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찾기유니온과 민주노총,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6월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의 공휴일 쉴 권리와 근로기준법의 5인 미만 사업장 적용 제외 조항의 개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계약 형식과 관계없이 일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노동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을 개정하거나 ‘일하는 시민의 기본법’으로 새 판을 짜자는 제안이 노동계와 진보정당에서 나와 국회에서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6일 노동운동단체인 권리찾기유니온은 지난 6월 입법제안운동을 했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7일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정한 근로자의 정의(근로기준법 2조)를 ‘타인에게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넓히는 것이 뼈대다. 이 법을 적용받지 않으려면 △노무 제공자가 사용자의 지시 밖에 있고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으며 △본인의 계산으로 독립된 사업을 영위하지 않는 등 개인사업자로서의 조건을 갖춰야 한다. 이렇게 되면 방송작가나 학습지 교사 등 사실상 노동자나 다름없는데도 개인사업자로 잘못 분류된 이들이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 이제까지는 이들이 출퇴근기록 등 증거를 모아 스스로 노동자임을 입증해야 했지만 법이 바뀌면 개인사업자임이 명백하지 않은 한 노동자로 인정될 수 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근로기준법을 폐지하고 일하는 사람 모두를 포괄하는 새 법안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심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정의당 대통령 선거 후보 경선 주자로서 노동 공약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기업의 규모와 노동형태, 노동시간 등으로 노동자를 차별하고 고용관계로만 노동권을 규정하는 노동법은 대폭 손질을 해야 한다”며 “일하는 시민 모두를 위해 근로기준법을 폐지하고 ‘일하는 시민의 기본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사용자와 종속 관계에 놓인 노동자뿐만 아니라 홀로 자유롭게 일하는 프리랜서 및 1인 자영업자까지 포괄한다는 점에서 강 의원의 안과 차이가 있다. 앞서 성남시도 지난해 ‘일하는 시민’에 프리랜서와 1인 영세 자영업자를 포함해 노동권 보호 조례를 도입했다.
심 의원 안에 의하면, 웹툰작가나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등 홀로 일하는 이들도 노동조건이나 수수료, 휴식권 등에 있어 계약 상대방과 자유롭게 교섭할 가능성이 커진다. 다만 노동자가 무엇인지부터 새롭게 정의하는 법안은 노사의 치열한 줄다리기로 제정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두 의원의 안과 달리 플랫폼종사자보호법 등 각 산업별로 업무 특징을 반영한 노동법을 별도로 정하자는 안도 있다. 다만 이럴 경우
자칫 현행 법으로도 노동자임이 분명한 이들까지 애초 근로기준법에 보장된 기존 권리를 잃을 수 있다는 노동계 반발도 있다. 예를 들어 배달기사가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으면 부당한 해고를 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지만, 플랫폼종사자보호법을 적용받으면 일정 기간 전에 해고 사유를 통지하기만 하면 해고가 가능해지는 식이다. 원칙적으론 둘 중에 노동자에게 유리한 법을 적용 받을 수 있다지만 현실에선 사실상 플랫폼종사자보호법을 적용 받게 될 거라는 게 노동계 우려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입법 과정에서 가장 바람직한 논의는 프리랜서, 독립노동자 등 일하는 시민 모두를 위한 제정법으로 확대하는 것이지만 제정에 시간이 걸린다면 제한적으로 근로기준법 2조를 개정하거나 각 산업별로 하위법령을 만들어 각 제도끼리 서로 보완하게 할 수 있다”며 “조만간 대선을 앞두고 노동 관련 의제로서 활발히 논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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