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주 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 시행을 전후해 산업재해 예방 전문 공공기관인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안전보건공단)도 바빠졌다. 법령 교육·홍보에다 재해조사 업무는 한층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취임한 안종주(65) 안전보건공단 이사장도 마찬가지다. 24일 <한겨레>와 만난 안 이사장은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 등 최근에도 ‘후진적’ 사고가 잇따르는 것을 두고 “기업들이 중대재해법 처벌을 피하기 위해 쏟는 비용과 인력을 사고예방 투자와 노동자 생명 보호를 위해 써야 한다”고 밝혔다.
안 이사장은 인터뷰 내내 최근 발생한 중대재해들을 비판했다. 광주 현대산업개발 아파트 붕괴사고로 6명이 숨진 사고나, 경기 양주 삼표산업 석산에서 무너진 토사에 매몰돼 3명이 숨진 사고에 대해선 “2022년 한국에서 결코 일어나서는 안되는 어처구니 없는 후진적 사고”라고 지적했다. 또 유독성 세척액을 안전조처 없이 사용하다 노동자들이 급성 간중독된 사고에 대해선 “매출액의 0.01%만 투자했어도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고 비판했다.
이런 사고를 막기 위해 중대재해법이 제정됐지만, 곧 출범할 새 정부는 중대재해법에 대해 불편한 인식을 드러내고 기업들은 이에 힘을 보태며 ‘법 흔들기’에 나선 상황이다. 앞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노동부 업무보고 과정에서 중대재해법에 대한 기업들의 ‘우려’를 전달하기도 했다. 중대재해법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안 이사장은 “(중대재해법의) 과도한 처벌 여부나 법령의 모호성 등에 대해 책임있게 답변할 위치에 있지 않다”면서도 “우리나라에 이런 법까지 제정·시행된 배경에는 지금까지 산재 사망사고 등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을 해온 탓이 크다고 봐야한다. 중대재해법은 안전보건확보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면 처벌되지 않으므로, 기업에서는 처벌을 피하기 위해 쏟는 비용과 인력을 사고를 줄이기 위한 투자와 노동자 생명보호에 써야 한다”고 말했다.
공단은 직원들이 직접 현장을 찾아 재해 예방활동을 하는 ‘현장 패트롤’사업과 안전보건경영시스템 구축 컨설팅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안 이사장은 “같은 유형의 사고가 발생하는 악성일터, 특히 안전보건 투자 능력이 충분한데도 이를 게을리 해 사고가 발생한 기업에 대해서는 사흘이 멀다 하고 현장을 찾아 중점 관리·점검하는 방식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영국 등 일부 선진국에서 불법·편법 공사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업체 등을 대상으로 이런 방식의 안전보건관리를 하고 있다”며 “‘공단 점검 때 위법사항이 적발되면 낭패를 겪게 된다’는 것을 확실히 각인할 수 있는 점검 방식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안 이사장은 재해의 과학적 원인을 분석하는 ‘재해조사’를 공단이 맡고 있는 만큼, 공단 직원에게 ‘조사권’이 부여돼야 한다는 의견도 밝혔다. 공단의 ‘재해조사 의견서’는 산업재해 형사사건의 주요 증거로 활용될 뿐만 아니라, 사고 예방대책 마련에도 사용된다. 현재 공단 직원들은 법령상 조사권이 없어 조사권과 수사권이 있는 노동부 근로감독관과 함께 재해조사를 하고 있는데,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공단의 자체 자료제출이나 면담 요구에 제대로 응하지 않는 등 기업들의 비협조적인 사례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안 이사장은 “조사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단의 사고조사권에 관한 제도적 근거를 좀더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환경·보건 전문기자 출신인 안 이사장은 1988년 ‘원진레이온 이황화탄소 집단중독사건’을 처음으로 보도하며 한국사회에 ‘직업병’ 문제를 처음으로 사회 의제화했다. 그런 이유로 그는 산업재해 사고 뿐 아니라 직업병을 예방할 수 있는 ‘산업보건’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인다. 실제 지난해 일터에서 ‘사고’로 숨진 이들은 828명인데 반해 ‘질병’으로 숨진 이들은 1252명으로 424명 더 많다. 안 이사장은 “유독성 세척액 집단 급성중독 사건이나,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급식실 조리사 폐암 발생 등 직업성 암 문제는 직업성 질병의 문제를 잘 보여준다”며 “산업보건 분야에 대한 전폭적인 예산과 인력 지원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이사장은 산업보건학 박사로, 현 정부에서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지속가능분과위원장 겸 안심사회소분과장,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위원 등을 지내다 지난 1월10일 안전보건공단 이사장에 3년 임기로 취임했다.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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