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노동

임금체계 개편 ‘눈치 본 10년’…현대중 판결 이후 재시동 걸까

등록 2021-12-19 20:09수정 2021-12-20 02:32

대법 통상임금 판결, 변화 지렛대 되나

상여금 치우친 기형적 임금체계
기업, 각종 수당 적게 주려는 셈법
이번 판결 계기로 개편 도마 올라

MZ세대 연공서열 기본급 불만
“연차 아닌 성과 기준으로” 목소리
현대중공업 노조 쪽이 16일 대법원 앞에서 통상임금 판결에 환영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법은 이날 노조 승소 취지로 판결했다. 연합뉴스
현대중공업 노조 쪽이 16일 대법원 앞에서 통상임금 판결에 환영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법은 이날 노조 승소 취지로 판결했다. 연합뉴스

“(통상임금 변경으로 인한) 추가수당 지급 여부를 판단할 때는 일시적인 경영 악화만이 아니라 기업의 계속성과 수익성, 경영상 어려움을 예견하거나 극복할 가능성이 있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대법원은 지난 16일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 소송에서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주며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을 적용할 때엔 미래의 경영상황까지 살펴야 한다고 판결했다. 기업은 그동안 경영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신의칙을 주장하며 노동자들의 통상임금 소급분 지급을 외면해 왔는데, 대법원이 기업의 이런 편법에 사실상 제동을 걸었다. 기업으로선 임금체계를 개편할 필요가 커진 것이다.

‘정기상여금 600%, 연말특별상여금 100%, 명절(설·추석) 상여금 100%’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받은 상여금이다. 현대중공업 등 제조 대기업들은 기본급을 줄이고 상여금을 많이 지급하는 방식으로 임금을 지급해왔다. 기본급을 낮추면 이에 연동된 연장·야간·휴일수당 등을 적게 지급할 수 있다는 셈법에 만들어진 편법적인 임금 체계다.

기업은 입사 연차에 따른 연공급 중심의 기본급을 책정하면서도 개인·조직 성과에 따라 지급하는 성과급(상여금)을 기본급보다 더 많이 지급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정작 각종 수당을 지급할 때는 상여금 등은 수당 지급의 모수가 되는 ‘통상임금이 아니다’며 인정하지 않은 탓에 노사 갈등으로 번질 수밖에 없었다. 2013년 12월 대법원이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을 통상임금의 기준으로 확정한 뒤에도, 기업은 ‘신의칙’을 이유로 경영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각종 수당의 차액 지급을 거부했다. 하지만 이번 대법원 판결 등으로 신의칙을 통한 임금 낮추기가 어려워졌다. 기업들은 송사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기존의 복잡한 수당체계 중심의 임금체계를 청산하고 기본급을 늘리는 방식으로 임금을 개편할 가능성이 커졌다.

핵심은 무엇을 기준으로 기본급을 설계하느냐다. 기존의 연공서열형 기본급 체계는 이른바 엠제트(MZ)세대라 불리는 회사 내 젊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이미 문제가 제기됐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기본급 비중을 높이려는 방향으로 임금체계가 개편될 가능성이 큰데 문제는 늘어난 기본급의 기준을 과거처럼 연공서열로 할 수 있냐는 것이다”며 “기업은 노동자의 생산 의욕이 떨어진다고 볼 것이고, 노조는 연공서열을 문제삼는 목소리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직무급제나 직능급제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임금체계 개편 논의가 시작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임금체계 개편 관련 연구를 꾸준히 한 유규창 한양대 교수(경영대학)는 “연공서열형 급여체계는 인재 유치가 어렵고 고령자 임금 부담도 커 계속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직무급제를 비롯해 임금 체계 개편을 고민할 때가 왔다. 공공부문이 먼저 장기 로드맵을 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직무급제를 개별사업장별로 적용하는 데는 반대한다. 오기형 금속노조 조사통계부장은 “직무급제의 취지는 같은 종류의 노동을 하면 사회적으로 비슷한 수준의 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것인데, 개별 사업장별로만 임금이 정해지면 기업에 따라 노동자의 임금 격차만 심해질 뿐”이라며 “(임금체계 개편은) 사회적 논의를 통해 업종별 적정 임금을 논의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