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경기도 일산 동구 사법연수원 대강당에서 ‘국제인권과 노동, 사법의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려 카렌 커티스 국제노동기구 국제노동기준국 부국장 발제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파업에 대한 정부의 강경 대응이 국제노동기준을 위반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상황에서 한국을 방문한 국제노동기구(ILO) 인사들이 ‘화물기사를 포함한 특수고용노동자(자영업자)의 노동3권을 정부가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4일 대법원 사법정책연구원이 주최한 ‘국제인권과 노동, 사법의 과제’ 토론회에 참석한 캐런 커티스 국제노동기구 국제노동기준국 부국장은 “특수고용노동자의 결사의 자유를 (노동조합이 아닌) 일반적으로만 인정한다면 쟁의행위로 인해 (손해배상 소송이나 형사처벌 등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며 “특수고용노동자들이 노동자 범위에 들어가 노조를 조직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발언은 토론회 패널로 참석한 고용노동부 관계자가 ‘화물연대를 노조로 볼 수 없다’고 한 뒤 나왔다. 그자비에 보도네 국제노동기구 국제노동기준국 협력관도 “특수고용노동자의 단체교섭권을 인정하는 방법이 전통적인 방법과 다를 수 있다”며 “정부·노조·사용자가 함께 해법을 모색하면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2012년 국제노동기구의 감독기구인 결사의 자유 위원회가 화물연대 관련 사건에서 특수고용노동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을 보장하고, 이들 특성에 맞는 단체교섭 메커니즘을 개발하라고 한국 정부에 권고한 것과 같은 취지다.
국제노동기구 인사들은 파업 등 노동조합 쟁의행위에 대해 과도한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는 건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러한 취지를 담은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돼 있다. 커티스 부국장은 “(노조의) 합법적이지 않은 쟁의행위에 대해 법원이 손해배상 책임을 판단할 때, 국제노동기구 기준이 정확하게 적용됐으면 좋겠다”며 “법원이 사건(손해배상 범위)을 판단할 때 (쟁의행위로 인한) 물리적인 피해가 있었는지, 실제 배상해야 할 손해가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2017년 결사의 자유 위원회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전국철도노동조합을 상대로 낸 거액의 손배소에 대해 “노조의 자유로운 운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결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커티스 부국장이 이러한 발언을 한 이유는 대우조선해양이 하청노동자 노조를 상대로 473억원의 손배소를 낸 것처럼, 한국 기업들이 위법한 파업을 이유로 파업과 직접 관련이 없는 손해까지 포함해 거액의 손배소를 내고, 이를 인정하는 법원 판결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가 지난해 비준한 결사의 자유 협약(제87호·제98호)이 올해 4월부터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발휘하는 만큼, 한국 법원이 노조를 상대로 한 손배소 사건을 심리할 때 결사의 자유 협약에 근거해 판단해줄 것을 요청한 것이다.
커티스 부국장은 한국 정부에 국제노동기구 협약 비준국으로서 지켜야 할 의무를 여러차례 강조했다. 그는 “결사의 자유 권리는 기본 인권”이라며 “이를 지키는 것은 경제에 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포용적 성장과 공정한 소득 분배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내년 결사의 자유 협약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에 대한 전문가위원회 평가를 앞두고 있다.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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