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30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현안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정부가 연일 민주노총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파업을 ‘불법’으로 몰아세우고 있다. 그러나 정부조차 화물연대 파업이 불법인 까닭을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는 데다,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화물기사들의 집단운송 거부를 불법으로 볼 수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30일 브리핑에서 “파업을 하는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보장하지만 불법은 안 된다”며 “더구나 국민 안전을 볼모로 하거나 조직화하지 않은 저임금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는 파업에는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시멘트 분야 운송 거부자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의결한 뒤 “노사 문제에 있어 당장 타협하는 게 편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또 다른 불법 파업을 유발하게 된다”며 화물연대 파업과 30일 시작된 서울교통공사노조 파업을 불법이라고 비난한 데 대한 후속 설명이다.
국토교통부 고위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화물연대가 화물자동차법을 어겨 불법이라고 하는 게 아니다”라며 “업무개시명령을 어기거나 다른 운수종사자 행위를 방해하는 것을 불법이라고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당한 사유 없는 운송 거부행위는 법이 금지한다. (화물연대 파업을) 불법이라고 말한다고 해서 억지다, 잘못됐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원 장관이 언급한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화물자동차법)은 “정당한 사유 없이 화물 운송을 거부하는 행위”(12조 1항)를 한 경우 10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매기도록 한다. 정부 안에서조차 생각이 다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화물기사를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아 고용노동부에 노조 설립 신고를 하는 대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로 들어간, 사실상 법외노조 형태인 화물연대 조합원의 운송 거부를 불법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권두섭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화물연대 노동자가 운송 거부로 운송사와 맺은 계약을 위반한 것이라면 양쪽 간 채무 불이행에 대한 민사 관계만 존재한다”며 “일부 조합원이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이들의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 등을 마구 섞어 (화물연대 파업에) 불법 딱지를 붙이려 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2011년 대법원은 2010년 화물연대 파업 때 일부 조합원이 운송을 거부해 형법상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화물연대 조합원들은 대부분 지입차주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 개인사업자 지위이므로 화물운송업체 지시에 응해야 할 포괄적·종속적 노무 제공 의무가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며 “화물차주(화물연대 조합원)와 아무런 계약 관계도 없는 화주나 화물운송위탁업체를 업무방해 피해자로 보아 업무방해죄의 형사책임까지 묻는 것은 처벌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화물연대 조합원을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아 합법 파업을 할 수 없도록 하는 현행 노동법 제도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조연민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한국이 가입하고 비준한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 자유 협약은 노동자가 고용상 지위에 관계없이 어떤 차별도 없이 사전 인가를 받지 않고 노조에 가입해 활동할 수 있도록 한다”며 “정부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갖는 협약을 위반하는 해석을 고집하며 화물연대 조합원들의 노동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종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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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 중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김태영 화물연대 수석부위원장(왼쪽)이 30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에서 열린 2차 교섭이 결렬되며 자리를 떠나는 구헌상 물류정책관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