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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노동부, 시민단체 자료 가져다 ‘노란봉투법 근거’ 실태조사

등록 2022-10-04 18:24수정 2022-10-04 19:44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30일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고용노동부 장관-산하 공공기관장 정책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30일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고용노동부 장관-산하 공공기관장 정책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3조 개정안) 국회 논의를 앞두고 고용노동부가 노동조합을 상대로 한 기업 등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의 첫 공식집계라는 점에서 의미는 있지만, 실태조사에 사용된 자료 대부분이 시민단체가 자체 집계한 통계를 활용한 것에 그친다는 한계도 확인됐다.

4일 오후 노동부가 발표한 ‘손해배상 소송·가압류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2009년부터 올해 8월까지 기업·국가·제3자가 노동조합·간부·조합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배소송은 151건, 청구 금액은 2752억7000만원이었다. 법원은 이 가운데 49건의 소송에서 노조에 350억1000만원을 갚으라고 판결했다.

제기된 손배소 가운데 민주노총 산하 노동조합·조합원 등을 상대로 한 소송이 94%였다. 그 중 현재 진행 중인 사건은 쌍용차, 현대차, 씨제이대한통운 등 22건 등이다. 한국노총을 상대로 제기된 사건은 7건으로, 그 중 2건이 진행 중이다. 소송의 원고는 노조 조합원들이 근로계약을 맺은 사용자인 경우가 54.1%였으나, 원청 사용자인 경우도 25.5%로 나타났다. 피고는 조합 간부인 경우가 49.2%로 가장 많고 이후 노조(24.6%), 일반조합원(22.3%) 순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가 손해배상과 관련해 공식적인 실태조사와 발표에 나섰다는 의미는 있지만, 기존 시민단체와 조사 대상과 결과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노동부가 밝힌 자료 출처를 보면, 노조를 상대로 한 손배소·가압류의 문제점을 제기해왔던 시민단체 ‘손잡고’의 소송기록 아카이브의 소송 현황을 기본으로 하고, 한국노총 법률원, 언론·지방 관서 등을 통해 추가 파악했다고 명시했다. ‘자료 부존재, 개인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법원이 제공을 거부했다’며 법원 자료도 반영하지 않았다.

윤지선 ‘손잡고’ 활동가는 “노동부가 실태조사를 통해 민간단체들이 취합하지 못한 소송현황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고, 노동부에도 이를 요청했다”며 “조사결과를 보니 손잡고 아카이브를 참고했다고 했을 뿐만 아니라, 아카이브에서 뭐가 들어가고 빠진 것인지 확인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윤 활동가는 “노동부가 노란봉투법 입법에 반대하는 입장이라면, 스스로 한 실태조사 분석 내용에서 반대의 근거를 찾을 수 있어야 하는데도, 어떤 분석을 했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실태조사는 이정식 노동부 장관이 지난 8월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노란봉투법과 관련해) 국회에서 심도있는 논의를 지원하기 위해 쟁의행위 대상 손해배상 소송 관련 실태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뒤 진행됐다. 조사결과 발표는 차일피일 미뤄지다 노동부 국정감사를 하루 앞두고서야 결과가 공개됐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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