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에서 작업자 2명이 유독가스를 마시고 쓰러져 출동한 119 대원이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다. 울산소방본부 제공
지난달 노동자 2명이 유독가스에 질식해 숨지는 산업재해 사고가 난 고려아연 온산제련소가 추락·끼임 예방 설비를 하지 않는 등 214건의 안전보건 조처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2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윤미향 의원(무소속)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노동부는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특별감독을 통해 사법조처 지적사항 214건을 적발했고, 과태료 2억900만원을 부과했다. 이번 특별감독은 지난달 30일 온산제련소 작업자 2명이 사망하는 등 최근 고려아연에서 중대재해가 연속해서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특별감독은 지난 7일부터 16일까지 8일 동안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주관으로 진행됐다.
특별감독 결과를 보면, 추락위험 장소에 안전난간 작업발판 미설치, 개구부 덮개 미설치 등 추락예방조처 불량 67건이 적발됐다. 컨베이어 등 기계 기구의 회전부 방호조치 미실시 등의 끼임 예방조처 불량 32건, 발끝막이판 미설치 등의 낙하·부딪힘 예방조처 불량 31건 등도 지적됐다.
노동부는 이번 감독을 통해 2016년 온산제련소에서 발생한 황산누출사고(2명 사망, 3명 화상) 발생 이후 고려아연이 적절한 조처를 했는지도 분석했다. 고려아연은 당시 5년 동안 3천억원을 투입해 안전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노동부 조사에서 이 대책 실행은 크게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사고 이후 고려아연은 안전보건팀을 안전관리실로 격상했지만, 안전보건 관련 자격자는 안전관리인력 27명 가운데 14명에 그쳤다. 안전관리실에서는 현장부서로 안전관리계획 등을 단순 통보만 한 뒤 이행 여부에 대한 주기적인 점검은 부족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기준 사내 담당부서에서 지출한 안전보건교육 훈련비는 전체 영업이익의 0.004%였고, 집행 실적은 모두 합쳐 1400만원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1인당 투입비용은 7415원에 불과했다.
노동부는 특별감독 결과를 바탕으로 사법처리, 과태료 부과, 시정명령 등의 후속 조처를 이어갈 계획이다. 윤미향 의원은 “고려아연은 지난 10년간 14명의 노동자가 사망하고 57명의 노동자가 부상을 입는 등 매년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이다. 이번 특별감독 결과를 통해 사업장 안전관리가 여전히 부실함이 드러났다”며 “끊이지 않는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정부의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중대재해법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시행령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고려아연 쪽은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외부강사 초빙교육을 못해 교육비가 적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지난해 안전교육 시간은 1인당 38.5시간이었고, 교육 비용은 4622만원으로 1인당 3만6400원이 집행됐다. 노동부 조사 결과(1인당 7415원)는 회사 전체가 아닌 안전관리팀에서만 집행한 금액”이라고 해명했다.
박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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