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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단독] “방독마스크 한두개 돌려쓰라해”…독성물질 노출돼 주 76시간 노동

등록 2022-02-24 04:59수정 2022-02-24 11:25

‘16명 급성중독’ 두성산업 직원 증언
“30명이 돌려 쓰자니 감염 우려”
냄새 극심, 작업장 환기도 안돼
전에도 쓰러져 실려간 이 있어
급성 중독으로 직업성 질병자 16명이 발생한 것과 관련해 지난 18일 노동부 부산지방고용노동청과 창원지청이 경남 창원시 의창구에 위치한 두성산업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연합뉴스
급성 중독으로 직업성 질병자 16명이 발생한 것과 관련해 지난 18일 노동부 부산지방고용노동청과 창원지청이 경남 창원시 의창구에 위치한 두성산업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연합뉴스
“(독성물질이 든) 세척액 냄새가 너무 심해 동료들이 ‘기절할 것 같다’고 말할 정도였지만 방독마스크를 쓰진 못했어요. 회사가 방독마스크를 공용으로 쓰라고 한두 개만 공장에 비치했는데, 팀 인원에 비해 마스크 수량이 턱없이 적었어요. 입이 닿는 마스크를 돌려쓰기엔 코로나19 감염도 걱정됐구요.”

경남 창원 두성산업 직원 16명이 ‘급성 간 중독’ 판정을 받은 가운데, 이 회사 직원 중 ㄱ씨가 23일 <한겨레>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위험천만했던 작업 당시 상황을 처음으로 외부에 증언했다. 이 직원은 “부품 세척장 환기가 잘 되지 않아 냄새가 한층 심하게 느껴졌다”며 환기가 안 되는 작업장에서 방독마스크도 없이 장시간 동안 독성물질이 든 세척액을 다뤘다고 전했다. 실제로 두성산업 대표이사는 독성물질 사용 사업장이 갖춰야 할 환기시설인 국소배기장치를 공장 내에 설치하지 않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대표이사는 이와는 별도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도 입건돼 조사를 받고 있다.

두성산업의 세척 공정을 들어보면, 노동자들은 공정 전반에 걸쳐 독성 물질에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 세척액의 독성 물질 ‘트리클로로메탄’은 휘발성이 강하며 호흡기로 노출된다. ㄱ씨는 “에어컨 부품을 작은 플라스틱 박스에 담은 뒤 세척액이 담긴 커다란 수조에 넣고 통째로 세척하는데, 가끔 제품이 너무 커서 박스에 안 들어갈 때는 고무장갑을 끼고 손을 수조 안에 담가서 제품을 직접 넣거나 빼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제품에 남은 세척액을 날려보내려고 바람이 나오는 기계를 이용할 때도 액체가 옷과 몸, 얼굴에 튀곤 했다”고 했다.

이 회사에서는 이달 초 환자가 무더기로 나오기 전에도 아픈 이들이 있었다. ㄱ씨는 “지난해 12월께부터 서너명씩 돌아가면서 아팠는데 세척액 때문인지는 회사도 몰랐고, 그냥 백신 때문이겠거니 했다”며 “함께 일하던 동료 중에 증상이 너무 심해 일하던 도중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간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두성산업이 사전에 약정된 근무시간을 넘겨 일을 시켰다는 증언도 나왔다. 두성산업은 특별연장근로 승인 사업장으로, 1주 최대 근무시간은 주 60시간이다. 그러나 <한겨레>가 두성산업 재직 노동자 2명의 근무 일정을 받아 살펴보니 이들은 지난 1월 한달 간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매일 12시간씩 일했고 주말에도 토요일과 일요일에 오전 8시∼오후 5시까지 일했다. 일주일에 최대 76시간을 일한 것이다. 두성산업 노동자 ㄴ씨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1월달께 회사 관계자가 ‘특별연장근로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사인을 하라기에 했을 뿐, 특별연장근로에 동의한 적이 없었는데 실제 일을 시킬 때는 가능한 한도보다 더 많이 시켰다”고 말했다.

수사를 맡은 노동청도 이런 장시간 근무를 고려해 두성산업의 트리클로로메탄 노출 허용 기준치를 법정 기준인 10ppm로 보지 않고 8ppm으로 낮췄다. 고용노동부가 고시를 통해 결정한 법정 기준 10ppm은 하루 8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산정된 데 반해, 두성산업 노동자들은 하루 8시간을 넘겨 일한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공정 시간이 길수록 노출량이 많아지기 때문에 장시간 노동을 고려하면 트리클로로메탄이 10ppm이 아닌 8ppm만 노출돼도 인체에 유해하다.

이는 원청인 엘지전자 에어컨 생산량이 최근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두성산업은 지난달 7일 엘지전자의 에어컨 부품 주문량 증대를 이유로 특별연장근로를 신청했다. ㄱ씨와 ㄴ씨는 <한겨레>에 “회사 쪽이 ‘엘지전자 에어컨 생산량이 늘었으니 협력사도 생산량을 맞춰야 한다’ ‘물량을 못 맞추면 다른 회사에 뺏긴다’고 자주 강조했다”고 전했다. 경남 김해의 또 다른 엘지전자 1차 협력사 ㅅ사 직원 ㄷ씨도 “엘지 공장이 토요일에 가동하다 보니 다른 협력업체들도 토요일에 일해서 부품 물량을 맞출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주말 내내 출근해도 임금을 못 받는다”고 <한겨레>에 토로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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