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 등에 반대하며 복귀 시점이 정해지지 않은 ‘무기한’ 순차파업에 들어간 21 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외래선별진료소 입구에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당장의 큰 공백은 없었지만 일선 의료현장엔 긴장감이 맴돌았다. 병원들은 주말 사이 집단휴진에 참가하는 전공의가 늘어나면서 수술 일정 조정과 응급실 진료 지연 등 의료 공백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국 1만여명의 인턴과 4년차 전공의가 집단휴진에 들어간 21일 서울시내 각 대학병원은 평소와 크게 다름없는 분위기였다. 환자들은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따라 발열체크를 하고 병원을 방문했고, 평소처럼 외래진료를 봤다. 서울성모병원 관계자는 “전체 전공의 약 300명 중 100명 정도 되는 인턴과 4년차 전공의가 출근하지 않았다. 하지만 외래진료는 교수들이 담당하고 금요일은 외래진료 건수가 많지 않아 큰 문제는 없었다”고 전했다.
근무인원 중 전공의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응급실에선 진료가 지연되는 바람에 일부 경증환자는 동네 의원이나 2차병원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 근무하는 전문의는 “보통 인턴 세명, 전공의 세명과 함께 일곱명이 응급실 진료를 맡는데 오늘 절반이 빠졌고, 다음주에는 혼자 근무하게 된다”며 “인원이 부족한데다 최근엔 코로나19로 방역복까지 갈아입는 시간이 추가돼 진료 시간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의대정원 확대 방안 등 정부 의료 정책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이 순차적 파업에 들어간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학로 서울대학교병원 본관 입구에서 서울대 의과대학 의학과 3학년 학생들도 파업에 동참 실습과 수업을 거부하며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외래·응급진료에서 큰 혼란은 없었지만 일부 중증환자들의 수술 일정이 조정되면서 환자 가족들 사이에선 걱정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오는 31일 어머니의 췌장암 수술을 앞두고 있었다는 ㄱ씨는 “대학병원이 전공의 휴진을 이유로 어머니의 수술 연기를 통보했다. 일방적인 통보라 황당하다. 다른 의료기관을 찾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주말을 거치며 집단휴진 규모가 커짐에 따라 각 병원은 수술 일정을 조정하고 나섰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오늘은 10건 미만의 수술 일정 조정이 있었지만 24일엔 더 변경해야 할 것 같다”며 “전공의 휴진이 다음주까지 이어지면 수술 건수를 줄이고 신규 입원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서울성모병원도 마취과 전공의 휴진에 따라 다음주부터 수술 건수를 30~40% 줄일 계획이다.
전공의의 집단휴진으로 담당 업무가 전문의와 간호사, 임상병리사 등 다른 인력에게 전가됨에 따라 현장 의료진의 피로도가 쌓이는 것도 큰 문제다. 전공의들이 병원에서 주로 맡았던 △방역(코로나 선별진료소) △응급실 진료 △수술실 운용업무 차질이 장기화 되면 의료공백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재호 오연서 박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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