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중대재해 노동자 합동추모제가 열려 무대 앞에 올해 산재로 숨진 노동자들의 영정이 놓여져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한 회사의 경영자가 산업재해를 예방하려면 이제까지 사내에서 발생한 산재 사고 및 산재로 이어질 뻔했던 사고를 전수 조사하고 재발방지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는 정부 의견이 나왔다.
고용노동부는 19일 이런 내용을 담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가이드북’을 배포했다. 앞서 지난달 정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입법예고안을 발표해 경영자에게 산재 예방 목적의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도록 정했지만 그 체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았다. 이에 시행령이 다듬어지는 동안 산업현장에서 참고할 수 있는 자료를 정부가 만든 것이다.
가이드북을 보면, 정부는 산재가 발생한 사업장에 대해 △이제까지 발생한 산재 사고와 산재로 이어질 뻔했던 사고(아차사고)를 전수조사하고 △사업장 내의 모든 기계와 설비의 위험 요소를 파악하며 △이를 조사하는 과정에 현장 작업자를 반드시 포함시킬 것 등을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의 예시로 들었다. 또 이런 과정을 거쳐 위험요인이 발견되면 이를 제거하거나 다른 요인으로 대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예산이나 기술 부족으로 이행하기 어렵다면 작업을 허가제로 바꾸거나 방호울을 설치하는 식으로 위험요인을 작업자로부터 떨어뜨릴 수 있는 조처를 해야 한다.
상당수 기업들은 이런 절차를 갖추고 있다. 각 기업 안전 담당 부서는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안전을 담당하는 부서가 원인을 조사해 문건으로 남기고 형식적으로라도 작업자 의견을 청취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정부가 안전 관련 조처를 총망라해 가이드북으로 정리한 것은 중대재해법 시행령 제정까지 1∼2개월의 시일이 소요되는 동안 영세사업장을 포함한 기업들이 미리 준비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앞서 경영자총협회 등 경영단체는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며 법 시행을 6개월 미뤄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중대재해처벌법과 시행령은 내년 1월 시행된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시행령의 안전보건관리체계가 무엇인지에 대한 법 해석은 시행령 공포 이후에 관련 부서가 내겠지만 그 전부터 기업들이 준비할 수 있도록 내용을 정리했다”며 “앞으로 만들어질 법 해석 매뉴얼도 가이드북의 내용과 상당부분 겹칠 것”이라고 말했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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