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명예퇴직이 공고된 2014년 4월 케이티 수도권본부 사무실의 모습. 케이티 수도권본부 직원 제공. 한겨레 자료 사진
조합원 총회 등 조합원들의 의견 수렴이나 동의 절차 없이 명예퇴직, 임금피크제 등을 실시하기로 회사와 밀실협약을 맺은 케이티(KT) 노동조합과 위원장은 노조원들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박아무개씨 등 케이티 전·현직 조합원 226명이 케이티 노동조합과 정아무개 위원장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조합원 한 사람당 20만~30만원씩의 위자료를 지급하도록 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케이티 노사는 2014년 4월8일 근속 15년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특별명예퇴직을 시행하고, 다음 해 1월부터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하는 한편, 대학생 자녀 학자금 지원 등도 폐지하기로 합의했다. 회사는 합의 당일 바로 특별명예퇴직 시행계획을 공고했다. 이어, 전국 지사 통폐합과 인력 재배치를 하고, 배치되지 못한 인력은 신설된 업무지원 부서(CFT 부서)로 전보했다. 이에 따라 3만2천여명의 직원 가운데 케이티 사상 최대 규모인 8300여명이 명예퇴직했다.
하지만 2014년 4월 노사합의는 물론, 2015년 2월 구체적인 명예퇴직 시행방안 등에 대한 노사합의도 모두 조합원 총회 등 노조원들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명예퇴직으로 퇴직한 노조원들과 신설 부서로 배치된 노조원들이 노조와 위원장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1·2심 재판부는 “노조위원장이 조합원 총회 의결 등 규약에 정한 의견수렴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은 채 특별명예퇴직 및 임금피크제 시행, 복지제도변경 등의 단체협약을 체결한 것은 노조의 의사 형성에 참여할 수 있는 노조원들의 절차적 권리를 침해한 불법행위”라며 노조원 1인당 20만∼30만원 씩의 위자료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원심 재판부는 그러나 대학생 자녀의 학자금 지급을 폐지한 데 따른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서는 “조합과 위원장 등의 절차위반 행위가 노사합의의 효력을 부정할 만큼 합리성이 없다거나, 절차위반 때문에 노사합의가 무효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이 옳다고 봤다. 대법원은 “단체협약은 조합원들이 관여해 형성한 노동조합의 의사에 기초해 체결되어야 하는 것이 기본”이라며 “노동조합의 대표자가 조합원 의사를 반영하기 위해 마련된 내부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은 채 중요한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 등에 관해 단체협약을 체결했다면 조합원의 단결권과 노조 의사 형성에 참여할 권리를 침해하는 불법행위”라고 판단했다.
한편 서울중앙지법은 케이티 노조원 1194명이 같은 취지로 케이티 노조와 노조위원장을 상대로 낸 2건의 손해배상 사건을 심리 중이다.
여현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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