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0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21일 검찰인사위원회를 소집해 인사 기준과 원칙, 대상 등을 논의한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여당과 정부를 중심으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 완화와 개정이 추진되는 가운데, 검찰이 중대재해법 수사를 담당하는 고용노동부에 역사상 처음으로 검사를 파견했다. 검사 파견이 중대재해법 수사에 미칠 영향에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4일 노동부와 법무부의 설명을 종합하면, 법무부는 지난달 28일 검찰 인사에서 홍정연 검사(42·사법연수원 37기)를 노동부로 파견 발령했다. 홍 검사는 이날부터 중대재해법 수사 부서가 포함된 산업안전보건본부에 배치돼 업무를 시작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한겨레>에 “중대재해 등 노동 사건이 많이 증가하고 있어, 파견 검사가 근로감독관의 수사 전문성과 역량 강화, 형사소송법의 적법 절차 준수, 인권 옹호 등 수사에 관한 업무를 지원하게 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동부 관계자는 “노동부는 검찰의 수사지휘를 받고 있는 데다, 새로 제정된 법이라 중대재해법 법리나 수사 쟁점에 관한 협업을 위해 파견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그동안 검찰의 수사 지휘를 받는 특별사법경찰관 소속 부처에 검사를 파견해왔다. 금융위원회·환경부·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은 물론 서울시에도 파견검사가 있었다. 그러나 부당노동행위·불법파견 등 사안과 법리가 복잡한 노동관계법 수사를 담당하는 노동부에는 지금까지 검사를 파견한 적이 없었다. 법무부 관계자는 “검사 파견을 요청하는 부처는 많지만 인력 사정이 여의치 않아 (노동부에는) 보내지 못했다”며 “중대재해법 제정 이후 업무지원 필요성이 커져 파견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권두섭 민주노총법률원 대표변호사는 “그동안 근로감독관들이 강제수사에 소극적이고 전문성이 떨어져 제대로 된 수사를 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었는데, 잘만 운영된다면 이런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세계 산재사망자 추모의 날’인 지난 4월28일 서울 을지로 서울고용청 앞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죽지 않고 일할 권리 쟁취' 민주노총 결의 대회를 열고 중대재해기업 처벌법 무력화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반면, 검찰 파견이 중대재해법 사건에 대한 노동부의 ‘소극적 해석’과 ‘수사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대재해법 해석을 두고 논쟁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윤석열 정부가 “중대재해법이 모호하다”는 기업의 요구를 수용해 법 개정 추진을 공식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수사 경험이 검찰보다 떨어지는 노동부는 중대재해법 수사 전반을 검찰의 수사지휘에 의존하는 경향이 큰데, 검찰의 판단에 따라 수사의 방향이나 범위가 좌우될 가능성도 높다.
권 변호사는 “중대재해법 수사는 법원에서 무죄가 날 각오를 하고 적극적으로 할 수도 있는가 하면 한없이 소극적으로 할 수도 있다”며 “파견 검사가 노동부의 수사를 소극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파견 검사는 일반적인 업무지원 성격으로 수사지휘는 하지 않는다”며 “수사 축소 등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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