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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노조 선거 부실관리·회사 개입”…KT 직원들 ‘부글’

등록 2022-02-17 04:59수정 2022-02-17 09:59

노조, 구체적 선거결과는 물어봐야 공개
KT가 개발한 전자투표도 도입에 ‘미적’
직원들 “직책자들이 선거 개입” 주장
회사쪽 “노조활동에 개입한 바 없다”
케이티 노조 누리집.
케이티 노조 누리집.
한국노총 케이티(KT) 노동조합이 투표율이나 득표율과 같은 기본적인 선거결과를 공개하지 않아 직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케이티 노조의 ‘선거부정’ 의혹은 십여년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으나, 이번엔 이른바 ‘엠제트(MZ)세대’ 직원들이 노조의 문제점을 대대적으로 지적하고 나섰다.

16일 <한겨레>의 취재를 종합하면, 스스로를 ‘엠제트’ ‘주니어’라 칭하는 케이티 직원들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케이티 노조 대의원 선거의 ‘부정 의혹’에 관한 제보를 받은 뒤, 이를 고용노동부·국회의원 등에게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케이티 노조는 지난 11일 245명의 대의원을 선출하는 선거를 지부별로 진행했다. 노조 대의원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라 조합원 총회를 갈음할 수 있는 의결기구인 ‘대의원회’의 구성원이다. 이 때문에 노조법은 노조 운영의 민주성을 담보하기 위해 대의원을 직접·비밀·무기명 투표로 선출할 것을 규정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노조는 대의원 선거 결과를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통상적인 선거는 전체 선거인수와 투표자수, 득표현황, 당선자를 공고하는 것이 상식이지만, 케이티 노조는 당선자만 공개할 뿐 세부적인 선거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

특히 대의원 선거에 지부장이 단독 출마하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지부 단위로 관리되는 선거 결과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된다. 현 집행부에 반대하는 ‘민주동지회’ 소속으로 대의원 선거에 출마한 한 후보는 “후보로 나서야만 투표율과 득표율이 얼마인지 알 수 있지, 그렇지 않으면 노조가 공개를 하지 않아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번 대의원 선거에서 ‘경선’으로 치뤄진 곳은 단 6개 지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대다수 지부에서는 세부 투표결과를 알 수 없었던 셈이다.

하지만, <한겨레>가 케이티노조 규약을 확인한 결과, 지부 선관위는 개표가 종료되는 즉시 개표결과를 중앙 선관위에 보고하고, 각급(지부·본부·중앙) 선관위는 후보자별 득표수를 계산·공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노조 쪽에선 “득표율과 당선인을 지부 선관위가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공개하지 않았더라도 물어보면 다 알려준다”고 밝히면서도, 지금이라도 지부별 선거 결과를 발표할 의향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내부 검토 뒤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선거관리 때문에 케이티 내부에선 아예 헌법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운영하는 전자투표 시스템(‘케이보팅’)을 사용하자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특히 이번 선거는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자들이 많아 전자투표를 도입하자는 요구가 많았지만, 케이티 노조는 기존대로 ‘현장투표’를 실시했다. 노조 관계자는 “휴대전화로 투표를 하면 비밀 보장이 되지 않을 수 있고, 지금 방식대로 해도 크게 불편함이 없다”며 “전자투표의 안정성이 검증되고 보편화되면 그때 도입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중앙선관위의 전자투표 시스템은 케이티가 개발해 납품했다. 케이티가 만든 시스템을 케이티노조가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았다’고 밝히는 셈이다. 게다가 2019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노동조합·학교·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등 민간에서만 8149곳에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난다.

노사 임금단체협약에 따라 임금에 손실이 발생한 직원들을 달랠 목적으로 케이티가 작성한 문건의 일부. 케이티 직원 제공
노사 임금단체협약에 따라 임금에 손실이 발생한 직원들을 달랠 목적으로 케이티가 작성한 문건의 일부. 케이티 직원 제공
노조가 선거결과 공개와 전자투표 도입에 소극적인 이유가 ‘부정선거’ 때문 아니냐는 의혹도 적지 않다. “전자투표 도입을 통한 노조 조합원의 정당한 권리회복과 케이티 정상화”를 목표로 운영되는 사회관계망 서비스에는 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부정의혹과 회사쪽의 개입 등을 제보받은 내용을 종합한 내용이 올라와있다. 이를 보면 “1노조(케이티노조) 후보가 선출되도록 직책자들이 후보에 반대하는 직원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팀과 40대 이하 직원들에게 재택근무를 강요했다” “누가 후보에 대해 ‘찬반’을 했는지 알 수 있도록 투표소를 적은 인원으로 쪼개고, 팀별로 특정 시간대 투표를 강요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한 케이티 직원은 <한겨레>에 “직책자들이 직원들에게 직접적으로 누굴 찍으라고 말은 안하지만, 투표를 독려하는 사례는 많이 있었다”며 “이를 회사에선 ‘조직관리’로 여기는데 이번 선거에선 특히 심했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가 유독 ‘심했던’ 이유는 지난해 9월 케이티 노조와 회사가 체결한 임금·단체협약에 대해 젊은 조합원을 중심으로 거센 반대가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해당 협약은 고정초과근무수당을 삭감해 임금이 하락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때문에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성률도 56.7%에 그쳐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바 있다. 이는 올해 1월부터 시행돼, 회사는 ‘현장이슈 관련 직책자 소통 메시지’와 같은 문서를 통해 직원 달래기에 나섰지만, 직원들 입장에선 이번 노조 대의원선거를 통해 노조를 ‘심판하자’는 여론이 거셌던 것으로 분석된다. 해당 사회관계망서비스 운영자는 <한겨레>에 “우리 노조원들은 부당한 것을 바라지 않는다. 역대 최고 성과가 나왔으면 임금삭감·복지축소·직원 재배치 명목의 강제발령이 아니라, 성과를 조합원들과 공유하기를 바랄 뿐”이라고 밝히는 한편, “투표결과의 신뢰성·공정성과 무기명·비밀투표보장과 코로나19 시대 비대면 방향에 맞게 전자투표를 원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케이티 회사 쪽은 “해당 문건은 사내 제도에 대한 원활한 소통을 위해 직책자 대상으로 안내한 것으로 노조 대의원 선거와는 관계가 없다”며 “회사는 노조활동에 개입한 바 없다”고 전했다.

케이티노조는 2009년 민주노총을 탈퇴한 뒤 2013년 한국노총에 가입했다. 민주노총 탈퇴 과정에 국가정보원이 회사를 통해 개입했다는 사실은 국정원 내부문건을 통해서도 이미 여러차례 확인된 바 있다. 케이티 노조는 이후에도 회사 쪽에 유리한 의사결정을 하면서 ‘어용 시비’가 숱하게 일었다. 2014년엔 특별명예퇴직과 임금피크제 도입 등을 노조위원장이 회사와 ‘밀실합의’해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위원장의 행위가 “노조의 의사 형성에 참여할 수 있는 노조원들의 절차적 권리를 침해한 불법행위”라는 이유로 노조가 조합원에게 손해를 배상하라고 2018년 판결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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