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27일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도착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위원장으로 임명한데 대해 노동계와 전문가 반응은 대체로 싸늘하다. 김 위원장이 최근까지 노동조합을 적대시하는 극우적 발언을 해 온 탓에, 노동계·재계와 소통하며 사회적 대화를 이끌어나가기엔 부적합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사노위에 참여 중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사회적 대화를 총괄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수장 자리는 진영논리를 추구해서는 안 되는 자리”라며 “김문수 위원장 스스로 노동계의 우려를 잘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노동계 우려를 불식시키고, 한국노총이 어렵게 이어온 사회적 대화의 끈을 놓지 않도록, 경사노위 위원장으로서 역할을 수행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경사노위에 참여하지 않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논평을 내고 “경사노위가 정말 형식적으로나마 작동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지지율 20%대의 대통령의 이번 인사가 더욱 지지율 하락과 정권의 무능과 위기를 드러내는데 일조할 것이라는 예측 외에는 특별히 추가로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김문수 신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연합뉴스
노사관계에 밝은 노동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사회적 대화를 원만하게 끌어가기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놨다. 조돈문 가톨릭대 명예교수는 “노동계가 극구 반대하는 김문수씨의 경사노위 위원장 임명을 강행한 것은 노사관계와 노정관계 파행으로 향하는 사회적 대화 폐기 선언”이라며 “물리적 강제력에 의존해 노동조합-노동자 탄압을 일삼던 군사독재 정권 시기로 되돌아가는 것으로서, 명백한 역사적 퇴행”이라고 말했다. 노사관계 전문가인 한 대학교수는 “한때 노동운동가였던 김 위원장이 최근까지 극우편향의 정치 입장을 표명하고 활동해왔다는 점에서 노동현안들의 사회적 대화를 균형 있게 잘 이끌지, 노동계와 원활한 대화가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짚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다른 노동 전문가도 “경사노위가 난마처럼 얽혀 있는 노동개혁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갈등을 조정하고 타협의 촉진자가 돼야 하는데, 김 위원장 스스로가 갈등 촉발자가 될 것 같아 우려스럽다. 사실상 경사노위의 기능이 엠비 시절로 돌아가는 상황으로 현 정부가 노동개혁의 비전과 전망이 없다는 것을 보여 주는 인사”라고 평가했다.
이런 평가엔 김 위원장이 최근까지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극우적인 주장을 멈추지 않은 탓이 크다. 그는 “불법파업에 손배 폭탄이 특효약”이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지난달 하이트진로 화물노동자 파업과 점거농성과 관련해선 “노동자들이 손배소를 가장 두려워한다. 민사소송을 오래 끌수록 굉장히 신경이 쓰이고 가정이 파탄 나게 된다. 원칙대로 민형사상의 책임을 지도록 해야 노사관계가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5일엔 화물연대 투쟁에 대해 “노동해방이라는 것은 하이트진로를 빼앗아 국유화시키자는 것으로 사유재산 제도를 없애서 노동자들이 해방되도록 하는 사회주의·공산주의자들의 구호”라는 내용의 영상을 올렸다.
전종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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