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소방서 119구급대 김동현 반장이 1일 오전 폭염에 대비해 온열 환자를 위한 얼음물과 음료수 등을 준비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지난 3일 새벽 6시, 서울 중구에 거주하는 ㄱ(74)씨가 집안 화장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홀로 사는 노인의 움직임을 파악해 고독사 등을 방지하기 위해 지급한 ‘사물인터넷 기기’에서 ㄱ씨의 활동이 감지되지 않자, 서울 중구청 생활관리사가 이른 새벽 ㄱ씨의 집을 찾았다. 하지만 ㄱ씨는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 그는 기초생활수급자로 평소에 심혈관 질환을 앓고 있었다. 그의 사망진단서에는 ‘열사병’이 기록으로 남았다. 같은 날, 서울 동작구에 사는 ㄴ(65)씨도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ㄴ씨도 ㄱ씨처럼 국가가 의료비를 보장해주는 의료급여 1종 수급권자였다.
그동안 온열질환 사망자가 없었던 서울에서도 지난 3일 폭염으로 인해 3명이 숨졌다. 33도 이상의 폭염이 20일 넘게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특히 질병관리본부에 보고된 서울 지역 온열질환 사망자 3명 가운데 2명은 의료급여 수급권자로 확인됐다. 의료급여란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 행려환자 등 저소득층의 의료비를 국가가 보장해주는 제도다. 2017년 기준 의료급여 수급권자는 149만명으로 전체 의료보장 인구의 2.8% 수준이다.
우려했던 것처럼, 올여름 폭염은 취약계층을 주로 덮쳤다. <한겨레>가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온열질환자 3095명(사망자 38명 포함, 5일 기준)의 데이터를 받아 분석한 결과, 열사병 등 온열질환으로 숨진 38명 가운데 10.5%인 4명이 의료급여 수급권자였다. 이주노동자 사망자(2명)를 포함한 8명은 건강보험이나 의료급여 적용이 아닌 ‘기타’로 분류돼 있어, 취약계층의 피해는 더 컸을 것으로 짐작된다
전체 온열질환자 3095명 가운데 의료급여 수급권자 비율도 9.2%(286명)로 나타났다. 건강보험 가입자 10만명당 온열질환자가 4.96명 발생했다면, 의료급여 수급권자 10만명당 온열질환자는 19.19명으로 4배 가까이 많은 셈이다.
지난 2017년 서울대 보건대학원 김호 교수팀이 2009~2012년 서울 지역 사망자 3만3544명을 대상으로 폭염이 미친 영향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비슷한 추이가 확인된다. 낙후된 주거 환경과 낮은 소득 수준 등 지역박탈지수가 높은 지역에 사는 주민일수록 그렇지 않은 지역에 사는 주민보다 폭염으로 인해 숨질 위험이 19.4%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올여름 폭염에도 노인이 많은 지역일수록 특히 취약했다. 사망자 38명 가운데 9명이 신고된 경북 지역은 고령인구 비율이 19.0%로 전국에서 두번째로 높은 지역이다. 고령인구 비율(21.5%)과 홀몸노인 가구 비율(13.7%)이 가장 높은 전남에서도 3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경북에 이어 두번째로 사망자가 많은 전북(4명)도 고령인구 비율(18.9%)이 전국 3위다. 전체 온열질환자 셋 중 한 명은 65살 이상의 고령자다.
김호 교수는 “인구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탓에 폭염 등 기후변화로 건강 피해가 더 늘어날 수 있다. 폭염 취약계층에 대한 사후 감시보다 예방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황예랑 정환봉 기자
yrcomm@hani.co.kr
[화보 더위야 덤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