는데, 이를 구분하지 않고 풀겠다고만 하니 문제다. 특히 국민의 생명·안전과 직결된 보건의료 쪽은 산업이나 성장 논리로만 접근해선 안 된다. 안 후보의 인식이 여전히 성장 논리에 갇혀 있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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