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이 24시간 집단 파업에 들어간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의료진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의대 정원을 확대하기로 한 것에 반대하며 인턴, 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이 7일 오전 7시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전국의 상급종합병원 등에서 수련을 받고 있는 전공의들은 연가를 사용하는 등의 방식으로 24시간동안 집단휴진에 나섰다. 서울대병원, 세브란스 등 각 병원들은 전공의 파업으로 인한 진료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교수, 전임의 등에게 전공의 업무를 대신 맡겼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오전 신촌세브란스병원을 찾아 의료진들과 만난 자리에서 “응급실, 중환자실 등 필수진료 분야에 종사하는 전공의까지 집단행동 대상에 포함돼있다는 점을 매우 유감스럽고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파업으로 인해 진료에 차질이 없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수련받고 있는 전공의는 460여명이다. 김강립 복지부 차관은 이날 오후 전북대병원을 찾아, 응급실 상황을 살펴볼 예정이다.
보건복지부는 1만6천여명에 이르는 전공의들 가운데 50%가 넘는 숫자가 이날 연가를 사용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김강립 차관은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전공의들의 연가 사용률이 50%대라고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전공의들이 소속된 대한전공의협회 쪽은 70~80%가 파업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이날 오후 전국 8개 권역별로 집결할 예정이다. 수도권 지역은 오후 2시부터 여의도공원에서 모여 자유발언, 결의문 낭독 등의 행사를 진행한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왼쪽에서 두번째)이 7일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의 파업(집단휴진)과 관련해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을 방문해 응급실을 둘러보러 가고 있다. 연합뉴스
전공의들의 파업과 관련해,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아침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환자 입장을 헤아려 지금이라도 집단행동은 자제하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에서 의료 공백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 매우 크다”며 “정부도 열린 자세로 의료계와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전날 박 장관이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한 데 이어, 김강립 복지부 차관이 대한전공의협의회 임원들과 만났으나 집단휴진 돌입을 막지는 못했다. ‘의대 정원 확대’를 두고 양쪽의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2022학년도부터 의대 입학정원을 해마다 400명씩 10년간 총 4천명 늘려서 ‘지역의사’와 역학조사관, 중증외상 등 특수 분야 의사를 양성할 계획이다. 우리나라 의사 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견줘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지역 간 의료격차가 심각하다고 판단해서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단체들은 ‘의사 수는 충분하며, 지역간 또는 전공과목별 배치가 문제’라는 입장이다.
오는 14일에는 대한의사협회(의협)가 파업(집단휴진)을 벌인다. 동네 개원의들은 물론이고 이날 1차 집단휴진에 나섰던 전공의들도 파업에 동참할 예정이어서, 진료 차질 등이 예상된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지난 6일 성명을 내어 “전공의들의 파업은 환자의 치료가 중단된다는 의미여서 환자들의 투병 의지를 꺾을 수 있다”며 파업 철회를 촉구했다.
황예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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