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케이(SK)그룹 계열사인 보안경비업체 에스케이쉴더스(옛 에이디티캡스)가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협력업체에 노동자 안전에 관한 관리 의무를 계약조건으로 내걸면서도,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산업안전보건관리비(안전관리비)는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이 중대재해법 처벌을 피할 목적으로 협력업체에 안전 의무를 강화하면서, 이를 이행하기 위한 비용은 떠넘기는 단적인 사례다.
21일 에스케이쉴더스와 협력업체가 지난 1월 계약조건 일부를 변경해 체결한 ‘2022년 무인경비시스템 설치공사 연간도급계약서’를 보면, 쉴더스는 중대재해법 시행을 이유로 계약조건에 ‘도급사(쉴더스)의 안전보건조치 이행사항’과 ‘협력사 안전보건수준 평가실시’ ‘협력사 안전보건수준 평가 세부기준’ 등의 내용을 추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쉴더스와 협력업체가 참여하는 안전보건협의체 운영에 관한 사항이나 매년 1회 쉴더스의 안전보건수준 평가에 따라 협력업체의 ‘적격’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중대재해법이 기업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이행의 요건으로 협력업체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능력과 기술에 관한 평가기준·절차 마련 등을 들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협력업체에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원청업체인 쉴더스도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쉴더스가 협력업체에 ‘산재예방 의무’를 부과하면서도, 산업안전보건법이 규정하는 ‘산업안전보건관리비’(안전관리비)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안전관리비는 건설·전기·정보통신공사 등의 계약을 체결할 때, 하청업체의 산업재해 예방에 필요한 안전장구 구입비용, 안전관리자 인건비 등의 비용을 공사비의 일정 비율 만큼 공사금액에 계상하도록 하는 비용을 말한다. 정보통신공사업의 경우 전체 공사금액이 2000만원 이상인 경우 계상의무가 발생하는데, 대상액(재료비와 직접노무비의 합)이 5억원 미만일 때는 1.85%를, 대상액이 5억~50억원이면 1.2%에다 325만원을 더한 만큼을 공사금액에 계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러나 쉴더스는 무인경비시스템 설치공사를 협력업체에 도급할 때, 공사수행 전반에 관한 계약조건을 담고 있는 공사금액 ‘1원’짜리 ‘연간도급계약’을 체결하고, 공사 수요가 발생할 때마다 협력업체와 ‘개별계약’을 맺으면서, 개별공사금액이 2000만원이 안된다는 이유로 안전관리비를 계상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무인경비시스템의 경우 공사 1건의 계약금액이 수십만~수백만원 수준이지만, 한 업체가 한 달에 ‘개별계약’으로 체결하는 공사금액의 합이 2000만원을 훌쩍 넘기는 경우가 많은데도 지급하지 않은 것이다. 쉴더스와 비슷한 방식으로 설치공사를 도급하는 경쟁보안업체인 에스원과 케이티텔레캅은 “설치공사 협력업체에 안전관리비를 공사대금에 계상하고 있다”고 밝힌 것과는 대비된다.
쉴더스의 한 협력업체 대표는 <한겨레>에 “쉴더스가 안전보건협의체 등을 만들어 참여시키는 것은 납득이 되지만, 임의로 법을 해석해 안전관리비를 한 푼도 주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며 “하청업체에 안전교육·현장능동감시·안전장구 지급 등의 책임만 다 떠넘기고 ‘안전관리를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한다’고 겁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쉴더스는 “올해 재계약 시점부터 연간 총 계약금액을 기준으로 안전관리비 계상 지급 계획으로 예산 증액도 이미 반영해 놓은 상태”라며 “적용 시기를 앞당겨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시행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쉴더스는 에스케이그룹의 정보통신기술(ICT) 투자회사인 에스케이스퀘어의 자회사로, 다음달 유가증권시장(KOSPI) 상장을 목표로 공모 절차를 진행중이다.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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