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비정규직 노동자, 노조법 2·3조 개정 촉구 농성 돌입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20일 오전 국회 앞에서 근로자·사용자 개념을 정의한 노동조합법 2조와 쟁의행위에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노동조합법 3조의 이번 정기국회 내 개정을 요구하며 농성을 시작했다. 한 노동자가 농성장을 설치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e-mail]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9일 국회 앞에서 근로자·사용자 개념을 정의한 노동조합법 2조와 쟁의행위에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노동조합법 3조의 개정을 촉구하는 농성에 돌입했다.

실질적 사용자인 원청과 단체교섭을 할 수 없어 저임금과 노동조건의 개선이 어려운 간접고용노동자, 노동자성이 부정되지 않는 특수고용노동자, 단체행동권을 행사했다고 손배가압류로 고통받는 노동자들이 노조법 2·3조 개정을 위해 대정부·국회 투쟁에 나섰다. 노동자들은 천막을 설치하고 ‘손해가압류 폐지’, ‘노조법 2·3조 개정’, ‘특수고용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 등이 적힌 팻말을 걸었다. 농성 첫 번째 순서로 증언대회를 열어 피해노동자 10명이 자신이 현장에서 당한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진술했다.

김형수 금속노조 거통고조선하청지회 지회장(앞줄 맨 왼쪽)이 손배가압류 상황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김형수 금속노조 거통고조선하청지회 지회장은 “대우조선과 산업은행은 한 달 200만원 남짓 버는 하청노동자에게 500억 가까운 천문학적 손해배상을 청구합니다. 약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법, 차별을 옹호하는 법은 법이 아니라 폭력입니다”라며 노조법 2·3조의 개정 필요성을 외쳤다.

진경호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조 위원장은 “과로로 죽지 않겠다고 했더니 손해배상으로 죽이려고 하는 재벌 씨제이(CJ)대한통운을 규탄합니다.”라며 “씨제이대한통운이 대화에 나섰다면, 중노위의 판정을 수용하고 교섭에 나섰다면, 택배노동자들은 파업하지 않았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서울도시가스점검노동자 김윤숙 씨는 “우리는 고객들의 집에 직접 방문하며 업무를 수행하는 현장, 방문, 이동, 대면, 감정노동자입니다. 폭서기에 종일 땡볕에서 계량기 검침할 때 온열 질환으로 쓰러지고 집안 내부에서 일어나는 업무인지라 팬티 바람, 알몸을 드러내며 성추행과 희롱을 하는 고객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심합니다”라며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를 설명하면서 “원청이 모든 업무지시 관리 등을 좌우하면서 노동자에 대해서는 하청소속이라면서 모든 것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으며 노동현장의 조건과 환경은 날이 갈수록 더 악화되어 피해가 가중되고 있습니다”라고 원청의 책임을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12월 8일까지 국회 앞 농성장을 운영해 “1천만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대국회 입법과제인 노조법 2·3조 개정을 촉구하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을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 증언에 나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조법 개정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명진 기자

한편 90여개 노동 조합과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운동본부)는 노동자 파업 등 쟁의행위에 대한 기업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소송(손배소)을 막고, 합법적 단체교섭 및 단체행동 범위를 넓히자는 취지의 ‘노란봉투법’ 운동본부안을 마련했다.

운동본부안은 큰 틀에서 더불어민주당(6건)과 정의당(2건)이 발의한 개정안과 유사하나 폭력·파괴 행위라도 노조 계획에 따른 것이라면 조합원 개인에겐 손배를 청구하지 못하게 하거나, 노조 규모에 따라 손배 청구액에 상한을 두는 조항은 제외했다.

김명진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