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낮 한 배달기사가 서울 마포구의 한 도로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정부가 근로기준법 등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플랫폼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플랫폼 종사자 보호법’을 올해 안에 제정하려고 추진 중인 가운데, 해당 법안이 세계적인 흐름을 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유럽의회는 지난 9월16일 ‘배달·운전 종사자의 공정하고 평등한 사회적 권리 보장을 위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 결의안은 ‘플랫폼 노동자도 전통적인 노동자와 같은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 기본 전제다. 아울러 법원이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판단할 때 입증 책임을 노동자가 아니라 사용자(기업)가 지도록 했다. 유럽의회는 올해 안에 이와 관련한 입법 지침을 마련할 계획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도 노동자성 판단 기준을 세가지로 간소화하고, 역시 입증 책임을 사용자에게 지운 에이비(AB)-5 법률을 지난해 1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스페인은 지난 8월부터는 음식배달 플랫폼 노동자를 아예 노동자로 추정하는 ‘라이더법’을 시행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플랫폼 노동자 보호를 위한 정책이 마련되고 있다. 내년 1월1일부터 퀵서비스(배달), 대리운전 기사들의 고용보험 가입이 의무화되고, 산업재해보상보험 가입의 걸림돌로 지적됐던 ‘전속성 기준’이 폐지된 산재보험법 개정안도 발의된 상태다.
지난 3월 발의된 ‘플랫폼 종사자 보호법’도 플랫폼 운영자에게 서비스 내용과 이용 수수료 부과 기준 및 절차, 계약 기간과 해지 사유 등이 규정된 서면계약서 체결 의무와 일감 배정이나 보수 등의 정보 제공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 내용들은 지난해 10월부터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배달대행 위·수탁 표준계약서’에 담긴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게다가 플랫폼 업체가 이를 위반했을 때 처벌 조항이 과태료 500만원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플랫폼 노동자를 노동자로 보고, 플랫폼 기업을 사용자로 보는 노동법적 포섭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윤애림 서울대 법학연구소 책임연구원(노동법)은 “플랫폼 종사자 보호법은 노동법상 사용자로서 책임을 져야 하는 플랫폼 기업에 아주 낮은 수준의 책임만 부과하고 있다”며 “특수형태근로종사자라는 개념이 생긴 뒤부터, 해당 업종에 대해서는 노동자인지 아닌지를 따지지 않고 무조건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보는 문제가 생겼는데, 법이 통과되면 플랫폼 노동자도 마찬가지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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