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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질병청 “접종-사망 인과성 낮아…올 사망 규모 이례적 아냐”

등록 2020-10-25 20:00수정 2020-10-26 08:28

26일부터 예정대로 62살~69살 접종

신고된 사망자 48명 중 26명
‘기저질환 등이 악화 요인’ 확인돼
동일 제조번호 백신 계속 사용키로

정은경 “지난해엔 노인 1500명 숨져
인과성 무관 접종 후 사망자 수” 강조

정세균 총리 “전문가들 판단 존중”
서울 영등포구·포항시도 접종 재개
독감 백신 접종 뒤 사망한 사례가 잇따라 나와 국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23일 낮 서울 강동구의 한 내과에 독감 접종 중단 안내문이 붙어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독감 백신 접종 뒤 사망한 사례가 잇따라 나와 국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23일 낮 서울 강동구의 한 내과에 독감 접종 중단 안내문이 붙어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질병관리청(질병청)은 23~24일 전문가들이 참여한 예방접종전문위원회를 잇따라 열어, 인플루엔자(독감) 예방접종과 신고된 사망 사례 간의 인과관계가 매우 낮은 것으로 판단했다. 숨진 이들의 의무기록이나 부검 결과를 살펴보니 백신으로 인한 사망 징후는 찾을 수 없었고, 일부는 뇌혈관 또는 심장 관련 질환 악화 등으로 사망한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에 보건당국은 독감 예방접종을 중단하지 않는다고 재차 밝혔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5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전문가들의 과학적 판단을 존중해 예정된 일정대로 만 62살부터 69살 어르신에 대한 접종을 26일부터 시작한다”고 말했다.

동일 제조번호도 인과관계 있어야 중단

질병청은 지난 24일 낮 1시 기준으로 독감 백신 접종 뒤 사망한 사람은 모두 48명이라고 밝혔다. 개별 사망 사례를 검토한 결과, 26건은 인과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판단했다. 예방접종 피해조사반의 김중곤 반장(서울의료원 소아청소년과장)은 전날 질병청 브리핑에서 “(1차 부검에서 확실하게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된 6명을 제외한) 20명도 ‘백신이 사망에 이르게 하지 않았다’는 1차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질병청은 또 동일한 제조번호의 백신을 맞고 사망한 경우가 나왔지만, 접종 중단에 해당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정은경 질병청장은 “사망과 백신 간 인과성이 없어 사용 중지를 검토하지 않기로 했다”며 “사용하고 있는 제조번호가 200개 정도고 하나의 제조번호가 약 15만명 전후의 백신을 생산한다. 이런 상황에서 인과관계가 불분명한데 중증 이상반응 신고만 돼도 중단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사망 신고가 접수된 48명 가운데, 같은 제조번호의 백신을 맞은 사례는 12건, 모두 27명(번호당 2~4명씩)이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올해 사망신고 이례적이라 볼 수 없어

백신 접종 뒤 나타나는 중증 이상반응은 아나필락시스와 길랭-바레 증후군이다. 질병청은 길랭-바레 증후군이 통상 접종 2∼3일 뒤부터 근력마비 증상이 서서히 나타나기 때문에, 주로 접종 뒤 24시간 이내에 사망하는 아나필락시스(급성 과민증상) 여부를 검토했다고 밝혔다. 최종 사인 규명 전에도 백신과 연관성이 낮다고 보는 이유는 숨진 이들에게서 접종부위 염증 등 아나필락시스 징후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김중곤 반장은 “보통 접종 20∼30분 뒤 발생하는 아나필락시스도 긴급 조처를 취하면 별다른 문제나 후유증 없이 치료된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질병청은 올해 예방접종 뒤 사망자 규모가 예년보다 많다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질병청은 지난해 7월~올해 4월 기준, 사망하기 전 7일 안에 독감 예방접종 기록이 있는 65살 이상 노인은 1531명(총접종자 약 668만명)이었다고 밝혔다. 정은경 질병청장은 “이는 예방접종 인과성과 상관없이 접종 뒤 숨진 사람의 수”라고 강조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예방의학교실)는 페이스북을 통해 인과성을 따지지 않고 접종 뒤 사망 사건을 나열만 하는 것은 “논리적 결함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연간 30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10월 무렵 일평균 사망자 수는 매일 약 1천명으로 추정된다. 독감 예방접종률을 약 50%라고 가정하고, 접종의 시기를 두달 정도라고 한다면 매일 전체 인구의 약 1%가 예방접종을 받는다”며 “이는 10월 일평균 사망 건수 1천건의 1%에 해당하는 값(약 10건의 사망)만큼이 접종 1일 안에 사망자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청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2013년 미국 예방의학회지에 실린 연구 결과도 제시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65∼74살은 백신 접종 뒤 7일 안에 10만명당 11.3명이, 75살 이상은 23.2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보고 감시하고 있다”며 “올해 국내 예방접종 뒤 사망자 숫자가 예년에 비해 많이 늘었는지를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백신으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모니터링한 해당 논문은 접종 직후보다 30일, 60일 이내로 갈수록 사망률이 증가했고 85살 이상 고령층 사망률이 두드러졌으며, 통계청 상위 15개 사망 원인 중 11개가 겹친다고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백신 접종자의 사망률이 전체 인구의 사망률보다 낮았고 사인도 유사했다는 것이다.

■ 접종 중단 안내 영등포구·포항시도 재개

질병청은 예방접종 사업을 중단 없이 계속할 방침이다. 대한의사협회 등 일부에서 접종 일시 중단을 권고하고 있지만 그럴 만한 단계는 아니라는 판단이다. 앞서 예방접종을 보류하라고 관내 의료기관에 안내했던 서울 영등포구와 경북 포항시도 26일부터 접종을 재개하기로 했다.

정은경 청장은 “접종자 분산을 위해 접종 일정을 일부 조정할지 검토했으나 (조정)하지 않는 게 혼선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 많은 위원들의 판단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이미 12살 이하는 70% 이상, 13∼18살 약 50%, 70살 이상은 66%가 접종을 마쳤다는 점도 고려한 결과다. 정 청장은 “현재 일정은 11월 중순에 내려진 독감 유행주의보에 앞서 항체 형성 기간을 고려해 잡은 일정”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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