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전북 전주시 한 건물 외벽에서 고소작업차를 이용해 간판을 달던 노동자 2명이 추락해 숨졌다. 전북도소방본부 제공
지난 9일 제주에서 엘지(LG)전자 에어컨 수리 자재를 운반하던 고소작업차 운전기사가 17.5m 아래로 떨어져 숨진 사고는 ‘2인1조’ 작업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상태에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을 맡긴 엘지전자 자회사 하이엠솔루텍은 해당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지도 몰랐다.
15일 고용노동부와 하이엠솔루텍의 설명을 종합하면, 한가위 연휴 첫날이었던 지난 9일 제주의 엘지전자베스트샵에서 에어컨 실외기 수리작업에 투입된 고소자가업차 기사 ㄱ(28)씨가 17.5m 높이에서 자재를 전달한 뒤, 바스켓을 타고 내려오다 바닥으로 추락해 숨졌다. 고소작업차를 사용해 작업할 때는
추락방지를 위해 안전대 등을 착용해야 하지만 ㄱ씨는 이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하이엠솔루텍은 대형에어컨 유지보수 서비스 회사로, 일손이 부족한 성수기엔 하청업체에 에어컨 수리작업을 도급한다. 이번 사고 역시 하청업체가 진행하던 작업이었다. 하청업체가 일할 때도 수리기사 2인1조 작업은 원칙이지만, 수리기사는 1명만 투입됐고 함께하던 고소작업차 기사가 일을 돕다가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된다.
작업원칙이 지켜지지 않았지만, 하이엠솔루텍은 해당 사고를 사내에 공지하며 사고 원인으로 “안전수칙 위반 및 부주의”라고 밝혔다. 하이엠솔루텍은 <한겨레>에 “고소작업차 이용 작업 때는 안전작업계획서를 하이엠솔루텍에 제출하고, 작업 전 안전장구를 착용한 사진도 보내야 하는데 지켜지지 않았다”며 “절차가 지켜지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현재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해당 작업은 당초 계획보다 일찍 진행됐는데, 하이엠솔루텍은 해당 작업이 이뤄지는지조차 몰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지난 4월에도 에어컨을 수리하던 하이엠솔루텍 노동자가 고소작업차 없이 작업하다가 5층 높이에서 추락해 숨진 바 있다.
하이엠솔루텍 수리기사들이 조합원으로 가입된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 서울지부 이규철 사무국장은 “서비스 품질을 관리하듯 작업장 안전을 관리했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았음이 드러난 사고”라며 “협력업체에 안전수칙을 안내했는데 지키지 않은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원청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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