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제주대 기숙사 철거공사 현장에서 구조물이 무너지며 노동자 1명이 숨졌다. 연합뉴스
지난 3월 전북 김제 수변도시 매립공사 현장에서 하청노동자 ㄱ씨가 물에 빠져 숨졌다. 굴착기 운전기사인 ㄱ씨는 작업을 마치고 굴착기에 탑승해 이동 중이었는데, 매립작업 과정에서 생긴 깊이 2m 웅덩이에 굴착기가 전복됐다. 물은 굴착기 안으로 순식간에 차올랐고 미처 탈출하지 못한 ㄱ씨는 익사했다. <한겨레> 취재 결과 하청업체들은 사고 이전부터 ‘웅덩이 때문에 오가기 위험하니 조처를 취해달라’로 수차례 요구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시공사인 계룡건설은 배수경로나 굴착기 이동로 등을 통제하는 등 안전조처를 제대로 취하지 않았고, 결국 노동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업체의 공사현장에선 지난해 8~10월 연속으로 3명의 하청 노동자가 숨졌다.
고용노동부는 오는 6일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시행 100일을 앞두고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중대산업재해 발생 및 수사 현황’ 자료를 5일 발표했다. 자료를 보면,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지난 1월27일부터 지난 3일까지 중대재해법이 적용된 중대산업재해는 59건 발생했다. 이 가운데 31건(52.5%)은 최근 5년간 산업재해가 발생한 이력이 있는 기업에서 또다시 사고가 난 것으로, 중대재해 2건 가운데 1건 수준이다.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기업들은 법의 모호성을 이유로 과잉 규제를 주장해 왔다. 윤석열 당선자 역시 중대재해법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2곳 가운데 1곳은 재해가 빈발하는 사업장이라는 고용노동부의 통계를 보면, 중대재해법이 과도한 것이 아니라 기업의 구조적 원인과 빈약한 안전의식 때문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중대재해 반복 사업장을 보면 원인은 더욱 명확해진다. 지난 1월 채석장 토사가 무너져 3명이 숨진 삼표산업 중대재해는 작업자들이 위험을 알렸음에도 회사가 받아들이지 않아 발생했다. 삼표산업은 지난해에도 안전조처 미비로 다른 채석장에서 노동자 2명이 숨진 바 있다. 공장 내 열교환기 폭발로 4명이 숨진 여천엔시시(NCC) 역시 2018년 유사 사고를 낸 하청업체를 별다른 조처 없이 다시 협력업체로 선정했다가 유사한 사고가 발생했다. 대표적인 산재 다발 사업장인 현대제철은 지난 3월 당진공장과 예산공장에서 두 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해 각각의 사건으로 대표이사가 입건됐다.
노동부 관계자는 “중대재해법은 경영책임자가 현장에서 안전, 보건조치가 준수될 수 있도록 관리하기 위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실제로 이행하고 있는지를 판단하고 있다 ”며 “과거 유사사고, 종사자의 의견 청취 등을 통해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하고 개선해 나갔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보다 보니 중대재해가 발생하게 되는 보다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원인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고 설명했다.
노동부는 59건의 중대재해 가운데 43건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을 입건하고 27건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경영책임자 등을 입건했다. 압수수색은 14건에 대해 집행됐으며, 1건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중대재해법이 시행됐지만 올해 1~3월에도 일터에서 사고로 숨진 노동자는 157명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65명이 숨진 것과 견줘 8명이 줄었지만, 여전히 하루에 한 명 이상(1.7명)이 일터에서 목숨을 잃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 보면 떨어짐이 56건(35.7%)로 가장 많았고, 끼임 21건(13.4%), 물체에 맞음 15건(9.5%), 무너짐 14건(8.9%), 깔림·뒤집힘 12건(7.6%), 화재·폭발 11건(7%) 순이었다. 사고 원인별로는 작업절차·기준 미수립(25.3%)이 가장 많았고, 추락방지조치 미실시(17.2%)와 위험기계·기구 안전조치 미실시(12.4%)가 뒤를 이었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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