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오봉역 선로에 접근금지를 알리는 폴리스라인이 세워져 있다. 코레일은 지난 5일 발생한 산업재해사고 원인 조사를 위해 오봉역 인근 대형 시멘트사들의 열차 운행을 당분간 중지시켰다. 연합뉴스
최근 경기도 의왕 오봉역에서 발생한 철도노동자 사망 사고는 인력 부족과 안전하지 못한 작업 환경 탓에 발생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당 업무는 열차가 운행되는 가운데 노동자가 선로를 오가며 열차를 연결하는 작업이라 ‘3인1조’ 근무가 필요한데, 인력 부족으로 ‘2인1조’ 근무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철도노동자들은 인력충원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8일 철도노조는 서울 용산 철도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체적으로 조사한 오봉역 사고 경위와 사고를 막기 위한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이날 노조의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 5일 오봉역 시멘트기지 내에서 발생한 노동자 사망 사고는 시멘트 운송 열차를 연결하고 분리하는 ‘입환’ 작업 중 열차가 정해진 방향으로 이동하지 않아 발생했다. 노동자 ㄱ씨는 선로전환기를 통해 열차가 ‘한일선’으로 진입하도록 선로를 변경한 뒤 다음 작업을 위해 이동 중이었는데, 기관차가 ‘한일선’이 아닌 ㄱ씨가 이동 중이던 ‘성신선’으로 진입하며 ㄱ씨를 친 것이다. 당시 작업은 기관차가 화차를 앞에서 끄는 ‘견인운전’이 아닌 화차의 뒤에서 미는 ‘추진운전’ 방식이어서 기관사가 ㄱ씨를 보지 못했다. 철도 노조 관계자는 “선로전환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인지 ㄱ씨가 착각을 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허병권 철도노조 노동안전실장이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철도회관에서 오봉역 사망사고 관련 사건 경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조는 기차가 왜 다른 선로로 진입했는지 알 수 없지만, 인력부족과 근무환경이 개선됐다면 막을 수 있었던 사고라고 주장한다. 22만4790㎡의 오봉역 시멘트 기지 안에서 수송원들은 15개 선로를 넘나들며 기차 연결 작업(입환)을 하는데, 열차 이동 상황을 관제하는 시설이 없어 수송원과 기관사는 무전에 의지해 작업한다. 15개 선로 사이 간격도 좁아 수송원들이 이동·작업할 공간도 부족하다. 이런 이유로 오봉역에선 사고가 빈발했는데, 2014년 컨테이너 입환 과정에서 수송원이 화차 사이에 끼어 숨졌고, 2017년엔 수송원이 트럭에 치어 크게 다쳤다. 2018년엔 수송원의 발목이 화차와 선로 사이에 끼어 절단됐다.
때문에 노조는 ‘3인1조’ 근무를 도입하고 기관차가 화차를 앞에서 끌 수 있게 작업 방식을 변경해 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선로 전환 인력 1명을 고정적으로 배치하고, 2명이 열차 연결·분리 작업을 하려면 3인1조가 필수적이라는 주장이다. 2017년 사고 뒤 회사도 이를 받아들여 3인1조를 실시하기로 했지만, 2020년 교대제가 충분한 인력 증원 없이 ‘3조2교대’에서 ‘4조2교대’로 전환되면서 2인1조 근무가 계속돼왔다.
김선욱 철도노조 정책실장은 “현장에서는 인력부족이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데 국토부는 오히려 철도공사 정원을 줄이라고 압박하고 있다”며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대처’를 말할 것이 아니라, 인력충원과 설비개선을 위해 무엇을 할지 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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