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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헤드랜턴 받는데 아직도 6개월…돈 드는 안전엔 “어렵다” 답변만

등록 2021-12-06 04:59수정 2021-12-06 07:30

[김용균 3주기] 발전소는 달라졌을까
일부 개선됐지만 원·하청 위계 여전, 한 두달짜리 소모품도 제때 못 받아
한전산업개발 재공영화도 ‘제자리’…“버티면 안해도 된다 선례 남길 우려”
2018년 12월 김용균 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현장조사가 열려 한 노동자가 탄을 치우기 위해 좁은 틈으로 진입을 시도하는 모습을 재연하고 있다. 김용균씨의 죽음 이후 낙탄 제거 작업에는 무인 낙탄 회수 설비와 물 세척 장비가 도입되는 등 일부 시설이 개선됐다. 태안화력 시민대책위 제공
2018년 12월 김용균 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현장조사가 열려 한 노동자가 탄을 치우기 위해 좁은 틈으로 진입을 시도하는 모습을 재연하고 있다. 김용균씨의 죽음 이후 낙탄 제거 작업에는 무인 낙탄 회수 설비와 물 세척 장비가 도입되는 등 일부 시설이 개선됐다. 태안화력 시민대책위 제공

“시설은 개선됐지만 하청 노동자 신분은 여전하다.”

김용균씨(이하 김용균) 사망 이후 화력발전소에 찾아온 변화를 노동자들은 이렇게 요약했다. 사고 당시 지적된 안전시설 미비점은 어느 정도 해결했지만, 이들을 사고로 내몬 원·하청의 위계 구조는 여전하다는 것이다.

 헤드랜턴 받으려면 아직도 6개월

3년 전 사고가 발생했던 낙탄 처리 공정은 발전5사 모두 시설이 개선됐다. 노동자가 홀로 하던 낙탄 제거 작업에는 무인 낙탄 회수 설비와 물 세척 장비가 도입됐다. 신체가 말려 들어갈 위험이 있는 컨베이어벨트 구간엔 안전펜스가 설치됐다. 탄 쌓이는 속도를 따라가려면 여전히 노동자가 삽을 들고 점검구 안으로 들어가야 하지만, 그럴 때는 설비를 멈추는 것으로 원칙을 정했다.

그러나 원청-하청 간 위계와 이로 인한 안전 사각지대는 여전히 존재한다. 예를 들어 2018년 12월 입사 3개월차였던 김용균은 헤드랜턴을 지급받지 못해 휴대폰 불빛으로 점검구 안쪽을 비추다 사고를 당했는데, 지금도 발전5사의 상당수 하청업체는 한두달 쓰면 망가지는 헤드랜턴을 6개월에 한번만 지급한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는 작업자 ㄱ씨는 “아침마다 ‘830회의’라는 미팅이 있다. 여기서 간단한 요구사항은 들어주지만 낙탄 회수 설비 추가 설치나 설비 중단에 따른 작업량 조정 요구는 비용이 많이 들어서인지 ‘어렵다’는 답변을 자주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현장에 필요한 안전 수준이 100%면 실제 충족되는 건 20%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3년 지나도 정규직화 안 됐다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특조위)는 일찍이 이런 현상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발전소 연속 공정을 외주화”하면서 파생된 위험이라고 봤다. 이에 발전소 연료·환경 운전 업무는 발전회사 직접고용을, 발전소 유지·보수 작업인 경상정비 업무는 한전케이피에스(KPS)로 재공영화할 것을 주문했다.

당정은 2019년 2월 연료·환경 설비 운전원 공공기관 정규직화를 “조속히 완료”하겠다고 밝혔으나, 10개월 뒤 발전사 직접고용이 아닌 한전 자회사 고용으로 가닥을 잡았다. 경상정비 노동자는 정규직화에서 아예 제외했다. 또 이미 민영화돼 상장한 한전산업개발을 한국전력 자회사로 재공영화한다는 계획을 세우면서도 반발하는 주주들을 설득하고 재공영화를 가능케 하는 실무는 하지 않은 채 노동자-발전5사-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협의체에 실무를 일체 맡겼다. 정부는 한전에 한전산업개발 주식을 매입할 권한을 부여하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지난해 10월에야 열었다. 한전산업개발 대주주인 자유총연맹과 한전의 지분거래는 아직도 이뤄지지 않았다.

 비정규직·노무비 착복 여전

노동자들이 정규직화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동안 현장엔 비정규직이 넘쳐났다. 발전5사의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과 한전산업개발은 김씨가 단독 근무해 사고가 났던 연료·환경 운전 업무를 2인1조 체제로 바꾸기 위해 411명을 채용했다. 상당수는 수개월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는 ‘프로젝트 계약직’이다. 정규직화가 언제 이뤄질지 모른다며 하청업체가 한시적으로 뽑았는데, 관련 절차가 더뎌지면서 비정규직이 양산됐다.

연료·환경 운전원의 임금 착복도 그대로다. 3년 전 한국서부발전이 하청인 한국발전기술에 연료 운전원 노무비로 지급한 돈 522만원 가운데, 김용균이 실제로 받은 돈은 226만원이었다. 당정은 2019년 하청 노동자의 노무비 계좌를 별도로 만들게끔 하는 ‘적정 노무비 지급 시범 사업’을 경상정비원에 한해 시행했지만, 연료 운전원에 대해선 ‘정규직화 대상’이라는 이유로 시행하지 않았다.

노동 처우가 개선되지 않으면 숙련공이 남지 않고, 산재 위험도 증폭된다. 태안화력발전소 현직 노동자 ㄴ씨는 최근 <한겨레>에 “작업환경이 말도 안 되게 열악한데 월급은 220만원 수준으로 너무 적어서 이직이 잦았다. 2019년 정규직 전환 방침 이후 이직률이 크게 낮아졌는데, 진척이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연료 운전원도 별도 계좌로 지급하는 안을 논의하긴 했으나 정규직화 절차가 진행 중이어서 어려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규직화 논의 지연에 대해선 “실무 절차에 시일이 걸렸다”고 말했다.

신다은 박태우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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