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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노동

주 92시간 바짝 일하라?…과로사회 막을 주 52시간제 무력화

등록 :2022-06-23 19:00수정 :2022-06-25 22:25

노동부, 노동시장 개편방안 발표
연장근로, 주 12시간→월 52시간 추진
산술적으로 2주 연속 92시간 가능
‘11시간 연속휴식’ 명시 안 해
노동계 “초장시간 근무 허용 노동개악”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용노동부가 현재 ‘1주 12시간’인 연장근로 한도를 ‘월 단위’로 바꿔 1주 최대 근무시간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11시간 연속휴식’ 등 보완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은 채 월 단위 관리 체계로 바뀌면, 최악의 경우 2주 연속 ‘최대 주 92시간’씩 일하게 될 수도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2주 연속 92시간 근무 가능

23일 노동부의 ‘노동시장 구조개혁 방안’ 자료를 종합하면, 노동부는 현재 1주 12시간으로 규정돼 있는 근로기준법 제53조를 개정해, 연장근로시간 한도를 ‘주’ 단위가 아닌 ‘월’ 단위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한 달이 평균 4.345주이므로, 여기에 주 12시간을 곱하면 한달 연장근로시간 한도는 52시간이 된다. 월 연장근로시간을 한 주에 모두 몰아쓴다고 가정하면 주 92시간 근무도 가능한 셈이다. 산술적으로는 이번달 마지막 주에 92시간을 일하고, 다음달 첫 주에 92시간 일하는 ‘2주 연속 92시간 근무’도 가능할 수 있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연간 노동시간은 1928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500시간대보다 월등히 많다. 노동자 과로사 방지와 건강권 확보를 위해 2018년 여야 합의로 ‘주 최대 52시간제'를 도입했고, 지난해 7월 제도가 전면 시행된 지 1년이 채 안 된다. 연장근로 체계 개편이 현실화되면 월 연장근로 총량은 유지되더라도 특정 주에 근무시간이 과도하게 몰릴 수 있다.

‘11시간 연속휴식 보장’ 왜 뺐나?

이정식 노동부 장관이 브리핑에서 건강보호조치 방안으로 “11시간 연속휴식 보장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공식 배포자료에는 빠졌다. 다만, 노동부 관계자는 “주 92시간과 같은 수준의 집중근로가 발생하지 않도록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11시간 연속휴식’은 하루의 근무가 끝난 뒤 다음날 근무가 시작되기 전 ‘최소 11시간’ 휴식을 보장하는 제도다. 밤 12시에 업무를 마쳤으면, 다음날 오전 11시까지는 휴식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는 유럽연합(EU) 입법지침에 따라 모든 노동자들에게 보장돼 있다.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에도 3개월을 초과하는 탄력적근로시간제, 3개월 단위 선택적근로시간제, 연장근로시간 한도가 없는 ‘근로시간 특례업종’에는 연속 과로노동을 제한하기 위해 이미 도입된 제도다. 그럼에도 최대 주 92시간 근무가 가능해지는 ‘개악’을 말하면서, 최소 11시간 휴식은 “도입을 검토한다”는 수준에 그친 것이다.

한국노총은 이날 논평을 통해 “‘주 단위’로 관리하는 연장 근로시간을 ‘월 단위’로 확대하겠다는 것은 아무런 제한 없는 초장시간 노동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라며 “현재 일부 업종과 유연근무제에서만 인정되고 있는 ‘11시간 연속휴식권’이 노동자의 보편적 권리로서 인정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나 홀로’ 회사와 연장근로 연장 협상?

노동부는 ‘월’ 단위로 확대되는 연장근로의 동의 주체가 누구인지도 ‘검토사항’으로 남겨뒀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연장근로의 동의 주체가 개별노동자로 돼 있는데, 근무조건이 열악해지는 협상에서 동의 주체를 협상력이 낮은 개별노동자로 그대로 둘지 근로자대표로 변경할지에 관한 내용이 빠진 것이다. 노상헌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노동법)는 “개별 노동자와 합의하게 하면, 노동시간이 더욱 불규칙해지고 노동자 사이의 협업도 이뤄지지 못할 것”이라며 “월 단위로 바꾼다 하더라도 근로자대표와 합의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자 눈높이 안 맞는 경영계 요구

노동부는 연장근로 한도 단위 변경 추진이 ‘근로기준법 제정 이후 70년 만의 변화’라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제도 도입과 관련한 핵심사항의 결정 권한을 전문가들로 구성되는 ‘미래 노동시장 연구회’의 논의 결과로 미루고 있다. 전문가 논의 결과에 따라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그 결론은 사실상 윤 대통령의 공약과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 등에 이미 수록돼 있다는 것이 노동계의 지적이다.

한국노총은 “고용노동부의 노동시장 개혁방안은 ‘국민 눈높이에 맞는 합리적 대안’이 아니라 ‘경영계 요구에 따른 편파적 법·제도 개악 방안’일 뿐”이라며 “편파적 방안을 제시해놓고 공정한 중재자이자 조정자의 역할을 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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