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정원 확대 방안 등 정부 의료 정책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이 순차적 파업에 들어간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학로 서울대학교병원 본관 입구에서 서울대 의과대학 의학과 3학년 학생들도 파업에 동참 실습과 수업을 거부하며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의사들의 집단휴진으로 인한 ‘의료 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 21일에는 인턴과 레지던트 4년차 등 전공의들이 파업에 들어갔고, 22일 레지던트 3년차, 23일 1~2년차가 차례로 진료에서 손을 뗀다. 24일부터는 전임의들도 동참한다. 모든 응급의학과 전공의와 전임의들은 연차와 관계없이 21일부터 집단휴진에 나섰다. 동네 개원의 중심인 대한의사협회(의협)는 26~28일 집단휴진을 예고한 상황이어서 26일부터는 상당수 병원에서 진료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코로나19 대유행에다 집단휴진 장기화까지 겹치면 환자 생명을 위협하는 ‘의료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집단휴진이 본격화한 21일에도 정부와 의사단체들의 입장 차이는 컸다. 의사단체들은 △의대 정원 확대 △한방 첩약에 건강보험 적용 등의 정책에 반발하고 있다. 이날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협의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적어도 정책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의협 쪽에서 ‘전면 철회’가 전제되지 않으면 집단행동을 하겠다고 결정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의협은 기자회견을 열어 “의대 정원 확대 등을 철회하면 파업을 잠정 유보하겠다”고 밝혔다. ‘철회’가 먼저냐, ‘협의’가 먼저냐를 두고 맞서는 꼴이다.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보건복지부나 지방자치단체는 의료법에 따라 의료인에게 진료 현장에 복귀하라고 명령할 수 있다. 정당한 이유 없이 이를 따르지 않으면 최대 3년 이하의 징역,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의사면허까지 취소될 수 있다.
집단휴진 첫날인 21일 진료 차질이 크게 빚어지진 않았다. 수술과 진료 일정 등을 조정하고, 전문의 등이 전공의들의 빈자리를 채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당수 의사들이 집단휴진하는 26일부터가 문제다.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전공의와 전임의가 전체 의사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이들 병원에는 특히 촌각을 다투는 중환자와 응급환자가 몰리기 때문에 과부하가 걸릴 수 있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는 “우선순위를 정해서 경증 환자는 동네의원이, 응급 중환자는 종합병원이 진료하는 방식으로 체계 자체를 바꿔야 한다”며 “의료체계가 붕괴하지 않도록 중환자 진료비 건강보험 수가를 한시적으로 올려주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고령층 확진자가 많아지면서 코로나19 위·중증 환자가 늘어나는 추세도 ‘의료 공백’을 우려하는 이유다. 위·중증 환자는 21일 18명으로, 전날보다 6명 늘었다. 이들은 파업의 영향이 큰 상급종합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김대희 인천성모병원 교수(응급의학과)는 “코로나 때문에 방호복을 입는 등 가뜩이나 힘들어진 상황에서, 응급실에 전공·전임의가 없는 상태로 일주일은 버틸 수 있지만 파업이 장기화되고 대유행으로 가면 답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황예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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