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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노동부, 중대재해법 ‘경영책임자 범위 확대’ 안 한다

등록 2022-07-15 18:16수정 2022-07-19 16:42

대표이사 처벌 면하려 경영계 지속 요구에
노동부 차관 “시행령서 다루기 어려워”
‘안전·보건 법령’ 범위는 구체화하기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업의 경영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이유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 시행령 개정에 나선 고용노동부가 ‘경영책임자 범위 확대’는 논의 대상이 아니라며 ‘개정 불가’ 방침을 분명히 했다. 중대재해법은 경영책임자에게 안전·보건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지키지 않아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도록 하고 있는데, 그동안 기업들은 대표이사의 처벌을 피하기 위해 안전보건최고책임자(CSO)를 경영책임자에 포함해달라고 요구해왔다.

15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런 내용의 ‘새 정부 업무계획’을 보고했다. 앞서 권기섭 고용노동부 차관은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노동부 새 정부 업무계획 보고’ 사전브리핑에서 “시행령에서 경영책임자 규정의 모호성을 확보하는 것은 (법률의) 위임 한계를 넘어서기 때문에 시행령 (개정논의)에서 다루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중대재해법은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해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을 ‘경영책임자 등’으로 규정하고, 중대산업재해를 예방하는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이행할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경영계는 안전보건최고책임자(CSO)를 별도로 세운 경우, 안전보건최고책임자가 중대재해법상 ‘이에 준해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에 해당하기 때문에, 대표이사는 경영책임자가 아닌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나아가 이를 명확히 하기 위해 중대재해법 시행령에서 경영책임자의 정의 규정을 신설해달라고 주장했다. 실제 최근 현대건설은 경영책임자가 대표이사가 아닌 안전보건최고책임자라고 주장하면서, 중대재해법 위반 수사를 위한 노동부의 소환에 뒤늦게 응하고 중대산업재해 발생 기업 경영책임자가 받아야 하는 안전보건교육도 이수하지 않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중대재해법의 경영책임자 정의규정에 시행령 위임 규정 자체가 존재하지 않은 상황에서, 시행령을 통해 경영책임자의 범위를 구체화해달라는 경영계의 주장이 ‘무리한 요구’라는 지적은 계속돼왔다. 노동부는 그동안 이에 대해 명확한 태도를 밝혀지 않아왔으나 권 차관의 발언으로 이에 관한 시행령 개정을 둘러싼 논란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노동부는 “현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해 달라”는 경영계의 주장을 받아들여 올해 말까지 ‘안전·보건 관계법령 구체화’ 등을 내용으로 한 시행령 개정은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중대재해법은 경영책임자에게 안전·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이행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을 규정하지만, 시행령에는 ‘안전·보건 관계법령’이 무엇인지 나와 있지 않아 법률의 명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노동부 관계자는 “노동부가 발간한 중대재해법 해설서에 예시로 든 산업안전보건법 등 10개 법령을 중심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용노동부 업무보고를 받은 윤석열 대통령은 “노사현안은 대화와 타협을 통한 자율적 해결을 지향하되 불법행위에 대해선 노사 불문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라”고 지시했다고 이재명 부대변인이 전했다. 지난달 2일부터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500여명이 임금 30% 인상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이어가는 가운데, 지난 화물연대 파업 때와 마찬가지로 ‘법과 원칙’을 강조한 것이다. 또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게 임금 체계를 유연화하고 근로시간에 대한 노사 자율적 선택권을 확대하라”며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선하는 데 힘써달라”고 주문했다. 또 인공지능 첨단기술을 적용한 고용서비스 고도화와 산업현장 안전사고 예방과 교육, 외국인노동자 안전 등을 당부했다.

이날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노동시장 개혁 △중대산업재해 감축 △적극적노동시장 정책 강화 방안 등을 보고했다. 지난달 23일 발표돼 ‘주 최대 92시간 노동’ 논란을 불러온 연장근로시간 정산기간 확대 등 근로시간·임금체계 개편 등 노동시장 개혁과제는 이달 셋째주부터 운영되는 ‘미래노동시장연구회’를 중심으로 본격추진하기로 했다. 근로시간·임금체계 개편을 제외한 다른 과제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추진할 방침이다. 중대산업재해 감축을 위해 산업안전보건법의 위험성 평가를 기반으로 한 기업들의 ‘자율예방체계’를 구축하고, 재직자·구직자에 대한 직업훈련·고용서비스 확대와 고용보험·국민취업지원제도도 강화하기로 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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