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제주에서 모든 도민 대상의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무료 예방접종이 시작되자, 제주시 한 의원 앞에 백신 접종을 하려는 시민들로 긴 줄이 생겼다. 상온 백신 파동 이후 이날 국가사업 접종도 재개되자 어린이를 데리고 나온 시민도 있다. 연합뉴스
“만 13~18살만 접종 가능하고, 12살 이하 독감 백신은 유·무료 전부 떨어졌어요.” 13일 서울 마포구의 한 소아과 간호사는 이렇게 설명했다. 병원 자체적으로 미리 백신을 충분히 확보해두지 않은데다, 100만개가 넘는 백신이 회수되는 등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탓이다. 아이를 데리고 병원을 찾았던 부모들은 인근 다른 병원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날부터 만 13~18살 청소년을 대상으로 독감 백신 무료 예방접종 사업이 재개됐지만, 일선 병·의원에서는 여전히 혼란이 가시지 않고 있다.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문제가 발생해) 회수된 백신이 약 100만개이고, 제조사가 여유분으로 추가 출하 승인을 신청한 백신이 40만개 정도”라며 애초 생산계획보다 백신 물량이 33만여개 부족해진 것에 대해 설명했다. 추가 생산된 40만개와 질병관리청이 예비 물량으로 보유하고 있는 34만개를 합치면 총 74만개가 되므로, 회수된 백신 부족분을 어느 정도 채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앞서 식약처와 질병청은 유통 과정에서 적정 온도를 벗어난 백신(48만개)과 백색 입자가 발견된 백신(61만5천개)을 모두 수거한 바 있다.
정부는 독감 백신이 크게 부족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질병청은 “수거·회수량을 감안하더라도 지난해보다 전체 물량이 467만개 증가한 상황”이라며 “상당수 물량이 의료기관에 공급됐고 이번주까지 대부분 공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소아과 등 일부 병원에서 백신이 부족한 이유에 대해서는 “의료기관이 백신을 자체 구매하는 과정에서 편차가 발생해 백신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곳이 있다. 질병청이 보유한 예비물량 34만개를 공급해 부족분을 채우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성인용 백신과 달리, 만 12살 이하 어린이용 백신은 의료기관이 유통업체한테 자체 구매한 뒤에 정부가 가격을 보상해주는 방식이어서, 일시적인 부족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황예랑 권지담 기자
yrcom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