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노동

‘5인 미만’ 12.9% - ‘1000인 이상’ 96.7%…‘병가’도 회사 규모가 좌우

등록 2022-04-10 16:16수정 2022-04-10 16:54

고용노동부 실태조사 결과 보니
사업장 따라 ‘병가’ 권리 차이 커…해외선 법정병가·상병수당 연계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과 노동·시민 단체가 2020년 5월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병수당 및 유급병가휴가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과 노동·시민 단체가 2020년 5월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병수당 및 유급병가휴가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 아플 때 쉴 수 있는 ‘법정병가’ 제도와 질병으로 일을 쉬더라도 소득을 보전받을 수 있는 ‘상병수당’ 제도가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이 두 가지가 모두 없는 나라는 한국과 미국뿐이다. 기업의 취업규칙 혹은 사규에 ‘병가’ 규정이 있어야 쉴 수 있는데,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병가 유무는 사업장의 규모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법정병가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발주한 연구용역 ‘아프면 쉴 수 있는 여건 조성을 위한 휴가제도 개편방안’(연구책임자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보고서를 보면, 현재 민간기업·공공기관 등이 운영하고 있는 병가 제도는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제도를 운영하는 비율이 낮았다. 사용할 수 있는 기간과 유·무급 여부도 사업장 규모에 따라 확연히 갈렸다.

보고서에 요약된 노동부의 2020년 병가제도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민간·공공 등 사업체 2500곳 가운데 병가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사업장은 21.4%에 그쳤다. 특히 상시노동자가 5인 미만인 사업장은 12.9%만이 병가제도를 도입했다. 반면 1000인 이상 사업장은 96.7%가 병가제도를 운영 중이었다. 30~99인 사업장은 69.3%, 300~999인 사업장은 67.7% 수준이었다.

병가 사용 가능일수도 전체 평균은 44.4일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은 32.6일로 평균에 못미쳤고 1000인 이상은 89.7일로 평균의 두배 가량이었다. 병가제도가 있다고 해서 모두 유급은 아니었다. 병가기간 중 급여를 지급하는 곳은 전체의 63.8%였고, 지급하는 곳의 평균 지급기간은 25.5일이었다.

국내에서 법정병가 제도와 상병수당 제도가 낯선 것과 달리, 다른 나라에선 이런 제도가 보편적이다. 독일은 ‘병가수당지급법’을 통해 질병으로 인해 일을 못하게 된 경우 6주동안 사용자가 임금의 100%를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영국은 사용자가 1주당 99.35파운드(약 15만여원)를 노동자에게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캐나다는 최장 17주까지 병가를 사용할 수 있지만, 최초 3일만 유급으로 규정하고 있다. 법정병가가 있는 대부분의 국가들은 병가를 사용한 이들에게 불이익한 취급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이 포함돼있다.

질병을 원인으로 일하지 못하게된 경우, 국가가 수당을 지급하는 ‘상병수당’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국가도 많다. 프랑스는 ‘상병휴직’ 제도를 통해 건강보험에서 상병수당이 지급되며, 사용자가 지급하는 ‘보충수당’도 받을 수 있어, 근속연수에 따라 최대 90%까지 소득보전이 가능하다. 일본도 상병수당 제도를 통해 평균 일급의 3분의2를 수당으로 받을 수 있다. 한국과 같이 법정병가와 상병수당이 없는 미국은 코로나19 이후 긴급유급병가제도, 긴급가족의료휴가제도를 인정하고 있고, 아울러 15인 이상 사업주에게 1년에 8주까지 유급병가를 보장하도록 하는 법안이 제출된 상태다.

최근 직장갑질119 등의 직장인 2000명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비정규직·중소기업·저임금 노동자일수록 코로나19에 확진돼도 격리기간 동안 무급휴가를 쓰는 사람이 많았다.(▶관련기사: 코로나 확진돼도 ‘쉴 권리’ 제대로 못 누리는 저임금·비정규직) 고용형태가 불안정할수록, 또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아프면 쉴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한다는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도 법정병가 도입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고서는 “외국에서는 병가와 사회보험의 상병수당 제도가 밀접하게 연계돼 있으므로, 정부가 시범사업으로 실시하는 상병수당의 운영 유형·결과 등을 검토해 병가의 구체적인 모델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며 “상병수당의 지급요건·수준 등이 확정되고 이에 따라 노동자의 고용안정·소득 누락을 방지할 수 있도록 노동관계법 개정이 연계돼야 현장의 혼란이 최소화되고, 기업의 부담을 감소시켜 제도의 수용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7월부터 ‘한국형 상병수당 도입을 위한 시범사업’을 6개 시·군·구에서 진행할 방침이다.(▶관련기사: 하루 4만4천원 ‘한국형 상병수당’…아플 때 맘편히 쉴 수 있을까?) 최저임금의 60%에 해당하는 하루 4만3960원을 지급하는 내용인데, 지급 수준이 낮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아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그냥 정우성 ‘아들’이다…‘혼외자’는 부모 중심적 언어” 1.

“그냥 정우성 ‘아들’이다…‘혼외자’는 부모 중심적 언어”

소속 없이 모인 청년들 ‘윤퇴청 시국선언’ 2000자 울림 2.

소속 없이 모인 청년들 ‘윤퇴청 시국선언’ 2000자 울림

이번 달 170만원 떼임…과일도매 서러운 ‘1000원 떼기’ 장사 [.txt] 3.

이번 달 170만원 떼임…과일도매 서러운 ‘1000원 떼기’ 장사 [.txt]

서울 도심에 10만 촛불…“윤석열 거부, 민주주의 망가질 것 같아” 4.

서울 도심에 10만 촛불…“윤석열 거부, 민주주의 망가질 것 같아”

“김건희엔 침묵·검사 탄핵엔 반발…이런 검찰, 국민 공감 얻겠나” 5.

“김건희엔 침묵·검사 탄핵엔 반발…이런 검찰, 국민 공감 얻겠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