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진천의 플라스틱 제조업체 삼양패키징 공장의 노동자 끼임 사고는 설비에 접근하면 작동이 멈추는 ‘방호장치’를 꺼놓고 작업했기 때문으로 확인됐다. 고용노동부는 삼양패키징이 운영하는 다른 지역 공장들 역시 절반 이상이 방호장치를 꺼두거나 고장 난 채로 운영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파악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 위반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10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노동부는 지난 5일 발생한 삼양패키징 진천공장의 사망사고가 방호장치를 꺼놓고 작업을 하다 발생한 것으로 파악하고, 중대재해법 입건 여부를 검토 중이다. 사고는 페트병의 중간단계 반제품인 ‘프리폼’ 생산과정에서 발생했다. 사내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ㄱ씨가 프리폼 사출성형기에 낀 이물질을 제거하고 있었지만, 동료 작업자가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기계를 작동시켜 ㄱ씨가 설비에 끼어 숨졌다.
해당 설비에는 작업자가 기계에 접근하면 센서가 이를 인지해 기계 작동이 멈추는 ‘인터록’이라는 방호장치가 설치돼 있었지만, 이 기능을 해지해놓고 작업하는 바람에 사고를 막지 못했다. 방호장치가 제대로 작동됐다면, 동료 작업자가 기계를 작동시킬 수 없었기 때문에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던 셈이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은 사출성형기와 같이 끼임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기계엔 방호장치를 설치해야 하며, 설치한 방호장치는 해체하거나 정지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노동부는 삼양패키징이 기본적인 안전관리를 하지 못했다고 판단하고, 7일 사고가 발생한 진천공장을 포함해 삼양패키징이 운영 중인 전국 사업장 일제조사를 실시했다. 이들 공장의 사출성형기 40여대 방호장치 작동 여부를 조사한 결과, 사출 성형기의 절반 이상은 방호장치가 꺼져있거나 센서가 고장 난 채로 운영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전장치를 해제한 채 사용하거나, 안전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지 않고 설비를 운영하는 것은 산업재해의 주된 원인이다.
한편, 삼양패키징은 진천공장 내 자신의 설비를 활용해 프리폼을 생산하는 업무를 사내하청 업체에 1년 단위 계약으로 도급을 준 것으로 파악됐다. 진천공장에서 일하는 원하청노동자는 118명이지만 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58명이 사내하청 노동자다. 원청인 삼양패키징이 하청노동자들의 안전·보건 확보를 위해 어떤 조처를 했는지도 노동부 수사 대상이다. 삼양패키징 쪽은 “2인1조 작업, 작업 전 설비가동중지, 설비 재가동 때 안전확인, 필요시 설비 중단 등 안전작업 절차를 정립해 운영하고 있다”고 <한겨레>에 밝혔지만, 이러한 원칙이 제대로 지켜졌는지는 노동부 수사를 통해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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