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낮 1시 덕성여자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이 교내에서 시급인상 및 처우개선 집회를 하고 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청소노동자는 왜 최저시급만 받는 최저인생이어야 합니까?”
10년간 덕성여자대학교에서 미화 일을 해온 윤경숙(65)씨가 6일 낮 덕성여대 청소노동자 시급인상 집회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윤씨는 덕성여대의 청소노동자이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덕성여대분회 분회장이다. 시급 400원 인상, 샤워실 설치, 휴게실 개선 등 근무조건 개선 합의를 요구하며 올해 3월부터 시작된 덕성여대 청소노동자와 학교 간 갈등이 장기화하고 있다. 지난달 말 김건희 덕성여대 총장이 “교수, 다른 직원도 임금을 동결하고 있다”며 ‘갈라치기 담화문’을 내걸자 결국 노조 쪽은 지난 3일부터 총장실 앞 점거 농성에 돌입했다.
덕성여대와 청소노동자간 갈등은 8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이하 서울지부)는 매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에 속한 서울지역 대학 사업장 노동자와 집단 교섭을 벌인다. 올해는 2022년 최저임금 인상액 440원을 고려해 생활 임금 보장을 위한 480원 인상을 요구했지만 대학들이 거부했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조정안으로 400원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서울지부는 지난 11월부터 미화직 시급 400원 인상을 주장하며 13개 대학 사업장에서 집회를 이어왔다. 그 결과, 지난 6월 홍익대 분회를 시작으로 동덕여대, 이화여대 등이 합의에 이르렀다. 고려대는 본관 연좌 농성에 돌입한 끝에 시급 400원 인상 등 내용에 잠정 합의했다. 학생들이 청소노동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등 진통을 앓았던 연세대도 8월말 처우개선에 합의했다. 이제 서울지역 13개 대학 중 덕성여대만 남은 상황이다.
“지난 3월부터 대화로 풀자고 요구를 했지만, 총장이 꿈쩍도 하지 않아요. 총장실 앞에서 기다렸더니 도서관장실로 도망을 가버렸습니다.”
청소노동자 한원순(66)씨는 김 총장이 대화를 회피하고 있다고 본다. 한씨는 “2005년도부터 덕성여대에서 일을 했지만, 이렇게 대화를 거부당하기는 처음”이라며 “청소노동자는 교내에서 제일 처우가 낮은 근로자 아닌가. 담화문을 보면 총장이 가진 차별적인 인식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김건희 총장은 지난달 28일 ‘사랑하는 학생 여러분께 드리는 글’에서 “다수가 만족하는 근로조건은 물론, 급여를 지급하고 있다. 이미 최저시급보다 230원 많이 받는다”며 “용역업체 소속이지만 대학 직원들과 차별되지 않도록 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씨는 “1인당 706평을 맡아 청소하면서도 세후 185만원으로 살아간다. 이 돈으로 만족하며 살아갈 노동자가 어디 있냐”며 “임금 조금 올리자는 싸움이 아니라, 인간답게 노동할 권리를 위한 주장”이라고 말했다.
6일 오후 덕성여대 청소노동자가 휴게실에서 쉬고 있다. 휴게실이 계단 아래 지하에 있고 환기를 시킬 창문이 없는 상황이다. 장현은 기자
서울지부가 13개 사업장과 집단교섭을 벌이고 있기 떄문에, 이미 잠정 합의를 이룬 12개 대학도 덕성여대분회가 합의한 후에야 임금 인상 소급분을 받고 정식 타결을 할 수 있다. 덕성여대분회는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릴레이 점거 농성을 이어가며, 타결이 되지 않으면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장준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조직부장은 “시급 400원 인상은 사치가 아니라 권리”라며 “김건희 총장은 덕성여대를 포함한 13개 대학 청소노동자, 주차노동자, 경비노동자들의 생활을 위해 한시라도 빨리 대화와 타협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