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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사고 사망 최다 공공기관’ 한전서 숨진 노동자, 1명 빼고 전원 ‘하청’

등록 2022-01-04 17:17수정 2022-01-05 02:35

결혼 앞둔 한전 하청 노동자
11월 전봇대 작업 도중 감전

지난해 8명·최근 5년 39명 사망
이 가운데 1명 제외 전원 ‘하청’

고용노동부, 산안법 위반 적발
한전·하청사 과태료 3480만원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공공기관 가운데 사망사고가 가장 많은 한국전력에서 또 한 명의 하청 노동자가 전신주 작업을 하다 감전으로 사망한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다.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이하 성남지청)은 지난 11월5일 경기 여주시에서 한전 하청 노동자 김아무개(38)씨가 전봇대에 올라가 개폐기 조작 작업을 하다가 고압 전류에 감전돼 치료를 받다 사망에 이른 사건과 관련해 지난달 27일 한국전력 지사장(안전보건총괄책임자)과 하청업체 현장소장 등을 절연용 보호구 미지급 등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4일 밝혔다.

김씨는 사고 당시 홀로 작업 중이었고 김씨가 안전하게 작업하는지 관리감독하는 ‘지상감시자’는 없었다. 한국전력은 활선작업이나 충전부 근접 작업, 고소작업 등을 할 때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지상 감시자’(2인1조)를 두도록 안전작업수칙에 규정했는데, 이를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 성남지청은 김씨가 맡은 작업이 2인1조에 해당하는 업무였는지 파악하고 있다. 김씨는 전기공사 관련 업무 경력이 7년 있었고, 사고가 발생한 하청업체엔 지난해 1월 입사했다고 성남지청은 파악했다.

석원희 전국건설노조 전기분과위원장은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개폐기 조작 작업을 할 때는 전선과의 거리를 최소 2미터는 둬야 하는데, 실제 그렇게 작업하는지 감독하는 지상 감시자가 현장에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고소작업차가 배치되지 않은 것 때문에도 작업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 당시 김씨는 전기작업에 쓰이는 절연고소작업차 없이 직접 전봇대 위로 올라가 작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남지청 조사 결과 하청업체는 김씨에게 절연용 장갑이 아닌 일반 면장갑을 지급했고 전기 작업을 지시하면서도 작업계획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을 보면 사업주는 전기 작업을 지시할 때 전기 위험 요인을 파악하고 절연 보호구 준비 등 점검사항을 담은 작업계획서를 작성해야 한다. 또 작업자의 신체가 전기 기계 등의 충전부에 접촉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이 의무도 다하지 않았다.

한국전력 역시 작업을 맡긴 하청업체의 재해 예방 조치 여부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등 원청이 해야 할 법적 의무를 다하지 않은 정황이 있다고 성남지청은 봤다. 해당 개폐기 조작 업무는 원청인 한국전력이 전봇대가 있는 주소를 하청업체에게 알려주면 하청 노동자가 그 장소로 가서 일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성남지청은 김씨 사망 직후인 지난 11월29일부터 12월14일까지 진행한 한전 및 하청업체 재해조사와 산업안전감독에서도 두 회사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을 여러 건 적발하고 총 과태료 3480만원을 부과했다.

한국전력이 매년 공시하는 ‘안전경영책임보고서’를 보면 한국전력에서 지난 한 해 사고로 숨진 사망자는 8명으로, 공공기관 가운데 사고사망자가 가장 많다. 본사 직원은 1명 뿐이고 나머지 7명은 모두 ‘발주사’로 분류된 하청 직원이었다. 2016∼2020년 사고 사망자는 39명인데, 이 역시 본사 직원은 단 한 명 뿐이었고 38명이 발주사 직원이었다.

노동부는 지난달 16일 한국전력에 사망사고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고 이를 이행하도록 지도했다고도 밝혔다. 당시 한전이 제출한 재발방지책은 △소규모 현장에 대한 한전의 직접 안전관리 △전신주 설치 시 간접 활선 공법 선택 △추락방호망 설치 등이다. 한전 관계자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고용노동부가 수사 중인 사안이라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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