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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단독] 18m 나무가 머리로 ‘쾅’…산림청 죽음의 ‘숲가꾸기’

등록 2022-05-04 04:59수정 2022-05-04 16:27

산림청, 중앙행정기관 중대재해법 1호
노동자 2명 벌목 작업 과정서 숨져
영세한 규모에 위험작업 ‘산재 취약’
전체 임업 평균 재해율의 4배 수준
산림청 “수사에 성실히 응할 것”
한 작업자가 벌도(서 있는 나무를 베어 넘기는 일) 작업을 하고 있다. 산림청 누리집 갈무리
한 작업자가 벌도(서 있는 나무를 베어 넘기는 일) 작업을 하고 있다. 산림청 누리집 갈무리

산림청의 국유림 ‘숲가꾸기 사업’ 과정에서 벌목 작업을 하던 노동자 2명이 숨진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이에 따라 산림청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을 적용 받는 1호 중앙행정기관이 됐다.

3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성곤 의원(민주당)과 환경노동위원회 강은미 의원(정의당)이 산림청과 고용노동부로부터 각각 제출받은 자료를 종합하면, 지난 2월14일 경북 봉화에서 영주국유림관리소의 ‘숲가꾸기’ 사업을 하던 ‘국유림 제7 영림단(나무 벌채·반출 등을 하는 임업기능인 조직)’ 소속 ㄱ(64)씨가 작업중 머리를 다쳐 숨지는 산업재해가 발생했다. 당시 동료 작업자가 벌목한 15m짜리 나무가 이미 베어져 다른 나무에 걸려있던 18m짜리 나무 위로 넘어갔다. ㄱ씨는 이 18m 나무에 머리를 맞고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치료를 받다 3월6일 숨졌다. 2월25일에도 강원 홍천에서 숲가꾸기 사업을 하던 국유림영림단원 ㄴ씨도 벌목중인 나무에 머리를 맞아 숨졌다. ㄴ씨는 다른 작업자가 베어낸 나무가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굴러가는 바람에 변을 당했다.

노동부는 홍천 사고의 경우 사업주의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위반 혐의가 없다고 보고 내사종결할 방침이지만, 봉화 사고는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은 벌목 작업을 할 때, 베어내는 나무 높이의 2배에 해당하는 직선거리 안에서 다른 작업을 금지하고, 나무가 다른 나무에 걸려 공중에 떠있는 경우 밑에서 다른 작업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노동부는 ㄱ씨를 고용한 사업주인 영림단장을 산안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도급(원청) 사업주인 산림청의 중대재해법 위반 입건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중대재해법은 민간기업뿐 아니라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도 예외없이 적용된다. 앞서 지난달 8일 경남 사천시도 벌목작업 중에 시청이 직접고용한 기간제노동자가 숨지면서 중대재해법 수사 대상이 됐다.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숲가꾸기 사업’도 산림청이 국유림영림단에 도급한 사업이고, 사업이 이뤄진 장소 역시 ‘국유림’이어서 중대재해법이 적용된다고 노동부는 판단하고 있다. 노동부는 그동안 민간 대기업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사고개요·조치사항 등을 언론에 알려왔으나, 산림청의 사고에 대해선 “영림단의 계약구조 등 법리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아왔다. 강은미 의원은 “중앙행정기관일수록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함에도, 노동부가 이를 쉬쉬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번 사고에 따라 산림청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이행 여부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산림청의 27개 국유림관리소는 숲에 나무를 베어내고 심는 ‘숲가꾸기’ 사업을 구역별로 쪼개 전국 142곳 영림단에 도급한다. 가파른 산비탈에서 10m가 넘는 나무를 베어내는 일이 주된 작업내용이어서, 전기톱·예초기 등 장비를 작동시키다 다치거나, 베어낸 나무에 맞거나 다치고, 벌에 쏘여 다치는 등 유해·위험요인이 많은 편이다. 특히 산속에서 작업이 이뤄지는 만큼 부상자 긴급이송도 어려워 사고 예방이 더욱 강조된다.

때문에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처가 당연히 필요하지만, 대부분의 국유림에서 개인사업자인 영림단장이 10명 안팎의 노동자를 고용해 운영하는 구조여서 산업재해 예방능력이 뒤쳐질 수밖에 없다. 일한 기간에 따라 도급비가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일을 빨리 끝내면 인건비 대비 많은 이윤을 남길 수 있다는 점도 취약한 안전관리를 유발한다. 남기훈 창신대 교수(소방방재학)는 “영림단 규모가 영세하고 종사자 연령대가 60대로 고령인데다, 작업환경이 워낙 열악하고 안전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산림청이 영림단에 산업안전보건관리비를 더 많이 지급하고, 인건비 지급구조와 응급처치 대응수준 제고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원청 격인 산림청 역시 안전관리에 책임이 있지만, 산림청 스스로 종사자 안전확보를 위한 규정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산림청 자체 감사결과를 보면, 국유림관리소들이 숲가꾸기 사업 등 산림사업 시행 전 안전관리계획서, 시행 뒤 안전종합보고서를 제출받지 않거나, 종사자들의 안전확보를 위해 지급되는 산업안전보건관리비 집행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사실들이 지적되기도 했다.

이러한 사정 때문인지 국유림영림단의 산업재해는 끊이지 않고 있다. 2020년 국유림영림단에서 발생한 산업재해(요양승인 기준)는 59건(사망 1명)으로 그해 말 기준 영림단원이 1375명인 점을 감안하면 재해율이 4.3%에 달한다. 2020년 임업의 평균 재해율이 1.02%인 점을 감안하면 굉장히 높은 수치다. 지난해의 경우 6월까지 33건의 산업재해가 발생했으며, 사망자도 1명 있었다. 올해도 지난달 26일까지 사망 2명을 포함해 모두 6건의 산업재해가 발생했다.

산림청은 3월6일 사망사고 이후인 3월9~15일 전국의 숲가꾸기 사업을 전면 중단하고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현장점검을 강화했다고 한다. 산림청 관계자는 <한겨레>에 “노동부 수사에 성실히 응하고 있다”며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매뉴얼에 따라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했고, 주요 사업의 안전 위험요인 분석과 개선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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